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아우슈비츠 댐에 구멍은 났다

     북한식당 종사자 전원이 탈북한 데 그치지 않고
    정찰총국, 통전부, 외무성 간부급들까지 지난 1년 사이에 줄줄이 탈북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飢餓)민들과 난민들의 탈출에서 더 나아가 이제는
    정보기관, 공작부서, 정무원, 해외근무자 등 출신성분이 좋아서 '잘 나가던' 층까지
    "북의 체제엔 희망이 없다" "TV를 보고 진정한 행복이 뭔지 알았다"는 이유로
    망명해 오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의미심장하다.

  •  이런 사태는 무얼 말하는가?
    북한도 가면 갈수록 100% 봉쇄된 세상으로
    영구히 버텨낼 수만은 없으리란 점이다.
    북한은 그 동안 정보통신이 100% 두절된 사회였다.
    지금도 물론 폐쇄와 정보차단과 밀봉교육과 세뇌교육이
    북한 주민과 엘리트를 거의 완전하게 통제하고 있다.
    그리고 그 내부의 작동원리는 '공포정치' 즉 폭압이다.

    주민과 엘리트는 북한 바깥의 세상을 너무 모르고, 권력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나 커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신정(神政, theocracy) 전체주의 체제 하에서 찍소리도 내지 못하는 채
    살아왔다. 그러면서 김가네 3대를 그야말로 신(神)으로 섬기며 살아야 했다.

     그러나 그 어떤 계기와 방식으로든 바깥세상을 조금이라도 알게 되면
    '노예' 된 자, '기만당한 자' '아무 것도 모르게 길들여진 자'들은
    일순간에 육체의 눈과 귀, 그리고 정신의 눈가 귀가 번쩍 떠지게 마련이다.
    안과 바깥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 내가 지금까지 속았구나!!" 하는 각성이 벼락 치듯 일어나는 것이다.
    게다가 빼도 박도 못할 어떤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라도 있을 경우
    그 각성은 더 전광석화처럼 일어난다.
    이게 지금 북한 일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탈의 정신상황 아닐지?

    정찰총국과 통전부 간부라면 기밀사항도 꽤 알 것이다.
    혹시 북한 판 '슈타지 문서' 같은 건 없을런지, 자못 궁금해진다.

    영원한 감옥이란 있을 수 없다.
    바스티유도 허물어졌고 아우슈비츠도 없어졌다.
    북한이란 거대한 수용소도 결코 영구히 갈 수는 없다.
    그러나 가만 내버려둘 경우 그 감옥의 수명은 늘어날 것이다.
    그래서 가만 내버려둬선 안 된다.
    그걸 외면하자는 사람들은 아우슈비츠를 못 본 체 내버려두자는 사람이나 다름없다.

     가만 내버려 두지 않고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폭로하고, 비판하고, 시비하고, 규탄하고, 제재하고 응징해야 한다.
    이게 바로 세계적이고도 국제적인 규모로 전개해야 할 북한 인권운동 네트워크다.
    유엔과 국제사회는 이미 김정은 치하의 인권참상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당사자와 대치하고 있는 우리 정계는 그러나 겨우 11년만에야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켰다.
    참 미친 국회요 정계였다.

     둘째, 북한사회에 더 대대적으로 외부 정보를 유입시켜야 한다.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 같으면 저런 북한에 대해 어떻게 했을까?
    이스라엘의 여당, 야당, 시민사회 같으면 저런 북한 판 아유슈비츠에 대해
    우리네처럼 이렇게 무관심했을까? 한심하고 기막힌 우리 사는 법이다.
    인간의 인간다움은 수치심을 느끼는 데 있다.
    북한 판 아유슈비츠 체제에 대해 우리가 이렇게 무심한 채 살아도 괜찮은 것인가?
    도무지 수치심이라는 게 없지 않은가?

     세계는 그러나 북한의 '핵 이빨 가진 아우슈비츠' 체제에 대해
    일치된 제재를 가하는 쪽으로 크게 선회했다.
    '대화에 의한 해결'의 문호 자체는 열어놓되, 북한이 비핵화를 선행시키기 전에는
    대화 아닌 제재 즉 숨통 죄기로 나가고 있는 게 오늘의 세계다.
    중국이 이번에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출국을 "합법적 여권 소지자들"이라고
    재빨리 해명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한 마디로 중국은 "개성공단 전면중단 반대" 운운하면서 이들의 망명에
    삐딱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한국 일부'와는 다른 자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게 국제적인 현실이다.
    이 대세에 등을 돌리는 자들은 그야말로 조선왕조 말기 때의 위정척사(爲正斥邪) 파나 다름없다. 세상 돌아가는 걸 그렇게 몰라가지고서야 어떻게 '위정척사'인들 제대로 할 수 있었을까?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