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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류근일 칼럼>문재인 대표의 갈림길이부영씨 은퇴하며 지적한 통제 불능 강경파의 害黨은中道 개혁·국민 統合 노선이 執權 향한 길임을 일러준 셈黨內 근본주의자 떨쳐내고 良質의 진보로 이끌어야
- ▲ 류근일
"의장 시절 한나라당과 국가보안법 독소 조항 개정에 합의하고도 당내 강경파 반대로 무산된 게 가장 안타까웠다."
그는 [정청래 현상]을 겨냥한 듯 "사이비 개혁파 하나가 해당(害黨) 행위를 했다"고도 했다.이부영씨는 반(反)유신, 반(反)신군부, 진보주의 운동에서 그 누구에게도 꿀릴 이유가 없는 인물이다.
그런 그도 [대책 없는 강경파]에겐 꽤 시달렸던 모양이다.강경파란 누군가?
중도 좌파 정도가 아니라 [아주 멀리멀리 가버린 좌파(far left)]를 말한다.
사상(思想) 자체가 그런 사례도 있고, 그저 말과 행동과 성정(性情)이 그런 사례도 있다. -
- ▲ 시정치민주연합의 새 대표 문재인과 강경파 최고위원들.
사회운동의 역사엔 이런 강경파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1960~70년대엔 일부가 음지에서 그랬다.
1980년대엔 주사파가 공공연하게 설쳤다.
문제는 극좌 과격파가 아닌 선배 동료들이 이들을 통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런 선배 동료들을 그들은 그저 [덜 익은 과일]처럼 취급했다.
이래서 선배가 후배에게 치이고, 교수가 학생에게서 엿 먹고, 어른이 애들에게 터지는 [홍위병 풍조]가 일었다.
[천하(天下)의 이부영]도 은퇴할 때나 그렇게 강경파를 비난했지 현장에 있을 때는 "당내 교조주의를 추방하자"고 딱 부러지게 지르지는 않았다.강경파의 문제점은 그들의 지나친 언동으로 그들이 몸담은 진영 전체가 막대한 손실을 입기 일쑤라는 점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는 TV 토론에서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려고 나왔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독설(毒舌)은 문재인 후보를 떨어뜨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석기 일당의 극좌 과격 노선도 그들 자신의 자살골이 되었을 뿐 아니라, 그들과 연대했던 야당마저 스타일을 구기게 만들었다.
이 좌우 전체주의의 공동 조상(祖上) 격인 프랑스혁명의 강경파 자코뱅당(黨)도 지나친 공포정치로 혁명을 타락시키고 나폴레옹 쿠데타를 불러왔다.이런 경험적 교훈을 돌아볼 때 이제 막 출범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도 이부영씨가 지적한 당내 강경파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집권 가능한 야당도 될 수 있고, 또다시 패배하는 야당도 될 수 있다.
문 대표는 어느 길을 선택할 것인가?
그는 당내 이념파(派)가 뽑아 올린 대표다.
따라서 그에겐 [강경파의 아바타]란 태생적 꼬리표가 붙는다.
그러나 어찌 됐든 그는 대표다.
그래서 그 자리가 부여하는 지휘봉을 쥐고 있다.
그 지휘봉을 휘둘러 야당을 이리로도 이끌 수 있고 저리로도 이끌 수 있다.
어디로 이끌 작정인가?
[이기는 쪽]으로 이끌겠다고 해야 말이 될 것이다.
어떤 게 이기는 쪽인가?
이부영씨는 그것을 "사이비 개혁파(강경파)가 해당 행위를 못 하게 하는 쪽"이라고 일러준 셈이다.그렇다면 [이기는 쪽]이란 결국 극좌 교조주의가 아닌 중도 개혁주의, 편향된 노선이 아닌 국민 통합 노선이란 암시일 것이다.
문재인 대표도 그의 저서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그런 생각을 내비친 적은 있다.'민주 진영이 국가와 애국이라는 가치에 관심을 덜 가졌다'
'통합을 말하면서도 편을 가르는 근본주의가 있었다'
'싸가지없는 진보를 자초한 게 아닌지…'라는 반성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다고 그가 갑자기 [중도(中道) 인사]가 되는 건 아니다.
그가 함께 활동해왔던 근본주의자들과 돌연 갈라선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도 아니고 또 믿기도 어렵다.
최근의 그의 [중도 행각]은 차기 대선(大選)을 의식한 연출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문 대표가 야당을 어떻게든 [이기는 쪽(중도)]으로 이끌 수 있기를 희망하는 여망은 분명히 높다.
진보적인 사람은 진보가 이기기를 바라기에, 보수적인 사람은 설혹 진보의 집권 차례가 다시 온다고 해도
양질(良質)의 진보가 들어서기를 바라기에 그렇게 희망하는 것이다.세상의 여망이 이런데도, 문 대표가 당내 근본주의자들을 끝내 떨쳐내지 못하고 그들에게 계속 잡혀 있다면?
그땐 대표 경선 때 박지원 후보를 지지한 세력이 치고 나와야 한다.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전통 야당의 중도 개혁주의는 좌파 근본주의에 녹아버렸다.
이젠 그 중도 개혁주의가 다시 살아나야 한다.
그런 야당이라야 집권 문턱도 넘볼 수 있다.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