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하고, 화내고, 잊고, 또 당하고…

        당하고 화내고 벼르다가 잊어버리고 헤헤 웃다가 또 당하고…
    또 화내고 벼르다가 잊어버리고 헤헤 웃다가 또 당하고…
    우리는 늘 이렇게 살아왔다.
    정당한 응징 한 번 못 해본 채 우리는 북에 당하기만 했다.

       우리도 한 번 본때를 보여주자고 누가 섣불리 말했다가는
    대번에 “그럼 전쟁하자는 겨냐?”고 눈알을 부라린다.
    더러는 “그게 북의 소행이라는 증거가 어디 있느냐?”며 적반하장으로 우긴다.
    그러면서 그들은, 당해도 가만히 있는 게
    ‘평화’요 ‘통일’이요 ‘화해’요 ‘민족적’이라고 악쓴다.

     이번의 목함지뢰와 관련해 청와대는 북에 “사죄하고 책임자 처벌하라”고 요구했고,
    군 당국도 ‘혹독한 응징’을 예고했다. 당연한 반응이다.
    그러나 이게 또 얼마나 갈 것인지,
    작심삼일이라고, 얼마 안 있어 여야 정치권과 아는 티 내는 먹물들과
    지당한 말씀 좋아하는 친구들은 또
    “언제까지 5. 24 조치를 놓아둘 거냐?”고 시비하고 나설게 불을 보듯 훤하다. 

      그러니 너무 말을 앞세울 일이 아니다.
    주기적으로, 반복적으로 이랬다 저랬다 냉온탕을 오갈 바에야
    아예 냉온 간에 감당가능한 수준의 말을 하는 게 낫다.
    그러면 최소한 일관성이라도 있지 않겠나?
    자꾸 작심삼일을 되풀이하다 보니
    북도 “너희가 그러면 그렇지 뭐 보복?” 하고 우습게 보는 것이다.

       북은 우리 정치, 사회, 문화, 대중심리, 지식인 사회의 동향, 언론의 습관, 공무원 동향,
    여당 야당의 생리, 운동권 움직임을 너무나 훤히 꿰뚫어 보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자신하고 있다,
    “너희는 우리가 아무리 행패를 부려도 제대로 뾰족하게 대처하지 못하게 돼있어.
    더군다나 우리에겐 핵과 장사포와 화학무기 등 비대칭 무력이 있지”

      자, 어떻게 할 것인가?
    어제 <TV조선> ‘뉴스 판’에서 김동길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대책이 없어요. 늘 당하고 살아요…”
    대책을 세우지 말자는 뜻이 아니라
    우리의 이런 짜임새와 내부 상황으로는 그렇다는 뜻으로 들렸다.
    허허 어쩌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