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류근일 칼럼>
     
    문재인 대표의 갈림길
     
    이부영씨 은퇴하며 지적한 통제 불능 강경파의 害黨은
    中道 개혁·국민 統合 노선이 執權 향한 길임을 일러준 셈
    黨內 근본주의자 떨쳐내고 良質의 진보로 이끌어야
      


  • 류근일
    ▲ 류근일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이부영씨가 지난 11일 정계를 은퇴하면서 남긴 말이 의미심장하다.

    "의장 시절 한나라당과 국가보안법 독소 조항 개정에 합의하고도 당내 강경파 반대로 무산된 게 가장 안타까웠다."

    그는 [정청래 현상]을 겨냥한 듯 "사이비 개혁파 하나가 해당(害黨) 행위를 했다"고도 했다.


이부영씨는 반(反)유신, 반(反)신군부, 진보주의 운동에서 그 누구에게도 꿀릴 이유가 없는 인물이다.
그런 그도 [대책 없는 강경파]에겐 꽤 시달렸던 모양이다.

강경파란 누군가?
중도 좌파 정도가 아니라 [아주 멀리멀리 가버린 좌파(far left)]를 말한다.
사상(思想) 자체가 그런 사례도 있고, 그저 말과 행동과 성정(性情)이 그런 사례도 있다.

 
  • 시정치민주연합의 새 대표 문재인과 강경파 최고위원들.
    ▲ 시정치민주연합의 새 대표 문재인과 강경파 최고위원들.

    사회운동의 역사엔 이런 강경파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1960~70년대엔 일부가 음지에서 그랬다.
    1980년대엔 주사파가 공공연하게 설쳤다.
    문제는 극좌 과격파가 아닌 선배 동료들이 이들을 통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런 선배 동료들을 그들은 그저 [덜 익은 과일]처럼 취급했다.
    이래서 선배가 후배에게 치이고, 교수가 학생에게서 엿 먹고, 어른이 애들에게 터지는 [홍위병 풍조]가 일었다.
    [천하(天下)의 이부영]도 은퇴할 때나 그렇게 강경파를 비난했지 현장에 있을 때는 "당내 교조주의를 추방하자"고 딱 부러지게 지르지는 않았다.
     
    강경파의 문제점은 그들의 지나친 언동으로 그들이 몸담은 진영 전체가 막대한 손실을 입기 일쑤라는 점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는 TV 토론에서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려고 나왔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독설(毒舌)은 문재인 후보를 떨어뜨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석기 일당의 극좌 과격 노선도 그들 자신의 자살골이 되었을 뿐 아니라, 그들과 연대했던 야당마저 스타일을 구기게 만들었다.
  • 공산주의와 파시즘도 결국은 강경 광신(狂信) 집단이 자신들에게도 남에게도 재앙을 초래한 잔혹사(殘酷史)였다.
    이 좌우 전체주의의 공동 조상(祖上) 격인 프랑스혁명의 강경파 자코뱅당(黨)도 지나친 공포정치로 혁명을 타락시키고 나폴레옹 쿠데타를 불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