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朴槿惠의 위험한 도박-
    親美自主 노선에서 親中事大로 갈 위험

    중국과 북한과 좌파, ‘한반도 중립화 통일론’으로 연대, 한미동맹 해체 꾀할 듯

    趙甲濟   

*서독의 아데나워는 스탈린의 ‘중립화 독일통일’ 제안을 거부, 분단을 선택
*김대중-김정일의 주한미군 중립화 密約은 한미동맹 해체로 가는 길
*미군의 사드 배치 허용하지 않으면 미국에서 주한미군 철수론 일어날 것


시진핑을 만날 때마다 國益을 양보하는 朴 대통령

지난 9월2일 북경에서 있었던 朴槿惠(박근혜)-시진핑(習近平) 회담 후에 나온 한국 측 발표문은 그동안 여러 차례 나온 韓中(한중) 정상 회담에서 되풀이 되었던, 익숙한 표현들뿐이었다. 언론이 親中的(친중적) 시각에서 추측과 해석을 그럴 듯하게 붙인 것이 한중관계를 실제보다 미화하고 있다. 불리한 내용도 있었다.

<양측은 이미 여러 차례 천명한 바 있는 비핵화 목표를 확고히 견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최근 국제사회의 단합된 노력으로 이란 핵협상이 타결되었음에 주목하면서, 의미 있는 6자회담이 조속히 재개되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비핵화 목표’라는 말이 북한의 비핵화인지 한국까지 포함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뜻하는지 애매하다. 朴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장을 불허한다는 뜻의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시진핑 주석에게 관철시키지 못한 때문이다. 朴 대통령은 2013년에 오바마 대통령과 회담하였을 때는 ‘북한의 비핵화’라고 못 박았지만 시진핑으로부터는 아직도 동의를 얻는 데 실패하였다는 이야기이다.

2013년 6월 말 朴槿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회담을 거쳐 발표된 韓中(한중)미래 비전 공동성명에도 문제 대목이 있었다.

<한국 측은 북한의 계속되는 핵실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 양측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 및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가 공동이익에 부합함을 확인하고 이를 위하여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하였다.>

문맥상, 북한의 비핵화를 강조한 쪽은 중국이 아니라 한국이었다. 중국이 이런 표현에 동의하지 않았으므로 한국만이 그런 주장을 하였다고 明記(명기)한 것이다.

양측이 합의한 표현은 ‘한반도 비핵화’였다. 북한은 줄기차게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해왔다. 그 속셈은, 한국의 원자력 시설과 미군 시설을 조사하고, 궁극적으로는 핵무기를 반입할 가능성이 있는 주한미군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 위함이다.

한국은 北核(북핵) 해결에 실패할 경우, 미국에 전술핵 재배치나 핵미사일 탑재 잠수함의 한국 海域(해역) 상시 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정신에 위반된다는 주장을 할 것이 분명하다. 이번에 나온 ‘양측이 여러 차례 천명한 비핵화 목표’도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한국의 손발을 묶는 ‘한반도 비핵화’를 뜻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의미 있는 6자회담의 조속 재개>도 중국에 유리하고 한국엔 불리하다. 6자회담 기간 중 북한은 핵실험을 하였다. 중국이 협조하지 않아 강력한 제재가 불가능하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朴 대통령은 중국이 원하는 6자회담 재개에 동의해준 것이다. 오는 10월 오바마 대통령을 만난 朴 대통령이 중국과 합의한 대로 6자회담을 재개하자고 설득하려 들면 미국 측은 朴 대통령의 북핵 해결 의지를 의심할 뿐 아니라 시진핑의 심부름꾼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을 만날 때마다 그들이 판 함정에 깊이 빠져들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전문가 6명의 진단

박근혜-시진핑 회담과 전승절 행사 직후 여섯 명의 안보 전문가들이 만나 朴대통령의 최근 訪中(방중) 결과에 대하여 의견 교환을 하였다. 세 분은 과거 정부의 군사, 외교, 통일 분야에서 고위직에 있었다. 나머지 3명은 전략론 전문 교수, 북한의 對南(대남)전략 전문가, 그리고 나였다.
이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대체로 비판적이었다.
  • ▲ (베이징=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전 중국 베이징 톈안먼에서 열린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서 자리에 앉아 관람하고 있다. 이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관람했다. 박 대통령은 군사퍼레이드하는 동안 한 번도 일어나서 관람하지 않았다. 2015.9.3
    ▲ (베이징=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전 중국 베이징 톈안먼에서 열린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서 자리에 앉아 관람하고 있다. 이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관람했다. 박 대통령은 군사퍼레이드하는 동안 한 번도 일어나서 관람하지 않았다. 2015.9.3
    1. 한국이 중국을 통일 논의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위험하다.
    미국 및 일본과는 한반도 통일을 공식적으로 논의하지 않으면서 北進(북진)통일 방해 세력인 중국과 맨 먼저 통일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중국의 對韓(대한)전략인 韓美(한미), 韓日(한일) 이간질에 넘어가는 일이다. 한국이 중국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면 이는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한 거부권을 주는 것처럼 된다.

    2. 朴槿惠(박근혜)-시진핑의 협력으로 韓中(한중) 관계가 좋아졌다고 하는데, 이를 증명하려면 미국이 北의 핵미사일 공격을 無力化(무력화)시키기 위하여 한국에 배치하려는 사드(高고도 미사일 방어망)를 중국이 묵인하거나 찬동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중국은 사드가 自國(자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배치에 반대하는데 이는
    韓美동맹을 흔들겠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면 미국에선 駐韓(주한)미군 철수론이 일어날 것이다. 核前(핵전)무장 해제 상태인 한국이 먼저 사드 배치를 미국에 요청하였어야 하는데 오히려 중국 눈치를 보면서 사드 배치를 머뭇거린다면, 그리하여 미군이 敵(적)의 핵미사일 위협에 노출되도록 방치한다면 미국의 정치인과 여론이 들고 일어날 것이다.

    3. 정부와 언론의 희망적 관측과는 정반대로 중국의 對한반도, 특히 對北(대북)정책이 바뀌었다는 증거는 없다. 오히려 유엔 등 국제사회의 對北(대북)제재를 무효화시키는 지원을 계속한다. 북한으로 하여금 非核化(비핵화)를 해야 할 이유를 없애주고 있는 게 중국이다. 그들은 한반도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지지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는데, 이는 한국의 자유민주적 통일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통일과정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한 용어라고 봐야 한다.

    4. 중국은 북한과 한국을 조종하면서 韓美日(한미일) 동맹의 약화를 겨냥할 터인데 북한은 중국의 말을 잘 듣지 않는 반면 朴 대통령 취임 이후 오히려 한국이 더 다루기 쉽다는 판단을 할지 모른다. 중국은 한국을 도와서 北核(북핵) 문제 해결이나 한반도의 통일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

    5. 중국은 아직 한국을 韓美(한미)동맹에서 이탈시킬 수 있다고 보지 않을지 모르지만 한국의
    국내 사정에 따라서는 그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종북 좌파 세력은 朴 대통령의 親中(친중)반일 외교 노선을 지지한다.
    좌파 세력은 親北(친북)의 연장선상에서 필연적으로 親中反日反美的(친중반일반미적)이다. 朴 대통령의 지지율이 訪中 前後(방중 전후)에 급등한 데는 보수세력의 지지와 좌파의 지지가 합쳐진 것과 관련이 있다. 친북좌파 세력은, 중국에 관한 한 좌파정권이 해야 할 일을 朴 대통령이 대행해준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6. 한국의 보수층 일부, 그리고 좌파의 다수는 통일과정에서 한미동맹을 해체, 통일 한국이 중립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북한의 연방제도 통일국가의 중립화, 김대중도 1971년 대통령 선거 때의 ‘4대국 보장론’ 이후 중립화 통일을 주장해 왔으며 지금도 상당수의 정치인이 동조한다. 중립화의 다른 이름인 ‘美中(미중) 사이의 균형자론’도 먹힌다. 여기에 “미국은 쇠퇴하고 중국은 떠오르니까 중국 편에 서야 한다”는 잘못된 大勢論(대세론)과 뿌리깊은 親中事大主義的(친중사대주의적) 전통이 결합된다면 ‘중립화 통일론’은 큰 힘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朴 대통령의 親中反日(친중반일) 노선은 이런 흐름에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할 것이다. 朴 대통령의 문제 많은 戰勝節(전승절) 참석에 언론의 비판이 전무하다시피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좌경화된 언론의 親中化(친중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7. 중국은 韓美(한미)동맹과 미군이 통일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이냐에 대하여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한국이 북한의 공격을 받았을 때 韓美연합군이 北進(북진)하는 것은 韓美(한미)동맹 조약상 중국이 반대할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북한정권이 무너질 때이다. 미군이 북한지역을 안정화시키기 위하여 들어가려면 유엔 안보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중국의 동의를 의미한다. 중국은 미군의 북한지역 장기주둔에 신경을 쓴다. 미군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접수나 해체를 위하여 북한으로 들어가는 것은 양해할 것이다. 중국은 한미동맹의 적용 대상이 대만에까지 미치는 것을 반대한다. 통일과정에서 북한주민들의 의사를 묻는 절차, 즉 투표를 통한 결정에 대하여도 반대한다. 티베트, 신강지역 등 소수민족에 미칠 수 있는 부작용을 생각하는 듯하다.

    8. 미국이 朴대통령의 訪中(방중)에 공개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고 하여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믿는 것은 순진하다. 미국이 반대하고 나오면 중국의 韓美(한미) 이간질에 넘어가는 것이 되므로, 또는 말려 봐야 소용이 없다고 체념한 상태이므로 참고 있는 것이다.
    한미동맹이 겉으로는 멀쩡한 듯하지만 속으로는 멍이 들었다.

    9. 전승절 행사 참가국의 핵심은 중국이 미국을 견제하기 위하여 만든 ‘상해협력기구(SCO)’ 소속이다. 상해협력기구는 2001년 7월14일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6개국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대항하기 위해 설립한 기구이다. 상해협력기구의 母體(모체)는 1996년 4월26일 중국 상해에서 중국과 접경한 舊소련 내 4국(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5국 정상(일명: 상하이 5개국)이 최초로 모여 회의를 개최한 데서 비롯됐다. 본격적인 상해협력기구의 출범을 앞두고 2000년 7월 타지키스탄 수도인 두산베에서 열린 회담에서 ‘상하이 5개국’ 정상들은 ‘두산베 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에서 5개국은 “亞太(아태) 지역에 구축될 (미국의) 전역미사일 방어(TMD) 체제는 지역 안정 및 안보를 해치고 군비경쟁을 촉발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독재자, 장기집권자, 그리고 국제수배자(국제형사재판소에서 체포영장을 발부한 수단 대통령) 모임처럼 되어버린 전승절 참석자 속에 중공군의 침략을 받은 한국의 대통령이 있었다는 이 사진 한 장이 두고 두고 미국 지도층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길 것이다.

    10. 오는 10월의 朴-오바마 회담에서 사드 배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배치를 공식화하든지 북한이 도발할 경우에 즉각 배치를 선언한다는 정도의 약속을 해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하여 한국은 북한을 핵무장 국가로 공인하지 않고 대응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사드 배치, PAC 3 배치, 선제공격 수단 확보, 고성능 재래식 폭탄으로 핵무기에 준하는 파괴력을 투사할 수 있는 무기 개발, 미국 핵 발사 잠수함의 한국 海域(해역) 상시 배치 등 종합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사드 배치 합의는 그 출발점이고 미국의 한국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시킬 수 있는 정책 수단이다.

    11. 朴槿惠 대통령은 선거를 위하여는, 즉 정권을 잡고 유지하기 위해선 거의 모든 것을 희생시킬 수 있는 사람이다. 때로는 중대한 國益(국익)도, 원칙도 포기한다. 세종시 건설로 국가기능을 분할하는 정책에 찬동한 것이라든지 아버지의 5·16 군사혁명과 유신선포에 대하여 사과한 것, 그리고 김정일을 만난 일 등이 대표적이다. 朴 대통령은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도 자신의 선거처럼 여길 것이다. 이 두 선거를 통하여 친북 좌파 성향의 정치세력이 주도권을 잡는 것을 반드시 막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두 선거에 이기기 위하여는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아야 한다. 親中反日(친중반일) 노선도 그런 선거 전략의 일환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잃는 것과 얻는 것 사이의 타산일 것이다.

    12. 북한의 南南(남남)이간질, 한국의 中北이간질, 중국의 韓美日 이간질이 3중으로 엮이어 돌아가는 가운데서 대한민국의 자유와 번영을 어떻게 유지 발전시킬 것인가?
    한국은 李承晩 대통령의 위대한 선택인 해양선진 세력 편에 계속 서 있어야 한다.


    李明博, 후진타오에게 “통일 후 미군은 더 북쪽으로는 가지 않을 것”

    朴槿惠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만나서 “앞으로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위하여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했는데 ‘비핵확’처럼 ‘평화통일’ 이란 단어의 해석이 각자 다르다. 한국이 말하는 ‘평화통일’은 헌법 제4조가 규정한 평화적 방법에 의한 한반도 자유화이다. ‘평화적 자유통일’이다. 북한정권이 말하는 평화통일은 평화적 방법에 의한 한반도 공산화이다. 중국은 ‘자주적 평화통일’이라고 하는데, 미국 등 外勢(외세)의 개입 없이 남북한이 스스로 결정하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韓中(한중)이 앞으로 논의할 ‘평화통일’이 중국 해석에 따라서 진행된다면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존폐나 位相(위상) 문제까지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한국이 중국을 설득하는 게 아니라 內政(내정)간섭을 자초하는 일이다.

    李明博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엔 고급 정보가 많다.
    특히 중국의 주석 및 총리와 나눈 대화가 흥미롭다.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에게 “한반도 통일 후 미군은 현재 주둔하고 있는 위치에서 더 북쪽으로 올라가지는 않을 것입니다”고 말했다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2012년 1월 9일, 정상회담이 끝난 뒤 후진타오 주석과 함께한 국빈 만찬 자리였다. 통상적으로 중국 지도자들은 공산당에서 승인한 준비된 발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공식 정상회담 자리에서는 속 깊은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 그동안 중국 頂上(정상)들과 나눈 의미 있는 대화는 대부분 비공개석상에서 이루어졌다.

    이날 만찬장에서 후진타오는 먼저 중국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중국 경제가 발전하고 있지만 중국 인민의 생활수준과 복지수준은 아직도 낮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뒤이어 남북한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후진타오에게 한반도 통일 문제를 이야기했다.

    “통일이 되면 한·중 양국은 1200킬로미터(1300킬로미터인데 당시 잘못 알고 발언했다)의 국경을 마주하는 가장 가까운 나라가 됩니다. 그렇게 되면 누구도 한·중 관계를 방해할 수 없습니다.”

    내 발언은 한국에 의한 한반도 통일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으로 그동안 중국에서는 금기시되는 내용이었다. 과거 한·중 정상 간의 대화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한반도 통일 후 미군은 현재 주둔하고 있는 위치에서 더 북쪽으로 올라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나는 통일 후 한반도에 주둔하는 미군 문제도 이야기했다. 이 발언은 두 가지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하나는 통일 후에도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며, 다른 하나는 통일 한국이 미군을 현재보다 더 북쪽에 주둔시키지 않도록 중국의 입장을 배려할 것이라는 의미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중국 정상과 한반도 통일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금기시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후진타오는 내 이야기를 별다른 반박 없이 듣고 있었다.>

    회고록에 따르면 2008년 취임 초에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만 해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미 동맹은 냉전의 잔재’라고 폄훼했다고 한다. 李 전 대통령은 <그러나 우리가 한·미 동맹을 강화하면서도 한·중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하자 중국이 이를 어느 정도 받아들인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중국 지도부는 한·미 동맹을 아직도 불편하게 여길지언정 그 존재를 기정사실로 인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중 관계의 가장 큰 난관에 대한 중국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그는 이를 중국의 의미 있는 변화로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韓美(한미)동맹의 강화와 한중관계의 발전을 동시에 이루려면 韓日(한일)관계가 안정되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 말기부터 악화된 한일관계는 한미동맹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계속)
    [조갑제닷컴=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