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선진화포럼 93차 월례토론회- 문화유산의 세계화>
    이상해교수님의 “문화유산의 세계화” 발표에 대한 토론

    문화의 소통, 세계의 소통

    박상미 /외국어 교수
  •  우선, 한국의 문화유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하는 과정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학문적으로, 그리고 관련 실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 오신 이상해교수님의 발표에 대해 토론할 기회를 가진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교수님께서는 우리 문화유산 관련 사업이 국내에서의 보존, 관리에 집중되어 문화유산을 매개로 한 국제적인 장에서의 문화교류와 협력에 눈을 돌리지 못했던 시기에도 국제화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의 초석을 마련하시는데 큰 역할을 하셨습니다. 오늘 발표도 그런 경험을 기반으로 오늘날 한국의 문화유산이 국제적인 맥락에서 어떤 측면을 중심으로 소개, 이해되고 있고, 이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학계와 정부가 해야 할 일의 방향을 제시하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발표자께서는 먼저, 유네스코의 세계유산협약(1972)에 담긴 철학적 기반의 설명을 통해 문화유산이 한 지역이나 국가, 민족의 소중한 자산일 뿐 아니라 인류가 공유하고 함께 지켜가야 할 것이며 바로 이러한 이유로 해서 유네스코의 목록 등재제도를 포함한 보호제도를 운영하고 국제협력을 강화해 갈 필요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와는 별개로, 협약 이전부터 문화재보호제도를 운영해 온 한국의 “문화재” 의 범주와 유네스코협약상의 “문화유산”의 그것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음을 설명하셨습니다.

특히, 유네스코의 목록 등재에서 고려되는 6개의 등재기준과 이를 충족시키는 한국문화유산의 예와 그 등재과정을 설명하셨는데, 이를 통해 우리 유산의 국제화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등재 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의 하나는 문화유산은 인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드러내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시에 문화유산은 그것이 만들어진 지역과 공동체의 독특한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런 이유로 문화유산은 그것을 만들고 보호해 온 공동체의 문화적 품격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러나 유네스코 등재가 그 자체로서 목표는 아니며 그 이후의 보호와 관리를 좀 더 체계적으로 하려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하신 점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이를 위해 좀 더 전문적인 인적 자원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운영도 따라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상해교수님의 발표를 통해 문화유산의 세계화는 한 국가의 대외적인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고,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길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세계유산협약을 기반으로 한 세계유산목록, 그리고 2003년 무형유산보호협약을 기반으로 한 인류 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의 유네스코 목록 등재사업은 사실 문화인류학 등의 학문적 견지에서 접근하거나, 문화상대주의, 문화다양성 등의 입장을 가지고 본다면 다소 무리한 측면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문화의 우수성을 평가하는 절대적 기준보다는 그 문화가 처한 환경적, 역사적 맥락 안에서 이해하자는 상대주의적 입장에서 “걸작”이나 “대표” 등의 명칭은 부담스럽고 불편한 것일 수 있습니다. 또한, 문화 간의 위계성을 바탕으로 할 수밖에 없는 목록 선정 제도는 그 운영 과정에서 평가자 개인이나 전문가 집단의 “권력화”의 문제도 피하기 어렵습니다.

목록제도에 대한 비판의 또 한 가지 갈래는, 유네스코가 유엔의 기구로서 국가를 단위로 하여 구성된 기구이므로 문화유산의 선정에 있어서도 국가를 단위로 하게 되어, 마치 문화의 경계가 국경과 일치하는 듯한 오해를 낳게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이 유네스코 유산사업의 근본 취지는 아니며, “다국가 공동등재”를 권장하는 등으로 보완과 해결을 모색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네스코 등재에 있어 과열된 경쟁은 종종 국가 간 문화소유권의 문제, 문화 원조 논쟁까지 불거져 문화유산의 보호에 있어 국제 협력과 이를 통한 평화의 실현이라는 유네스코의 근본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내적으로도, 국가를 단위로 등재 신청을 하는 체제에서 지자체나 유산 관련 공동체가 관련 유산을  국가의 등재 신청 종목으로 선정되게 하기 위해 과도한 경쟁을 벌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유네스코의 목록 제도는 긍정적인 효과도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목록제도는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켜 유산의 가시성을 제고하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고 이것이 국가의 정책적 지원으로 연결되는 현상은 여러 나라에서 매우 보편적으로 나타납니다. 아마도 이 점이 유네스코가 목록 제도의 부작용을 인지하면서도 그것을 유지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유네스코를 중심으로 한 목록제도의 운영은 또한 문화유산을 매개로 한 국제적 소통과 이해의 증진을 돕는 데 큰 역할을 해 왔습니다. 목록 등재 신청의 준비와 심사, 결정 과정을 통해 세계 많은 곳의 문화유산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이해와 소통이 증대되게 되었습니다. 이는 곧 문화의 소통을 통한 평화 증진이라는 유네스코의 기본 이념에 충실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상해교수님의 발표에서 강조된 것처럼, 문화유산은 인류 공동의 자산이며, 이의 보호를 위해 국제 협력이 절실하다는 것은 보호역량에 있어 국가 간의 편차가 극심하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적원조 (ODA)예산은 매우 빠른 속도로 중가하고 있는데, 문화유산 분야의 ODA는 해당 지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정확하고 심도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타국에 존재하는 문화유산의 보호가 곧 우리 후손들에게도 인류 전체의 문화다양성을 지속적으로 향유하게 해 주는 길임을 생각할 때 문화유산 ODA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 자신의 문화유산을 세계에 좀 더 잘 알리는 방식의 국제화와 더불어, 보호역량의 부족으로 위험에 처한 문화유산의 보호를 위한 국제협력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우리의 문화 역량을 높은 수준에서 보여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이상해 교수님의 발표를 통해 문화유산이 우리가 국제적으로 소통하는 데 가지는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