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도서 선정 주관 단체 상대로 소송 제기"선정 철회 기준도 없는데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


  • '종북(從北) 토크콘서트'로 물의를 빚고 국내에서 추방당한 재미교포 신은미(54)가 "자신의 책이 우수문학도서에 선정됐다가 취소된 것은 불합리한 처사"라며 이를 취소해달라는 행정 소송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지난 2013년 6월 신은미가 집필한 책을 '수필 분야 우수 도서'로 지정, 전국 도서관에 배포했으나 신은미가 잇단 친북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자 올해 1월 우수문학도서 선정을 취소했다.

    이어 문체부는 각 지역 도서관에 공문을 보내 "신은미가 지은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를 (우체국 우편을 통해)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복지부로 보내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신은미는 지난 4월경 "뚜렷한 선정 철회 기준도 없이 일방적으로 취소를 통보하고 책을 회수하는 건 부당하다"며 당시 우수도서 선정 주관 단체였던 '책 읽는 사회문화재단'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문체부는 "당시 우수도서 선정 취소 결정은 적법하게 이뤄졌고, 취소 고지는 주관 재단을 통해 진행됐기 때문에 행정 소송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 반공사상 투철한 집안에서 태어나 '친북 인사'로 돌변


    반공사상이 강한 집안에서 태어나 미네소타 주립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에 정착한 신은미는 재혼한 남편 정OO씨와 함께 2011년부터 최근까지 북한을 7차례 이상 다녀온 것으로 전해졌다.

    신은미는 자신의 방북 체험을 바탕으로 수필 형식의 '방북기'를 오마이뉴스에 장기 연재했는데, 이 책은 2012년 말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 : 내 생애 가장 아름답고도 슬픈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돼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에서 신은미는 "탈북자가 잡히면 엄한 처벌을 받지 않느냐는 질문에 북한 안내원은 '사실 무근이다. (남한 측)악선전이다'라고 답했다"고 밝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또 "북한 정권과 주민은 별개가 아니라 하나"라고 쓰는 등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태는 외면한 채 정권만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문체부는 2013년 6월 신은미가 집필한 책을 '수필 분야 우수 도서'로 지정했다. 당시 문체부는 "대구 출신의 보수적인 집안에서 태어나 반공 이념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 북한을 다녀와서 쓴 여행기라 공감을 갖게 하는 우수도서"라는 호평을 내린 바 있다.

    한 인터넷 판매 업체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1월 출간 이후 이 책은 지금까지 600여권 이상이 팔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 모든 게 문체부에서 명예로운(?) 훈장을 달아준 덕분이다.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문체부가 선정한 우수 도서라는 점에 과감히 책을 구입했다"는 독자 후기도 있었다.

  • ▲ '종북 논란'으로 검찰조사를 받고 추방된 신은미씨가 또 다시 평양을 방문한 사실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 연합뉴스
    ▲ '종북 논란'으로 검찰조사를 받고 추방된 신은미씨가 또 다시 평양을 방문한 사실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 연합뉴스



    '책 읽는 사회문화재단', 알고보니 전교조 협력단체


    문체부는 오래 전부터 민간 단체나 법인에 위탁, 해마다 '우수 문학 도서'를 선정해왔다. '우수 문학 도서'는 2012년까지 한국도서관협회에서 선정해왔으나, 한국도서관협회가 베스트셀러 위주로 우수 문학 도서를 선정한다는 비판이 나오자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체부 산하기관)는 지난 2013년 시민단체인 '책 읽는 사회문화재단'에게 선정 권한을 위임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책 읽는 사회문화재단'이 선정·발표한 '우수 문학 도서'를 권당 1,200부(아동청소년은 1,400부, 평론과 희곡은 600부)씩 구입해 아동·청소년·노인·장애인 복지시설, 대안학교, 교정시설 등 전국 약 3,000여 곳에 보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책 읽는 사회문화재단'은 "국민에게 정보-지식으로의 평등한 접근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2001년 6월 발족한 시민단체.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가 상임대표를 맡고 있으며 '대한출판문화협회' '문화연대' '한국작가회의'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 협의회' '어린이도서연구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학교도서관살리기 국민연대' '한국도서관협회' '한국출판인회의' 등 다수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단체로 참여하고 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한국작가회의' 등 좌파 성향의 단체들이 협력 단체로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책 읽는 사회문화재단'의 성격 또한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책 읽는 사회문화재단'은 과거 MBC '느낌표' 제작진과 함께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공익적 사업에 앞장서기도 했지만, 2002년 당시엔 다음(Daum)과 "우리는 문화대통령을 원한다"는 캠페인을 벌이는가하면, '제16대 대통령 선거' 출마 후보자의 문화정책에 관한 공개 질의서를 보내는 등 선명한 정치적 행보를 걷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