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조한 문재인과 황당한 부탄 행복지수

    부탄은 가장 행복한 나라가 아니다

    金成昱 /한국자유연합 대표

  • 1. 문재인 전(前) 대표가 초조해 보인다. 현역 의원도 아니고 정치권 복귀의 화려한 무대도 마뜩잖다. 히말라야 트레킹에 SNS 사진을 올리고 <“문재인이 돌아왔다”…野 대선판도 흔들> 같은 과장된 기사도 간간히 포털을 타지만, 언론노출 빈도가 줄어든 여파는 확실하다. 올 해 들어 불안한 지지율 1위는 반기문 등장 탓인지 2위로 한참이 밀렸다.

    2. 대충의 계획은 8·27전당대회 후 9월 활동 재개다. 국민행복지수가 세계1등(?)이라는 부탄을 방문한 뒤 ‘국민행복’이라는 화두를 들고 책 발간에 나선단 것이다.

    9월 이후 문 前대표는 바빠질 것이고 또 격(激)해질 것이다. 뭔가 확실한 뉴스거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야권의 대권주자로 진보·좌파 지지층을 결집하고 박근혜 정권과 대립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이 만나면 자극적(刺戟的) 언동에 나설 게 확실하다.

    3. 균형감각을 잃을 수도 있다. 최근에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을 “새누리 정권의 이윤 중심, 탐욕의 나라가 만든 지상의 세월호”에 비유하며 정작 책임을 져야 할 서울시나 메피아는 언급치 않았다. 제2의 세월호 비유는 제주도 추자도 낚싯배 사고 때도 썼었다. 6·25 때는 “아직도 작전권을 미군에 맡기고 미군에 의존해야 하는 약한 군대”를 탄식했다. 핵폭탄 가진 안보의 현실은 역시 말하지 않았다.

    4. 새로 나올 책의 주요한 소재가 될지 모를 부탄이란 나라도 그렇다. 문 前대표가 격찬한 171억을 사회에 기부한 부탄의 초드리 회장은 정작 한국의 재벌(財閥)이 누리는 대한민국 기업환경을 부러워한다.

    부탄의 이른바 국민행복지수 세계 1위도 사실이 아니다. 유엔의 ‘2015 세계 행복 보고서’에 따르면 덴마크가 전 세계 157개국 중 국민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로 선정됐다. 덴마크에 이어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핀란드, 캐나다, 네덜란드, 뉴질랜드, 호주, 스웨덴 순으로 대체로 잘 사는 나라다. 아시아 국가 중에선 태국(33위)이 가장 높다. 대만이 35위로 뒤를 이었고 한국은 58위, 일본 53위, 중국 83위, 인도 118위 순이다.

    부탄 국민행복지수 1위란 주장의 출처는 부탄이다. 부탄 제5대 왕 지그메 케사르 남기엘 왕추크(Wangchuck)는 즉위 이후 2008년 11월 국민행복지수(GNH : Gross National Happiness)를 국가 정책의 기본 틀로 채택했다. <평등하고 지속적인 사회경제 발전·전통가치의 보존 및 발전·자연환경의 보존· 올바른 통치구조>등이 기준이다. 모든 언론이 출처로 삼고 있는 ‘외교부 부탄 개황(네이버 지식백과 등재)’에 따르면, 조사대상은 2007년 12월부터 2008년 3월 사이 12개 행정구역에 거주하는 950명의 주민이다. 단 950명!

    부탄의 국민행복지수 세계 1등 설은 조사된 모집단 자체가 소수인 점도 있지만 인구 자체가 적고 종교적 영향이 강하다. 영토는 한반도의 약 1/5(38,394㎢)에 인구는 2012년 기준 71만 6,896명에 불과하다. 국민 75%가 국교인 라마교를 믿는데 라마교는 특히 윤회론이 강해 현세의 가난과 불행 앞에서 만족을 강조한다. 그래야 내생에 축복이 있다는 것이다. 2006년 ‘비즈니스 위크(Business Week)’의 국민행복지수 조사에서 전 세계 8위를 차지한 것 역시 이 같은 종교적 배경이 이유로 꼽혔다.

    무엇보다 부탄의 문맹률은 53%(남성 40%, 여성 66%)다. 부탄은 “탄탄한 복지정책으로 학비가 모두 무료”라는 말들이 있지만 학교 자체가 없고 공짜인 학교도 초등교육에 그친다.

    1인당 GDP는 3,128$, 세계120위다(2016년 IMF 통계). 인터넷엔 “거리에 노숙자가 전혀 없다”며 부탄을 천국인 것처럼 묘사한 기사도 떠돈다. 실제 부탄 국토의 72.5%는 산림지역, 10%는 빙하 지역, 8%는 경작 및 취락 지역, 3.9%는 초원 지역, 기타 지역은 황무지 다. 대부분 춥고 거친 산과 빙하·초원 등이라 노숙할 환경 자체가 못된다.

    문 前대표의 새로운 비전에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국민을 향한 냉철한 비전이 담기길 기대한다.

    (사)한국자유연합 대표 김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