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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반대 안철수 '제3의 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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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결정은 주권국가로서 당연한 권리를 행사한 것뿐이다.
사드가 얼마나 유효한 억지력이 되느냐의 문제 역시
"단거리 미사일엔 패트리어트로, 그러나 중거리 미사일엔 사드로 막아야..."라는
기술적 설명을 들을 경우 비전문가로서도 끄덕끄덕 수용할 수 있다.백보를 양보해 그런 기술적 측면의 설명에 대해선
반론과 이견(異見)이 있을 수 있다고 치자.
그러나 정부가 사드 배치를 하기로 결정한 것 자체는,
남의 나라가 자기 영토 안에 어떤 ‘방어용 무기’를 배치하든 말든
이에 대해 오만방자하고 부당하게 공갈, 협박, 욕설, 불손을 마다하지 않은
중국의 무례를 두고 볼 때는 더욱 더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었다.중국과 경제적으로 깊숙이 연결돼 있는 한국으로서,
더군다나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협조를 무시할 수 없는 한국으로선,
왜 굳이 지금 시점에 사드 배치를 결정해 가지고 한-중 관계를 훼손하느냐는
일각의 주장에도 물론 그 나름의 논리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쪽 바다 넘어 일본의 개헌론에 대해서는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해온
일부 자칭 '민족자주론‘자들이 어째서 서쪽 바다 넘어 중국의 난폭한 주권침해 언동에 대해서만은 “쉿, 저 봐라, 사드 배치 결정으로 공연히 중국만 화나게 했다”며,
21세기 판 ’존명사대(尊明事大, 명나라를 대국으로 섬기는) 짓들을 하는지
참으로 해괴하기 짝이 없다.
일본의 패권주의만 맵고 쓰지,
공산당 중국의 패권주의는 구수하고 들척지근하기라도 하단 소린가?‘종속(從屬)이론적 민족주의’ 사관(史觀)을 아직껏 근본적으로는 털어버리지 않거나 못 한 채, 여전히 그 잔재에 묶여 있는 왕년의 운동가들이야 원래부터 그래왔다고 치자.
그러나 운동하다가 잡혀가기는커녕 파출소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던 안철수와 그의 당이,
더불어 민주당의 김종인보다도 더 친중적인 입장을 취하며
“국민투표를 하자니, 말자니, 어쩌자니” 하며 한술 더 뜨는 거동은
도대체 어떻게 봐줘야 하는가?
안철수가 애초에 내걸었던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는 어디로 갔나?
그의 ‘제3의 길’은 또 어디로 갔나?
이젠 ‘제 3의 길’ 다 버리고 ‘이념적 선명성 경쟁’으로 갔다 이 말인가?
그렇다면 안철수 당이 ‘제3의 길’인 줄로만 알고 표를 주었던
유권자(특히 전통적 새누리당 지지표 중 일부)들은
그들과 그만 “굿바이!”를 해도 괜찮다는 암시인가? .더불어 민주당 주류의 속내는 물론 ‘사드 반대’이고 ’대중(對中) 경사’일 것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지금 그냥 숭얼숭얼 대기만 하지 대놓고 큰 소리로 본색을 드러내진 않고 있다. 교활한 것이다. 노회한 것이다.
내년 선거를 의식해 “쉿, 왔다갔다 유권자 표를 끌어 모으려면
운동권 본색(本色)일랑 절대로 노골화해선 안 된다”고 사발통문을 돌린 까닭이다.
이에 비한다면 안철수는 좋게 말해선 천진난만하다고 할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뭘 잘 모른다고 할 수밖에 없다.새누리당 역시 몇 군데서 일어나고 있는 자기들 쪽 사람들의
님비(Nimby, 내 뒷마당엔 안 돼) 현상 앞에서 할 말이 없을 것이다(없어야 한다).
누가 누구를 탓할 수 있는가?
야당은 야당이라서 그렇다 치더라도
명색이 여당이요, 집권당이요, 보수정당이란 주제에
창피한 줄을 알아야 한다. 염치가 조금이라도 있다면...한말(韓末)에도, 인조(仁祖) 때도 조선왕조의 사대부 파벌들은
제 정신을 잃고 한족(漢族)-만주족-왜(倭)-러시아 사이에서 왔다 갔다 엇갈리며 싸우다가
다 함께 폭삭 망하고 말았다.
이 꼴을 또 당하거나 자초하지 않으려면
한-미 동맹이 최선의 조력(助力)이자 차력(借力)의 지렛대인 줄 알고서
중국과 일본의 패권주의를 상쇄할 자조(自助)의 길을 열어가야 할 것이다.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