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교육감, 학력저하·역차별 논란에도 혁신학교 확대
  • ▲ 조희연 서울교육감. ⓒ 뉴데일리DB
    ▲ 조희연 서울교육감. ⓒ 뉴데일리DB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국민참여재판 1심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전임 곽노현 교육감과 마찬가지로 '혁신학교 확대'를 외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조희연 교육감의 '대못박기', '알 박기' 정책이 시작됐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판결과에 따라 직을 상실할 수도 있는 조희연 교육감이, 일선 학교 현장에서 논란이 되는 (혁신학교)정책을 강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혁신학교는 5년 전인 2010년 6.2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계기로 존재를 드러낸 이른바 '진보교육감'들의 공통공약이었다. 좌파교육계는 친환경 무상급식과 혁신학교를 앞세워 당시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선거에서 당선된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도, 취임과 동시에 혁신학교 정책을 밀어붙였다. 곽 전 교육감은 혁신학교 한 곳 당 연간 1억4천만원에 달하는 특혜성 예산을 지원하면서, 정책 확대에 공을 들였다.

    전교조를 비롯한 좌파교육계가 자신들의 이상을 구현할 공간으로 선택한 혁신학교는, '전교조 귀족학교'라는 꼬리표가 붙을 만큼 전교조 교사들의 환영을 받았으며, 곽 전 교육감 취임 초 20여개(서울지역 기준)에 불과했던 학교 수도, 2012년에는 60여 곳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혁신학교에 대한 인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혁신학교는 한때, 주변의 전세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 만큼, 학부모들 사이에서 인가를 끌었으나, 재학생들의 학력저하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학부모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실제 뉴데일리가 서울지역 혁신학교와 일반학교 재학생들의 학언성취도 평가결과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혁신학교의 학력퇴행 현상은 뚜렷했다. 특히 혁신학교 재학생들의 학력 저하 현상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심각했다.

    실제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6월 실시한 <2014년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내 고등학교 중 혁신학교 10곳의, 수업을 따라갈 수 없는 학생 비율은 서울시 평균의 2.3배, 전국 고교 평균의 3.6배에 달했다.

    혁신학교를 둘러싼 문제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일반학교의 3배 가까운 특혜성 예산지원에 따른 역차별 논란과 예산의 오남용 사실은, 혁신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기대감을 실망감으로 바꿔 놓았다.

    일부 혁신학교에서 벌어진 ‘돈 잔치’ 행태는 학부모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2013년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은,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2012년 혁신학교 정산서 통합지출부> 내역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형 혁신학교’는 예산을 물 쓰듯 썼다.
    특별예산(학교운영비)으로 교사실의 각종 책장이나 가구를 구입하는가 하면, 수백만원을 들여 학습자료 저장용 USB와 외장하드를 사서 교사들이 나눠 갖은 사실도 밝혀졌다.

    교무실 커피자판기를 구입하는데 특별예산을 쓴 혁신학교도 있었다. 이밖에도 여직원 휴게실 가스보일러 교체, 부장교사 워크숍 항공권 구입, 교직원 전체 체육복 구입 등 본래 목적과는 거리가 먼 곳에 특별예산을 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학생들에 대한 선심성 예산 집행 정황도 나왔다.
    일부 혁신학교에서는 학생용 티셔츠 구입에 특별예산을 수백만원씩 사용했다. 학생들의 생일축하용 떡케익 구입비용으로 매달 70~90만원을 사용한 곳도 있었다.

    ‘서울형 혁신학교’는 곽노현 교육감이 2011년에 도입한 [자율학교]의 한 형태로, 김상곤 교육감 취임 후 경기도에서 처음 시행한 제도를 모태로 하고 있다. 

    혁신학교는 위와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해를 거듭할 수록 학교 수가 늘고 있다.

    곽노현 전 교육감이 후보사후매수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의 확정판결을 받고 교육감 직에서 물러난 뒤, 후임 문용린 전 교육감이 혁신학교 추가 지정 및 예산 확대에 제동을 걸었으나, 새정치연합이 장악한 서울시의회에 발목이 잡히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곽노현 전 교육감의 정책 계승을 공언한 조희연 교육감이 취임하면서, 혁신학교 정책은 다시 힘을 받고 있다. 현재 서울형 혁신학교는 모두 88곳으로, 조희연 교육감은 올해 말까지 그 수를 100곳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조희연 교육감의 이런 모습은, 2011년 후보사후매수 혐의로 구속된 뒤, 1심에서 벌금 3천만원을 선고받고 풀려난 곽노현 전 교육감이, 교육감 직에 일시 복귀했을 때를 떠올리게 한다. 곽노현 전 교육감 역시 복귀와 동시에 혁신학교 확대에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2010년 교육감 선거 당시, 경쟁후보에게 후보 포기의 대가로 2억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면서, 당선무효 확정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던 곽 전 교육감이, 일시적으로 직무에 복귀한 뒤 혁신학교 정책을 밀어붙인 것이나, 1심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선고받은 조희연 교육감이, 혁신학교 확대 정책을 추진하는 모습은 상당히 닮아 있다.

    서울교육청은 지난 10일 예비혁신학교 22곳을 새롭게 지정했다. 이번에 서울 예비혁신학교에 선정된 학교는 독산고등학교 1곳과 상봉중학교, 성서중학교, 장안중학교, 휘경 중학교 총 4곳, 그 외 초등학교 17곳 등 모두 22곳으로 학교 당 1,000만 원의 예산과 강사 등의 인력이 지원된다.

    선정된 예비혁신학교들은 서울형 혁신학교로 전환하기 전 준비 단계로, 혁신학교에서 추진하는 민주적 학교 운영, 교육과정 혁신, 학교 공동체 문화 조성 등을 중점적으로 실시하고, 오는 10월까지 약 6개월 간 운영될 예정이다.

    이들 예비혁신학교는 혁신학교 프로그램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 3월 학교 구성원의 동의를 받아 혁신학교 지정을 신청할 수 있다.

    그동안 조희연 교육감은 라디오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교육 선진화를 위해서는 혁신학교 정책을 확대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조 교육감의 뜻과 달리, 혁신학교는 일선 학교 현장에서 학력퇴행과 특혜성 예산지원에 따른 역차별 등의 문제로 외면을 받고 있다.

    이는 지난해 서울교육청으로부터 '혁신학교' 지정을 받은 서울 중산고가, '학력저하'를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혁신학교 간판을 내린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현재 조 교육감이 확대하고 있는 혁신학교는 고비용, 공짜 체험학습, 단발성 선심성 예산 집행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매년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도 정확한 성과를 증명하지 못하고 있는 실험주의적 혁신학교를 추가 지정하고, 예산을 확대 지원하겠다는 것은 반드시 제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형곤 21세기미래교육연합 대표는, "조 교육감의 혁신학교는 말만 혁신이지 실제로는 혁신적이지 못하다. 창의형 교육을 한다고 하지만 학력신장에 무책임으로 일관하며 아이들을 방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