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장 이해력 일본인이 1등, 한국은 평균 이하!

    고급 문서 이해력은 OECD에서 꼴찌圈

    趙甲濟   

  •      지난 4월 OECD는 ‘문장이해력과 수치(數値)이해력이 낮은 어른들’(필자는 앙케  그로트뤼센 등 4명)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2012년 이 기관이 실시한 ‘성인(成人) 경쟁력에 대한 국제조사’(Programme for the International Assessment of Adult Competences: PIAAC) 결과를 토대로 문해력의 영향을 더욱 심층적으로 분석, 연구한 것이다.


    * 한국인의 고급 문서 해독력은 꼴찌圈

     PIAAC 조사는 OECD 가맹 24개국의 16~65세 사이 16만6000명을 상대로 이뤄졌다. 조사 항목은 세 분야였다. 문해력(文解力), 수치력(數値力), 그리고 컴퓨터를 사용한 기술적 문제해결능력. 흥미로운 것은 문해력이 좋으면 수치력과 문제해결 능력도 높은 식으로 세 분야의 상관성이 강하였다는 점이다. 문장 이해력이 강한 사람은 수학적 두뇌도 좋고 기술적 문제 해결 능력도 뛰어나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분석은 문해력 중심으로 이뤄졌다.
     OECD는 문해력(literacy)을 <문장을 이해하고, 평가하며, 사용함으로써 사회생활에 참여하고, 자신의 목표를 이루며, 자신의 지식과 잠재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定義)하였다. 수치력(numeracy)은 <수학적 정보에 접근하고, 이를 사용, 해석, 전달함으로써 생활에서 당면하는 수학적 요구에 부응하는 능력>이다.

      *비교 대상 22개국 중 문해력과 수치력, 그리고 문제해결 능력에서 3관왕을 차지한 나라는 일본이었다. 종합 2등은 핀란드(세 분야 모두 2등), 3등은 네덜란드, 4등은 스웨덴, 5등은 노르웨이.
      *한국은 문해력에서 국제평균치보다 낮은 10등, 수치력에선 평균치보다 낮은 15등, 문제해결 능력에선 평균치와 같은 점수로 7등이었다.

      *한국인(16~65세)의 특징은 고급 문해력이 약하다는 점이다. OECD는 문해력을 해독 대상 문서의 복잡성과 어려움을 기준으로 하여 1급 미만, 1급, 2급, 3급, 4급, 5급으로 분류하였다. 2급 이하는 사회(직장)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을 정도이다. 전문직이나 지도층 역할을 하려면 4, 5급의 문해력을 갖추어야 한다. 한국인은 2급 이하는 적은 편이지만 고급 문서 이해력이 요구되는 4, 5급층이 약하다. 한글전용으로 문맹자(文盲者)는 거의 없어졌지만 漢字를 포기함으로써 '읽을 순 있지만 이해가 안 되는' 신종 문맹자가 생겼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고도의 문장력과 어휘력을 가진 4, 5급자의 비중을 보면 일본이 22.6%로서 1등이다. 이어서 핀란드가 22.2%, 캐나다 18.7%, 네덜란드 18.1%, 스웨덴 16.1%인데 한국인은 8.1%에 불과하다. 한국보다 고급 문서 이해력이 낮은 나라는 이탈리아(3.4%), 스페인(4.7%), 슬로바키아(7.5%), 프랑스(7.7%)뿐이다. 

      *5급의 문서 이해력을 가진 이들은 학자, 언론인, 사상가로서 적격(適格)이겠는데, 한국은 0.2%이다. 즉 1000명에 두 명꼴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만 한국보다 낮다(각1%). 일본은 1.2%로서 한국의 여섯 배이다. 핀란드가 2.2%로서 이 부분에서 1등, 호주와 네덜란드가 각1.3%이다.

      *대통령과 언론, 학자부터 文法 무시

      국민평균 IQ(지능지수)와 학력이 모두 세계 1등인 한국인의 문장 이해력이 하위권이고 특히 고급 문서 이해력은 최저 수준이란 점이 권위 있는 조사로 공인된 셈이다. 이런 불가사의는 한자를 배척한, 불구화(不具化)된 언어생활과 떼어놓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한국어로 먹고 사는 학자, 언론인, 정치인들의 문장력이 약한 것이 OECD 조사에서 ‘고급 문해력 부족’으로 나타난 것 같다. 몇 가지 예를 든다.
      *2014년 5월19일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의 해경(海警)해체 발표문의 일부: <그동안 국민의 안전과 재난을 관리하는 기능이 여러 기관에 분산되어 있어서 신속하고 일사분란한 대응을 하지 못했습니다. 컨트롤타워의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일사불란'(一絲不亂)을 발음대로 적다가 보니 ‘일사분란’이라고 했다.
      *2015년 8·15 경축사: <정부는 우리 국민의 안위를 위협하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할 것입니다.>
      ‘안위’는 '安危'의 발음부호이다. 안전과 위협의 준말이다. 연설문대로라면 '국민의 안전과 위협을 위협하는'이라는 뜻이 되어버린다.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으로 고쳐야 한다. 2012년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안위’를 잘못 썼다.
      <저 박근혜, 우리의 주권을 훼손하거나 우리의 안위를 위협하는 어떤 행위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8·15  경축사에서 박(朴) 대통령은, <핵개발을 지속하고 사이버 공격을 감행해서 우리와 국제사회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는데, '감행'은 부적절하다. 감행(敢行)은 용감하게 정의로운 일을 행한다는 뜻이다. 사이버 공격 같은 나쁜 짓은 ‘자행’(恣行)이라고 썼어야 했다. 
      *한국 언론은 최대(最大), 최고(最高), 최다(最多), 최장(最長)을 구분하지 않고 ‘최대’로 통일, 서너 개 단어를 사어화(死語化)시키고 있다. ‘최대 400개’라고 하더니 ‘최대 영상 30도’라는 비문(非文)도 예사이다.
      *<이 관계자는 '대조기 임을 감안할 때 정조 시각 전후 2시간 가량 수색 작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2014년 5월17일 뉴시스)  
      '대조기', '정조'는 한자로 쓰지 않으면 뜻을 알 수 없다. 대조기(大潮期)라고 써야 썰물과 밀물의 차이가 가장 클 때(음력 초하루, 보름 후 이틀)를 가리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조(停潮)라고 써야 만조(滿潮)와 간조(干潮) 사이, 수위(水位) 변동이 없는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비교재구 방법에 의해서 재구된 소리의 단위 또는 음운의 실체가 무엇이냐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두 가지 견해, 즉 재구형을 실재했던 것으로 보려는 실증적(positive) 견해와 하나의 공식(formula)으로 보려는 소극적 견해가 양극을 이루어 왔다.>
     한 언어학자의 논문은 완벽한 암호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뜻이 분명하지 않다. 미래를 인간이 창조할 수 있나? 과학부가 해야 할 일은, 미래 창조가 아니라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하고 산업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영문 명칭은 더 복잡하다. Ministry of Science, ICT and Future Planning (略稱: MSIP)
     작명(作名)은 그 조직의 정체성과 수준을 보여준다. 이름 짓기를 잘못하면 평생 고생한다. 그냥 '과학부'(Ministry of Science)라고 하면 될 것인데, 이것 저것 갖다 붙이는 바람에 광고문안처럼 되어버렸다. 국내 영자 신문 기자들이 요사이 정부 부처의 영어 명칭 때문에 고생한다고 한다.

    *더 상세한 기사는 시판중인 월간조선 7월호에 실려 있습니다.
    [조갑제닷컴=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