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 야는 3류 쇼 말고 논쟁다운 논쟁을  

  • 새누리당은 이슈 싸움을 제대로 할 줄 모르고,
    더불어민주당은 이슈 싸움을 구호 차원에서나 하고,
    국민의 당은 살아남기 바쁘다는 투다.
    그리고 미디어들은 진짜 이슈보다는
    지엽말단의 게임 중계에만 재미 들려 있다.
    그래서 4. 13 총선 풍토는 순 경마장 도박판이다.

     오늘의 한반도와 한국이 직면한 진짜 이슈는 김정은의 핵-미일 실전배치 임박이다.
    그리고 우리가 장차 무얼 먹고 사느냐의 생존의 문제다.
    이걸 두고 여, 야가 국민 보는 자리에서 피터지게 논쟁을 벌여야,
    한 나라의 총선다운 총선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거의 없고, 온통 누구의 딸이 예쁘게 생겼다느니,
    누구의 부인이 어디 나타났다느니, 서로 잡아먹지 못해 으르렁거리던 장년 남자 둘이서
    남사스럽게 부둥켜안았다느니, 하는 따위의 너절하기 짝이 없고 하찮기 그지없는
    잡소리들만 온 미디어들을 도배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여, 야는 이 따위 누추한 짓거리로 정치를 3류 흥행물로 전락시키지 말고,
    선거운동다운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

    여, 야는 이런 문제를 두고 논쟁하라.

     (1) DJ-노무현 식 햇볕정책을 그대로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유엔 안보리 등, 전 세계의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할 것인가?
    여당의 담론가와 야당의 이론가가 나서서 이에 대해 TV 논쟁을 하라.
    박근혜 대통령은 핵(核)안보 정상회담에 가서 "대북제재로 북한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다시 한 번 역설했다. 야당은 반면에 자신들이 선거에서 이기면 개성공단을 재개하고
    테러방지법을 폐지(개정)하고 국정원을 다른 무엇인가로 약화시키겠다고 했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른가? 끝장 토론을 해 보라.

     (2) 경제와 관련해선 '보편적 복지' '현금 나눠주기' 등 포퓰리즘에 대해
    어느 한 쪽이 나자빠질 때까지 싸워보라.
    우리 시대 최대의 문제는 물론 먹고사는 문제다.
    일자리 문제이고, 가계(家計) 파산의 문제이고, 노동시장의 문제이고,
    전세 값 문제이고, 흙 수저-금 수저 논란이다.
    이에 대해서는 강봉균 식이냐, 김종인 식이냐,
    경제활성화+기업활성화+서비스산업 지원+노동시장 유연화냐,
    아니면 세금 올리고, 재벌 규제하고, 보편적 복지+현금배당 등
    '경제민주화'냐의 두 의견이 엇갈려 있다.
    어느 쪽이 국가와 국민의 먼 장래까지도 생각하는 옳은 입장인지,
    양쪽이 머리 깨지게 붙어보라.

     이런 건 하지 않는 채 유치한 3류 쇼만 하는 게 일국의 여당이요 야당인가?
    그런 정치 집어치우라.
    요즘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이 뭐라 하는지 아는가?
    '국해(國害)' 의원이라고도 하고 '국개' 의원이라고도 한다.
    오죽하면 그런 소리를 하겠는가?
    심한 경우엔 국회 무용론이 나오는가 하면,
    최소한 국회 해산권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대중민주주의의 타락, 정치 엘리트의 타락, 정치대중의 타락,
    일탈민주주의의 탁류, 국회의 해결능력 상실, 국회의 특권화,
    야합의 정치-함께 해먹는 정치가 일상화한 까닭이다.
    대의제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의 위기인 셈이다.

     지금은 우리가 막가는 정치장난을 해도 좋을 만큼 한가한 때가 아니다.
    김정은의 핵-미사일, 장사정포, 화생방 무기, 기타 비대칭 전력으로
    우리가 사느냐 죽느냐 하는 때이다.
    그리고 장래의 새 먹 거리 경제를 창출하느냐 못하느냐,
    이와 관련한 내부의 싸움으로 우리 공동체가 과연 공동체로서
    남아 있을 것인가 없을 것인가가 걸린 엄중한 국면이다.
    이런 때에 정치권이 쓰레기 같은 잡소리들이나 하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여, 야는 싸움다운 싸움, 싸울 가치가 있는 싸움을 해보라.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