• 새 자유-보수 창출을 위한 로드맵을

      친박, 비박이 새누리당을 제각기 독차지하겠다며 서로 “네가 나가라”고 하고 있다.
    필자는 친박도 문제가 있고 비박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친박만 나쁘다거나, 비박만 나쁘다거나 하는 입장도 물론 많이 눈에 띤다.
    그러나 필자는 그 두 쏠림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양시양비론 같아 썩 좋게 들리지 않을 수도 않겠지만,
    우선은 이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유가 있다.
    물론 친박의 대표적인 일부와 비박의 대표적인 일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친박의 대표적인 일부는 자유주의-보수주의-공화주의-세계시장-자유통일이란
    이념 이전에 박근혜란 개인의 호위무사이자 사병(私兵) 집단 같았다는 점에서
    지난 4. 13 총선 때 그들의 유치한 거동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진박‘이라니, 그런 빈축을 자초한 것부터가 유치했었다.
    특정한 리더를 따르더라도 꼭 그런 독일병정 식이어야만 했는지...
    ’박근혜 지지‘라 해도 마치 ’박근혜 유겐트(청년단)‘처럼 처신해가지고는
    국민 보편의 공감을 사기 어렵다.

  • 반면에 비박의 대표적인 일부는 이념적 정체성이 불분명했다.
    그들이 말하는 ‘중도 보수’란 말 자체가 나쁠 건 없다.
    그러나 그들의 기회주의적이고 양다리 걸치는 처신은
    자유주의-보수주의-세계시장-자유통일 원칙에 충실하려는 사람들이 보기엔
    ‘신뢰하기 어려운‘ 사람들이었다. 그들 중 어떤 부류는
    “보수는 별수 없이 우리를 찍게 돼있다. 그러니 우린 보수는 쳐다보지도 말고
    중도 왼쪽으로 가야 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다른 새누리당 의원이 외부에 전한 말).
    이들은 표는 보수에서 얻고 처신은 좌 쪽에 맞추려는 2중적인 유형인 셈이다.

     친박-비박 구성원들이 모두 다 그런 건 아니다.
    필자도 그렇지 않은 의원들을 더러 알고 있다.
    새누리당이 진정으로 새로운 자유주의-보수주의 정치결사로 환골탈태하려면
    앞에 예거(例擧)한 대표적인 친박-비박 밉상들보다,
    그렇지 않은 구성원들이 분발해서 일을 기획해야 한다.
    이들은 물론 힘이 아직은 약할 것이다. 그러나 말도 못할 이유는 없다.
    친박-비박 밉상 때가 그렇게 두텁게, 두드러지게 묻지 않은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말문을 열고 아우성을 치고 논쟁하고 모이고 결집하고 노선투쟁을 해야 한다.
    이게 새로운 지평을 여는 작업의 시작일 수 있다.

     일단 이런 말의 투쟁, 노선투쟁이 제법 알려지면
    그들이 원외(院外) 자유민주 시민사회와 코드를 맞춰가며
    새누리당의 새 지도부 구성과 환골탈태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아울러 ‘차기 감’을 골라야 한다.
    인물이 골라지면 새누리당 또는 그 환골탈태 당을 포함한
    범(汎)자유민주 공동 네트워크를 엮어 그 네트워크가 추동해
    작금의 탄핵 국면을 시급히 대선 국면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자유-민주-보수 진영 스스로 ‘박근혜 시대’를 넘어 ‘제 7 공화국’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개헌정국에도 적극 대처하면서.

     이런 구상은 물론 정계개편론과도 맞물릴 수 있는,
    복잡하고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나 요점은 간단하다.
    해묵은 친박-비박의 앙샹 레짐(구체제)을 벗어나,
    그리고 친박 쪽 ‘박근혜 청년단’과 비박 쪽 '기회주의 얌체'들의 틀을 벗어나,
    이제는 진지한 자유-보수의 새로운 버전을 창출하라는 것이다.
    그러자면 새누리당 안에서 ‘대표적 친박-비박 밉상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어온 사람들들과,
    그들과 뜻이 통하는 재야 자유민주 시민사회 지식인 및 활동가들이 만나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무엇을 할 것인가의 순차적인 로드 맵을 짤 것을 제언한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