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비서실 새로 짜야
     
  • 세계일보가 보도한 ‘정윤회 국정관여설(說)’의 진실 여부를 가리는 일은 일단 검찰 수사에 맡겨졌다.
    따라서 본란(本欄)은 지금 시점에선 그 어떤 단정도 유보하기로 한다.

    그러나 한 가지 사항만은 우선 지적하고 넘어가야겠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보관하고 있는 공직자 감찰 문건의 ‘라면 박스 2개’ 분량이 외부로 유출되어 공무원들이 그걸 복사해서 자기들끼리 돌려보고... 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냐 하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이건 ‘정윤회 건(件)’과는 또 다른 ‘중대 사안(事案)’이 아닐 수 없다.
    무슨 대통령부(府)가 그렇게 허술한가?
    동네 구멍가게도 그렇게 구멍이 뻥뻥 뚫려 있진 않을 것이다.
 
하긴 그 덕택에 중요한 사실이 만천하에 폭로된 건 좋은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물론 그건 그렇다.
미국 국방성기밀문서가 뉴욕타임스 보도로 폭로된 결과 미국 국민의 ‘알 권리’가 충족되고 미국이란 나라의 자정(自淨) 능력이 살아있다는 게 입증되었다.
 
그러나 그 경우엔 ‘기밀문서’의 내용이 정확한지 그렇지 못한지에 대한 논란은 없었다.
반면에 이번 세계일보 기사의 ‘정확성의 정도’는 이직 규명되지 않았다.
적어도 검찰수사와 재판이 끝나기까지는.
폭로는 좋은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거기엔 “정확한 것이어야만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이번 사안(事案)이 ‘상황 끝’으로 완전히 정리되기 전이라도 이제는 해야 할 말이 있다.
이번에 거론된 청와대 비서실의 ‘문고리’들과 기타 거론된 높거나 낮은 사람들 전체가 일괄 사퇴해야 하지 않겠느냔 것이다.

“내가 무슨 죄가 있느냐?”고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법률적인 유무죄를 따지자는 게 아니다.
도의적인 자책(自責), 자괴(自塊), 자탄(自歎)을 하라는 것이다.
 “다 우리가 보필을 잘 못한 죄”라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 말만 그렇게 할 게 아니라 깨끗이 자리를 비워주는 게 옳겠다는 것이다.

비서실을 새로 짜야 하겠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든 틀린 말이든 오죽하면 ‘십상시’라는 욕설까지 돌아다니게 됐는가?
 
사실 여부는 차후에 속속 가려지겠지만,
어쨌든 이번 일로 청와대의 권위, 청와대의 신뢰도는 엄청난 상처를 입었다.
"청와대 안에서 정윤회 계열과 박지만 계열이 권력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설(說)까지 신문-방송에서 왕왕 기사화될 지경이었다면, 청와대의 체통은 금이 간 것이다.

이에 대해선 논란의 당사자들이 사실 여부 간에 뼈아픈 석고대죄를 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겠다면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그들을 물리쳐야 한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c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