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입시비리, 현행법 위반 확인”, 학교 측 “편파 감사”
  •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 가운데 한 곳인 하나고등학교. ⓒ TV조선 화면 캡처
    ▲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 가운데 한 곳인 하나고등학교. ⓒ TV조선 화면 캡처

    서울시교육청이 하나고등학교 재단 이사장 및 이 학교 교장, 교감 등 교직원들을 무더기로 검찰에 고발키로 하면서, 하나고 학부모들이 집단 반발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신입생 입학성적 조작 등의 의혹이 제기된 하나고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한 뒤, 지난 15일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서울교육청은 감사결과 모두 24건의 부정을 확인했다며, 이 가운데 7가지 사안에 대해서는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서울교육청은 학교법인 관계자와 이 학교 교장, 교감, 교사 등 모두 21명에 대한 징계를 재단 측에 요구했다.

    특히 서울교육청은 ‘내부고발자 보호’를 이유로, ‘신입생 입학성적 조작 의혹’을 폭로한 이 학교 교사 A씨에 대한 학교 측의 징계처분을 ‘경고’로 결정할 것을 요구해, 학교와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한발 더 나아가 ‘공익제보 지원 및 보호에 관한 조례’를 이유로, 하나고 신입생 입학성적 조작 의혹을 처음 제기한 A교사에 대한 징계절차 및 불이익조치 중단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A교사에 대한 징계위원회 소집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등, 서울교육청의 ‘개입’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하나고에 대한 감사 결과, 신입생 입학전형의 공정성 훼손, 신규 교원 채용절차 위반 등의 위법사실을 확인했다며, 검찰 고발 및 학교법인 관계자 등에 대한 무더기 징계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하나고는, 서울교육청의 감사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학교 측은 서울교육청이 ‘사학비리’를 이유로 ‘하나고 죽이기’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행정소송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실추된 명예를 되찾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학교 측은, 신입생 입학성적 조작 의혹이나 교원 채용 절차 위반, 학교 폭력 은폐 사실 등은 서울교육청이 발표한 것과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강조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나아가 학교 측은, 학교장의 사전 허락 없는 무단 방송출연 등을 이유로 징계위에 회부된 이 학교 교사 A씨에 대해, 서울교육청이 징계수위를 일방적으로 정한 것은,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무시한 처사라며, 강한 유감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교육감선거 출마 당시부터 자사고 및 특목고에 강한 반감을 드러낸 조희연 교육감의 의중이 이번 감사결과를 통해 확인됐다며, 서울교육의 감사결과 발표는 무늬만 다를 뿐, 또 다른 종류의 ‘자사고 죽이기’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 뉴데일리DB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 뉴데일리DB

    서울교육청의 감사결과 발표에 대해 학교와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하나고 관련 의혹을 다루는 서울교육청의 태도를, ‘혁신학교’에 빗대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혁신학교’에 대해서는 ‘학교운영의 자율권 보장’을 강조하면서,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진보교육감’들이, 자율형사립고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고 학부모들 역시 “서울교육청이 편파적으로 감사를 실시했다”고 주장하면서, “자사고에 대한 탄압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어 하나고 학부모들은 “서울교육청의 과잉 감사와 과도한 행정처분은 학사 운영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입학성적 조작 논란을 핵심으로 하는 하나고 관련 의혹은, 지난 4월 서울시의회가 하나고 특위를 구성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하나고에 재직 중인 교사 A씨는 특위에 출석해 ‘학교가 신입생 입학 성적을 임의로 조작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서울교육청은 감사 결과, A교사의 증언과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서울교육청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동안 학교가 신입생을 선발하면서, 매년 30명씩 모두 90명의 입학성적을 바꿔치기 했다고 밝혔다.

    서울교육청은 학교의 입학전형위원회가 남녀 입학생의 성비를 맞추기 위해, 남학생에게 보정 점수를 주는 방식으로 응시생들의 성적을 조작했고, 그 결과 상당수의 여학생이 탈락했다고 설명했다.

    서울교육청은 2010년 하나고 개교 당시 기숙사 정원이 600명이었고, 학교가 매년 200명의 신입생을 선발한 사실을 감안할 때, 기숙사 공간 문제로 남녀 입학생의 성비를 조정했다는 학교 측의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나고는 기숙사 공간 문제 등을 이유로 남녀 입학생의 비율을 조정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는 흔히 말하는 ‘입시비리’와는 차원이 전혀 다른 문제라고 항변하고 있다.

    학교 측은 “입학생의 남녀 성비를 감안해서 보정 점수를 준 것은 맞지만, 특정 학생의 입학을 위해 고의로 해당 학생의 성적을 조작하는 ‘입시비리’와는 전혀 다른 사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학교는 “전형위원회가 개별 학생의 자기주도학습능력, 적응력, 잠재력 등을 고려해 학생을 선발했다”며, “강남 3구 출신 학생 비율을 제한하기 위한 정책적 고려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은 입학성적 조작 의혹을 폭로한 A교사가 개교 당시부터 입학전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A교사가 폭로를 하게 된 배경에,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학부모들은 “외국의 유명 학교들도 이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면서, “학교의 신입생 남녀 성비 조정은 입시비리와는 관계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학교가 교원 공개채용 원칙을 위반했다는 서울교육청의 감사결과 발표에 대해서도, 학교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서울교육청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학교가 정교사와 기간제 교사를 구분하지 않고 교사를 채용했으며, 정교사를 채용하면서 공개채용 절차를 밟지 않고 일부 기간제 교사를 정교사로 전환해 현행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학교는, 현행법을 위반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특정한 인물을 정교사로 채용하기 위해 고의로 법을 어긴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학교는 공개채용을 통해 기간제 교사를 선발한 뒤, 동료교사와 학생들이 기간제 교사들의 수업만족도 등을 평가해, 우수한 기간제 교사를 정교사로 채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교는 능력과 자질을 인정받은 우수한 교원을 선발하기 위한 학교만의 교사 채용절차를, 비리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학교는 능력을 인정받은 정교사 내정자가 있는 상태에서 다시 채용공고를 내는 것은, 다른 지원자를 기만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별도로 채용공고를 내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정부 고위직 자녀가 연루된 학교폭력 사건을 학교가 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서울교육청과 학교는 각각 상반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폭력사건의 피해자가 2012년 3월 교사와 상당을 했는데도, 학교가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하나고는 “서울교육청의 발표와 사실관계가 다르다”고 해명했다. 학교는 “두 학생이 화해했고, 피해학생이 가해학생의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나아가 학교 측은 “가해학생을 전학시켰기 때문에 실제로는 중징계를 한 것이나 같다”고 반박했다.

    서울교육청이 교사 A씨에 대한 징계수위를 ‘경고’로 할 것을 학교 측에 요구한 부분에 대해서도, 학교 측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학교는 A교사가 학교장의 허락을 받지 않고, 외부강연 및 방송출연 등의 행위를 하면서 수업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올해 초부터 징계절차를 밟고 있었다. A교사에 대한 징계절차는 시의회 증언을 계기로 한동안 중단됐으나, 이번 달부터 다시 재개된 상태다.

    그러나 서울교육청은 ‘내부고발자 보호’를 앞세워 A교사에 대한 징계를 ‘경고’로 할 것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울교육청이 학교 측에 압력을 행사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교육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A교사에 대한 학교 측의 징계는 잦은 외부활동으로 인한 수업소홀이 이유인데, 서울교육청이 ‘내부고발자 보호’를 명분으로 징계 수위를 임의로 정해 ‘통보’한 것은 월권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학교법인인 하나학원이 국가계약법을 위반해, 하나금융그룹 관계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서울교육청과 학교 측은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감사결과, 하나학원이 2010년부터 최근까지, 그룹 임직원들이 출자해 설립한 회사에, 98억원 상당의 학교계약을 수의계약으로 몰아준 사실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국가계약법 상 사립학교는 추정가격이 5천만원 이하인 용역계약에 대해서만 수의계약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가 이를 어겨 그룹 관계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것이다.

    반면 학교는 시설 관리-보안경비-기숙사 관리-교내 청소 등의 업무를 수행할 용역업체를 알아보던 중, 하나은행 행우회가 출자한 회사가 봉사 차원에서 실비만 받겠다고 제안을 해, 학부모들과 상의해 업체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