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실한 사람' 解夢하건대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진실한 사람'이란 과연 무엇일까?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속내를 100% 똑같게 반영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남의 속을 어떻게 고대로 복사한단 말인가?
    이런 저런 호불호(好不好)의 '해몽'들이 많지만, 다 100% 맞는다고 할 수는 없다.
    그저 모두가 자기 기준에서 "그 말은 이런 뜻이어야 한다"라며,
    결국은 자기 취향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 그렇다면 필자도 '박근혜 발언'에 대한 자신의 주관적 취향 또는
     ‘해몽'을 내놓아선 안 되리란 법이 없을 터...
 
  필자의 '해몽'은 이렇다.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진실한 사람'이란
 "자기 정체성이 확실한 사람으로서
그것을 외부로 에누리 없이 드러내고,
그 드러낸 바와 항상 일치되는 선택과 처신과 행동을 취해 왔고,
앞으로도 취할 것임을 남들에게, 특히 그런 그를 신뢰해 온 사람들에게 입증해 보일 때..."
바로 그런 사람을 지칭한 것이라고.
 
  이런 사람들이 우리 정계에 과연 있을까?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그래도 일관성의 기준에서만 보면 야당 중에서도 이념(理念)파에는 꽤 있고,
한나라-새누리 쪽에는 구우(九牛)의 일모(一毛) 정도로 드물다.
소 아홉 마리가 가진 모든 털 중 한 오라기 정도밖엔, 그런 사람이 여당엔 없다는 말이다.

필자는 야당 중 486 운동권의 역사관과 세계관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이 수 십 년 동안 일관된 궤적을 그려왔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이 잘했다는 말이 아니다.
공감할 수 없는 생각이고 잘한 족적은 아니로되,
자기 정체성이 확실하고 일관됐다는 그 부분을 지적하는 것이다. 
 
  반면에 한나라-새누리 친구들은 어떤가?
아주 일부의 소신파를 제외하고는 거의가 이력서 스펙은 좋으나 기회주의적,
출세 만능 적, 왔다갔다 적, ‘간-쓸 선생’적, 두루뭉수리 적, 2중적, 갈등 회피적,
흙탕물 안 묻히기 적 ‘안일(安逸)파’라 해서 지나침이 없을 듯싶다.
 
  왜 이럴까?
공천할 때 주로 책상 공부 잘하고, 엘리트 코스 달리고,
학위와 합격 등 자격증 좋고, 똑똑하되 참하고 얌전하기만 하고,
이른바 전문성 위주로 뽑다 보니 그 장점은 장점대로 나타났을 것이나,
반면에 그 단점이 나타난 탓이다.

단점이란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진실성 결핍’일 수 있다.
구체적으로 그것은 기회주의, 달면 삼키고 쓰면 뱉기, 이기주의, 얌체,
얍삽함, 유약함, 잔머리 굴리기, 약삭빠름, 면종복배(面從腹背)...같은 속성이다.
수재(秀才)이긴 한데 신뢰성은 희박한 인간형인 셈이다. 재승박덕이랄 수도 있고.
 
  이런 유형은 흔히 자기보다 센 듯 보이는 상대 앞에 서면
괜히 꿀려하는 비겁함과 겁이 많다.
그리고 그때그때의 유행과 '메뚜기 한 철'이 무엇인지를 포착해
“나도 그런 사람!”이라고 편승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상당수 한나라-새누리 친구들은 몸은 보수 여당에 두고 출세를 하면서도
“나는 보수가 아니라 실은 중도-진보다” ‘나도 학생 땐 데모 좀 했지...,“ 하면서
”당신 보수지?“하고 물으면 펄쩍 뛰며 아니라고 한다.
 
 차라리 “나는 전이나 지금이나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자다”라고 톡 까놓고 선언하는 사람이면 “아, 저 친구 저런 사람이군” 하고, 그게 싫으면 멀리하고 경계하고 상종하지 않으면 된다.
그런데 한나라-새누리당의 상당수처럼 “나는 몸은 이쪽에 두었지만 마음만은 저쪽에도
한 다리..."라고 행세하는 다중인격자(多重人格者)들은 쓸모도 없을뿐더러,
인간적으로도 사귈 만하지 않고 위험하기까지 하다.
그런 친구들은 보수에도 참 친구가 될 수 없고 진보에도 참 친구가 될 수 없다.
그들은 태양이 둘인 세상의 ’전천후 양방(兩方) 해바라기‘일 따름이다.
 
  다만 한 가지 박근혜 대통령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이번에 대거 출사표를 내고 있는 대통령 측근들이
곧 '진실되지 못한 사람'들의 정반대 쪽에 있는 유형이라고 암시하는 듯한
인상과 심증은 주지 않는 게 좋겠다는 점이다.  
그 동안 박근혜 대통령도 인사에서 여러 차례 착오가 있었다고 보기에 이런 말을 전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진실한 사람’을 나름대로 ‘해몽’하려다 보니
필자의 말이 쓸데없이 길어졌다. 그래서 이런 질문으로 이야기를 마치겠다.
“여보시오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내 ‘해몽’ 100점 만점에 몇 점이나 되겠소?”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