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승민이 뭐길래 새누리당 저 꼴 됐나?

     

    새누리당 비대위가 유승민을 복당시킨 건 원내대표 정진석의 작용, 비대위원장 김희옥의 어리버리, 일부 비대위원들의 밀어붙이기가 어우러져 만든 '반(反)박근혜 촌극'이었다. 

    정진석은 애초에 범(汎)친박으로 분류되긴 했지만, 그는 친박이라기보다는 '친(親)정진석'일 뿐이다.

    필요하면 친박도 하고, 필요하지 않으면 비박도 하고 반박도 할 수 있는 직업정치인이다.

    그런 직업인에게서 일관성 같은 걸 기대했다면 그건 뭘 잘못 본 거다.

  • 그는 전에는 모르지만 지금은 친박이 아니다.

    그는 박근혜 시대는 끝났다고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친박 호적을 지워버리려는 것 같다.

    김희옥은 꼼수나 쿠데타를 할 성품이 아니다.

    정치에 익숙하지 않은 얌전한 인사일 뿐이다.

    그런 그를 정진석이 "지금 유승민 복당 안 시키면 범죄"라고 '협박'했다고 한다.

    그는 어어어 하는 사이 정진석과 일부 비대위원들의 서슬과 바람에 후딱 넘어가버리고 말았다.

    그런 백로(白鷺) 선비는 정치 까마귀들 싸우는 곬엔 아예 가질 않는 게 장땡이련만, 어쩌다가…

    일부 비대위원들은 유승민을 무슨 '개혁가'라도 되는 것처럼, 그리고 그런 그가 무슨 '탄압받는 약자'라도 되는 것처럼 알았던 모양이다.

    하기야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들이 그를 다루는 데 있어 상대를 너무 가당치 않게 키워준 결과를 만든 점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유승민이 인간적으로나 공인으로서 결코 잘했다고 할 수 없는 처신을 한 점도 간과돼선 안 된다.

    평당원이나 평의원이면 모른다.

    집권당 원내대표로서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면서 자기 당 대통령의 입장을 '허구'라고 비난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양극화론'을 "높이 평가한다"고 한 게 과연 도의적으로나 상식적으로 합당한 처사였을까?

    그가 특정한 정치적 신념을 가진다는 것 자체는 그의 자유이고 권리이며 양심이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국회연설을 통해 자기 당 리더를 비난하고 상대 당 원조(元祖)를 칭찬할 바에야, 왜 굳이 새누리당 원내대표 완장을 차고 있었다는 건지 그 처신이 영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잘나고 똑똑한 사람은 다 그러는 건가?

    그는 입법 활동에서도 도대체 어느 당 사람인지 모를 처신을 했다.

    국회법 개정에서 야당과 함께 행정부의 시행령 제정권을 국회가 행사할 수 있는 법을 추진했다.

    평당원도 아닌 원내대표로서 말이다.

    사람은 정치인이 되기 전에 먼저 군자가 돼야 한다. 아니 군자까지야…

    적어도 재승박덕 하진 말아야 한다.

    이런 그라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보다는 국민의당 쯤에, 또는 더불어민주당 쯤에 가는 게 훨씬 더 자신의 정체성에 부합할 터인데 왜 굳이 새누리당에 들어가려고 했는지 알 수가 없다.

    정진석이나 비대위 일부도 그런 그를 입당시키는 게 왜 그리 시급하고 필요불가결한 일이라고 생각했는지도 알 수가 없다.

    도대체 유승민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

    친박이란 사람들도 한심한 것이, 두 눈 뜨고 뭘 하고 있었기에 이렇게 사후약방문 식으로, 또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으로 뒤늦게야 난리법석들인가?

    새누리당은 차라리 각자 마음대로 헤쳐모여 해라.

    그게 어디 당인가, 잡탕이지.

    박근혜 대통령도 아마 새누리당에서 마음이 떠났을 법하다.

    새누리당 일부 입장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그렇게 사사건건 등을 돌릴 바에야 아예 떨어져 나가 야당을 하는 게 더 맞지 않겠나?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