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만 박정희 묘역 참배한 게 화제가 되는 나라
      
     문재인 새민련 대표가 국립현충원의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그러나 최고위원단은 참배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게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적국 아닌 대한민국의 야당 대표가 적국 아닌 대한민국의
    전(前) 대통령들의 묘역을 참배한 게 아주 특별한 화제가 되는 나라 대한민국.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정말 뭐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는 느낌을 지을 수 없다.
     
     왜 이렇게 됐는가? 답은 간단하다.
    민주화가 이루어졌는데도 여전히 과거의 원한에서 스스로 해방되지 못하거나
    해방되기를 거부하는 정신적 관성(慣性) 때문에 그런 ‘잘못된’ 현상이 지금껏 있는 것이다.
    이 관성은 김대중+김종필 연합(DJP)이나 노무현 류(類)의 정권이 들어서면 “민주화가 됐다.”고 말하다가도,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 류(類)의 정권이 들어서면 ”아니, 유신이 부활했다.“고 말한다.
     
     이 관성은 시간이란 변수를 빼고서 사고(思考)한다.
    그래서 지금(김영삼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여전히 유신시대/신군부 시대이고,
    자신들은 여전히 그 부활한 유신시대/신군부 시대의 피해자로 살고 있으며,
    그럼으로 국민/시민/민중이 들고 일어나 그것을 타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선 지금이 여전히 ‘식민지 반(半)자본주의 사회’이고,
    그래서 국민/시민/민중이 들고 일어나 그 체제를 타파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이에 비한다면 북한은 적어도 민족적 자주성이란 점에서만은

  • 남한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생각도 곧잘 한다.
    이게 이른바 NL(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라는 것이다.
 
 한국의 야당은 본래는 보수주의/자유주의 야당이었다.
그러다가 ‘김대중 민주당’은 1990년대부터 학생운동권 중에서도
NL 계열의 리더 급들을 ‘새 피 수혈’이라고 해서
집단적으로 스카우트해 들였다.
그런데 이게 양호우환(養虎憂患, 호랑이 새끼를 키워
화를 자초한 꼴)이 되었다.
이들이 오늘날에 와 “시시한 중도개혁 따윈 집어치워라, 본격 레프트로 가자”며
당을 아예 탈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숙주(宿主)로 실컷 이용해먹다가 잡아먹는 식이다.
 
  야당 대표가 이승만 박정희 묘역을 참배하지 못하거나 안 한 것은
바로 이들 1980년대 이래 오늘날까지에 걸쳐 당에 들어와 있는
‘레프트’ 증후군의 영향력, 그리고 그들의 철학 및 역사관 탓이었다.
그들의 철학과 역사관은 “이승만은 반(反)민족적 분단원흉이고,
박정희는 식민지 종속화를 더욱 심화시킨 장본인”이라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승만 박정희 묘역을 참배한다는 것은
감히 생각조차 해선 안 될 짓으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이승만 박정희 두 대통령들은 물론 공(功)과 과(過)를 다 가지고 있는
 ‘지극히 인간적인’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그 공은 보통의 공이 아니었다.
이승만은 대한민국을 건국했고, 박정희는 근대화/산업화를 성공시켰다.
이게 보통의 공인가?

 대한민국이란 나라와 그 안에서 사는 국민 개개인의 삶을 가능하게 한 바로 그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 삶은 여간 가치 있는 게 아니었다.
자유, 민주, 개인의 존엄성, 자유시장, 개방, 세계화, 정보화...등
모든 유의미한 것들이 다 이승만의 건국과 박정희의 산업화에 의해
그 인프라와 레일(철로)이 깔렸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걸 부인하고 그들의 묘역도 쳐다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적국 아닌 대한민국의 야당이 말이다.
살아생전이라면 싸우느라 그랬다 치더라도,
그들이 저 세상 사람이 된지 이젠 반(半) 세기가 넘고 4반세기가 넘었는데도
여전히 그들을 저주하고 매도하고 욕한다니.
이게 대체 대한민국의 역사란 기준에서 말이 되는가?
그들의 과(過)는 과대로 역사에 분명하게 기록해 두자. 그리고 새록새록 비판하자.
그러나 그들의 불후(不朽)의 공만은 그것대로 허심탄회하게 인정하고 평가하기로 하자.
야당 여러분, 이 말이 어디가 어떻게 틀렸나요?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