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검찰 항소심 첫날부터 팽팽한 신경전
  •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 사진 연합뉴스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 사진 연합뉴스

    26일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김상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조희연(59) 서울시교육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검찰은 “조희연 교육감에게 1심에서 벌금 700만원을 구형했지만, 배심원 평결 결과 이보다 낮게 나왔다”면서, 1심 재판부의 양형 부당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발언(영주권 보유 의혹 주장)이 고승덕 변호사의 지지율에 나쁜 영향을 줬음을 인정하면서도, 그로 인해 낙선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1심 법원의 판단이유에 대해서도 일부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검찰은 “조희연 교육감이 반성을 하거나 자숙하는 모습이 부족하다”면서, “1심의 형은 대법원 양형기준을 보더라도 낮다”고 밝혔다.

    검찰은 피해자인 고승덕 후보가 처벌을 원하고 있다면서, 양형 부당을 뒷받침할 언론기사 등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덧붙였다.

    조희연 교육감측의 대응도 만만치 않았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 재판에 상당한 기대감을 나타냈다가, 뜻밖의 배심원 전원일치 유죄평결로 낭패를 본 조희연 교육감측인 항소심 진행에 앞서, 변호인단을 대폭 물갈이했다.

    특히 조희연 교육감은 1심 재판을 담당했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은 대거 제외시키고, 중량감있는 선거법 전문 변호사들로 변호인단을 새로 꾸리면서,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일각에서는 조희연 교육감이 막역한 사이인 민변 출신 변호사들을 빼고, 스타급 변호사들로 변호인단을 새로 구성했다는 점에서, 항소심 재판에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희연 교육감의 항소심 변론을 맡은 민병훈 변호사(54·연수원 16기)는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부분을 중심으로 무죄를 다툴 것”이라고 말하며, 변론준비기일 첫날부터 5명의 증인을 신청했다.

    조희연 교육감 측이 신청한 증인에는 고승덕 후보의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처음 제기한 최경영 뉴스파타 기자와 조희연 교육감 선거캠프 전략기획팀에서 일했던 심모씨 등이 포함됐다.

    변호인단은 서울시선관위가 조희연 당시 후보를 고발한 전후 사정과 구체적 내용을 판단하기 위해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나아가 변호인단은 최경영 기자의 의혹 기사가 얼마나 리트윗 됐고, 어느정도의 신뢰도를 갖고 전파됐는지 등을 확인하기위해, 트위터코리아(주)에 사실조회도 신청했다.

    변호인단은 “무죄를 주장할 수 있는 객관적 정황과 사실들이 많다”면서, “외국의 입법례, 후보자 검증과 관련된 위헌 결정 사례 등을 재판과정에서 적절히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검찰은 변호인단이 낸 증인신청에 모두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검찰은 “1심에서 이미 7차례의 공판준비기일과 나흘 동안 국민참여재판을 거쳤다”며, “선거관계자들을 다시 불러 새롭게 밝힐 부분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변호인단은 “캠프 공보팀장 등에 대한 1심 증인신문에서 일정상 충분하게 다루지 못한 부분들을 보충하려는 것‘이라며, ”공판준비기일에서 예상치 못한 쟁점이 나와 제대로 반론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받아쳤다.

    다만 변호인 측은 “1심에서 고승덕 후보가 말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고승덕 후보를 증인신청을 뜻을 밝히기도 했지만, 막판에 철회했다.

    재판부는 서울시선관위와 트위터코리아(주)에 대한 사실조회 신청을 받아들였지만, 변호인단이 낸 증인 채택 여부는 다음공판으로 미뤘다.

    조희연 교육감은 지난해 5월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고승덕 변호사(당시 서울교육감 후보)가 미국 영주권을 보유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조희연 교육감이 고승덕 후보의 낙선을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조 교육감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 ▲ 지난해 서울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던 고승덕 변호사. ⓒ 사진 연합뉴스
    ▲ 지난해 서울교육감 선거에 출마했던 고승덕 변호사. ⓒ 사진 연합뉴스

    1심 재판부는 배심원단의 평결을 고려해, 조희연 교육감에게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당초 1심 재판은 조희연 교육감에게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2월 조희연 교육감은 1심 재판에 앞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당시 검찰은 “배심원들이 서울시교육감 선거의 유권자들로 재판에 이해관계가 있고, 이들의 정치적 성향이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대의견을 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재판부는 검찰의 우려에 대해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청구할 권리와 이를 배제할 필요성을 비교해야 한다”며, “검찰이 우려하는 부분은 재판과정에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조희연 교육감의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받아들였을 때, 속칭 진보시민단체와 조 교육감 지지자들은 재판부의 결정을 ‘작은 승리’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재판 결과는 조희연 교육감의 기대에 크게 어긋났다.

    심리에 참여한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조희연 교육감의 혐의를 유죄로 평결했다. 선고형량에 있어서도 재판부와 배심원단은 의견이 일치했다. 7명의 배심원단 중 6명은 벌금 500만원을, 다른 한 명은 벌금 300만원을 양형의견으로 냈다. 조희연 교육감은 마지막까지 배심원단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조희연 교육감은 최후 변론에서 “개인의 운명이 아닌 미래 서울교육의 운명을 책임졌다고 생각해 달라”며 배심원단의 감정에 호소했다. 이어 조 교육감은 “사법정의를 바로 세운는 판단을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배심원단은 조희연 교육감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평결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조희연 교육감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고승덕 후보의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에 대한 사실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고 후보 측의 해명이 있은 뒤에도 같은 의혹을 수차례 공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라고 밝혔다.

    나아가 재판부는 “조희연 교육감이 기자회견 당시, 자신이 제기한 의혹이 허위사실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보이며, 자신의 발언으로 일반인들이 고승덕 후보의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사실로 믿게 돼, 낙선할 수 있다는 것도 충분히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상대 후보에게 객관적인 소명자료를 요구한 것은 참작할 사유가 있다”면서, “이 사건으로 고승덕 후보의 지지율에 영향을 준 것은 인정되지만, 그것으로 낙선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희연 교육감에게 선고된 벌금 500만원이 확정된다면 조 교육감의 당선은 무효가 된다.

    조희연 교육감에게 적용된 지방교육자치법은 공직선거법을 준용하고 있으며, 허위사실 유포죄의 법정형량은 7년 이하의 징역 혹은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현행법상 후보자 본인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이 형이 확정되면 그 즉시 직을 잃는다.

    국민참여재판을 통한 무죄판결을 내심 기대했던 조희연 교육감은 재판 직후, 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에게 유죄평결을 내린 배심원단을 “법을 모르는 비전문가들”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하하면서, 물의를 빚었다.

    조희연 교육감 변론을 맡은 민병훈 변호사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으로, 2007~2008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재임 시절,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체 헐값 발행 사건 1심을 맡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력이 있다. 법복을 벗은 뒤에는 최태원 SK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의 변론을 많이 맡았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석에 앉은 조희연 교육감에게 발언 기회를 줬지만, 조 교육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희연 교육감 항소심 2차 공판준비기일은 다음달 10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