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은 떠나면 그만,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가
  • ▲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을 비롯한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들이 16일 오전 서울시 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국내 첫 고교 자유학년제인 '오디세이 학교' 시범 운영에 대한 기본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을 비롯한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들이 16일 오전 서울시 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국내 첫 고교 자유학년제인 '오디세이 학교' 시범 운영에 대한 기본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감 조희연)이 발표한 고교 자유학년제 ‘오디세이 학교’ 정책과 관련돼, “검증되지 않은 실험주의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16일 발표한 ‘오디세이 학교’는 서울지역 중학교 3학년 학생 가운데, 희망자 40명을 선정해, 이들을 일반 학교가 아닌 대안교육기관 등에서 1년간 교육한 뒤, 원래 배정받은 고등학교 2학년으로 복교시키는 제도다.

    서울교육청은 올해 5월 교육과정을 시작해 1년간 운영한 뒤, 그 성과를 보고 제도를 확대 적용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규 학교교육에 비정규 교육인 대안학교의 교육과정을 결합시키는 것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숨겨진 적성과 소질을 계발하고, 직업에 대한 탐구의 기회를 갖도록 여유를 주겠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대안학교는 정교 학교교육의 틈새를 메우는 보조제는 될 수 있어도, 전체 공교육의 모델이 될 수는 없고, 이런 교육실험 추진에 앞서 반드시 선행됐어야 할 사회적 합의나 공론화 과정이 크게 부족하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파괴적인 교육실험이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위탁교육을 진행할 대안교육기관 선정, 교사 및 강사 임용, 교육과정 계획안 확정 등에 있어 학교 안팎의 현장 목소리를 얼마나 수렴했는지도 의문이다.

    서울교육청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공교육 관계자 초청 간담회와 대안교육기관 초청 공개 간담회, 민간 교육운동 전문가 자문회의 등을 각각 연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공교육 관계자 초청 간담회가 누구를 대상으로 몇 회나 열렸으며, 그 결과가 어떠했는지에 대한 내용은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

    대안교육기관 초정 간담회나 민간 교육운동 전문가 자문회의의 구성과 인적 분포, 회의 결과와 관련된 사안이 공개되지 않은 점도 의문이다.

    고등학교를 넘어서 경쟁사회에 발을 내딛어야 할 학생들의 미래를 담보로 하는 교육실험이라면, 다른 어떤 정책보다도 더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공론화 과정과, 의견수렴,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 그룹에 의한 체계적인 연구가 선행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절차와 단계를 사실상 무시한 채, 정책을 졸속추진하고 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대학 진학과 다른 길을 선택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위한 산업정보학교가 이미 운영 중이고, 이들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상황임을 고려할 때, 교육과정이나 내용이 중복되는 새로운 교육실험을 위해 교육청의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더욱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오디세이 학교 정책 전반을 기획·조정할 민간 전문가를 채용하겠다는 방침도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검증되지 않은 교육실험 전반을 기획하고 조정할 전문가라면 학교 밖 인사일 가능성이 높고, 이 정책이 친전교조 성향의 조희연 교육감 체제에서 추진된다는 점, 속칭 진보를 자처하는 좌파교육계 인사들의 경우 학교 안 정규교육보다는 학교 밖 비정규교육 시스템에 강한 매력을 갖고 있는 점, 대안교육기관 종사자들의 경우 속칭 진보적 색채가 강하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교육청이 채용할 민간전문가는 친전교조 성향의 좌파 교육운동가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오디세이 학교는 그 취지와 달리, 친전교조 성향의 이념교육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제2의 혁신학교가 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교육계 안에서도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안양옥, 이하 교총)와 서울특별시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유병열)는, “기존 고교 체제나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새로운 학교유형과 교육과정을 만들면서 현장타당성을 고려하지 않는 등 혁신학교와 같은 모험적 실험주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교총은 “중학교 자유학기제 시행에 따른 성과 분석이나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또다시 이와 유사한 고교 자유학년제를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시범운영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교총은 오디세이 학교를 거친 학생들이 나중에 대학진학을 원할 때, 내신성적 산출 등에 있어 다른 학생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교총은 조희연 교육감이 오디세이 학교를 졸속추진하고 있다며, 교육청의 준비 미흡과 절차적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서울교육청은 이달 4일부터 11일 사이 7주일간 위탁교육 협력기관 신청을 받고, 20일 선정결과를 통보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에 대해 교총은 “정부가 추진 중인 ‘중학교 자유학기제’조차도 다양한 인프라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서울교육청의 계획은 졸속추진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교총은, “짧은 기간 동안 협력기관과 교육청의 목표 공유, 교육과정 체계화, 담당자 연수 등이 모두 담보되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정책을 철회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교총은 “교육감은 임기가 되면 떠나지만 잘못된 실험주의 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 학부모, 학교 현장에 남는다”며, 사회적 합의 없이 졸속 추진되고 있는 오디세이 학교 정책의 전면 철회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