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더 칠칠공(The 770)' 리더 김규연 "음원 판매로 닭 한 마리라도 사면 다행"


  • 한국판 비긴 어게인?

    영화 '비긴 어게인'을 보면 왕년의 명프로듀서인 댄(마크 러팔로 분)이 싱어송라이터인 그레타(키이라 나이틀리 분)을 만나, '뉴욕의 거리'를 스튜디오 삼아 노래를 부르고 녹음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들이 야전(野戰)을 택한 이유는 단순히 돈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사라져버린 아마추어리즘을 되찾는 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있었다. 돈을 벌고자 하는 게 아닌, 가슴 속에 타오르는 음악적 열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위해 과감히 거리로 나선 것.

    이 같은 원초적인 뮤지션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미국도 아닌, 머나 먼 한국에서 녹음실을 박차고 나와 정규 앨범을 찍어낸 ‘괴짜 뮤지션’이 탄생해 화제다. 이름하여 '더 칠칠공(The 770)'.

    영어와 숫자가 결합된 기묘한 이름의 이 밴드는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이하 울산과기대) 재학생들로 구성돼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밴드 구성원 모두가 '울산과기대'에 재학 중인 학생이라 멀리 갈 것 없이 교내에서 녹음을 진행했다는 이들은 녹음을 위해 대여한 장소를 앨범 이름으로 정하는 톡톡 튀는 행보로 기성 가요계에 도전장을 던졌다.

    앨범 이름이 'TMB 109'인데요. 이게 뭐냐하면 녹음을 진행한 강의실 이름이에요. Techno Management Building(TMB) 1층 9호 강의실(109호)의 약자죠. 하하. 지난 1년간 정이 들어버린 강의실을 '제 13의 멤버'로서 팀에 합류시키자는 의견에 멤버들 모두가 동의해 앨범 이름을 'TMB 109'로 정하게 됐습니다.


    '더 칠칠공(The 770)', 이름에 담긴 사연은?

    말만 들어도 '괴짜' 냄새가 솔솔 풍긴다.

    울산과기대에 이렇게 파격적인 학생들이 존재한다는 게 신기할 따름.

    '더 칠칠공'의 리더이자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김규연은 "팀 명인 '더 칠칠공(The 770)'은 자신의 이름 초성을 따 만들었다"고 밝혀 기자를 두 번 놀라게 했다.

    '770'이란 팀명은 제 이름의 초성을 따서 만든 겁니다. 초성만 따로 적으면 'ㄱㄱㅇ'이 되는데, 이 모양이 숫자 '770'과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해 'The 770'이란 이름을 짓게 됐습니다.


    이쯤되면 이들이 왜 이런 '돌발 행동'을 하고 나섰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질문을 던졌다.

    "왜 앨범을 내셨나요?"

    어느 날 이한솔이라는 학교 친구가 저에게 노래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했어요. 평소에 다 같이 알고 지내는 사이인데, 제가 음악을 취미로 만드는 걸 알고 있었어요. 아무튼 이런 요청이 들어와서 한 번 작업을 했던 것이 음원 출시로까지 이어지게 된 겁니다.


    한 마디로 '재미삼아' 시작했다는 건데.. 혹시 무슨 가요제 출전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재차 질문을 던졌다.

    "어디 출전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그런 건 아니에요. 이번 앨범에 참여한 분들 모두, 단순히 노래부르고 녹음하는 작업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모인 거예요. 무슨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고요. 그냥 다들 별 의미 없이 취미로 시작한 거죠.


    음...설마했는데 정말로 목표가 없었다.

    팀 이름만 봐도 '상업성'과는 전혀 거리가 멀고, '오디션 출전용'도 아니다.

    진짜 이들은 아마추어인 모양이다. 가슴 속에서 활활 타오르는 열정을 주체할 수가 없어 앨범까지 제작하고야만, '생날 뮤지션'이라고나 할까?

  • ▲ 공연 연습 중인 The 770 밴드  ⓒ뉴데일리
    ▲ 공연 연습 중인 The 770 밴드 ⓒ뉴데일리

    "돈 벌 생각 없어.. 그저 노래하는 게 좋아서 시작"

    그래서 일단 이들의 노래를 들어보기로 했다.

    음원사이트에 소개된 'The 770 - TMB 109'에는 총 8곡의 노래들이 담겨 있었다.

    '내 품안에(feat 강현주)' 'Just Another Day Here(feat 이한솔, 문주시)' '애먼 가사(feat 함준혁)' '서로의 끝(feat 황은혜)' 등 의미심장한 제목들이 눈을 사로 잡는다. 그런데 막상 플레이 버튼을 누르니, '차분한' 노래 일색이다.

    파격적인 펑크 음악을 예상했던 기자에겐 또 한 번 신선한 충격이 가해진 셈.

    원래 습작으로 만든 노래들이 많이 있었는데요. 그 중에서 다소 매니악한 장르를 하나씩 제하다 보니 결국 대중적이고 차분한 인디 음악들로만 그 범주가 좁혀졌어요.


    리더 김규연은 "모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따뜻한 파스텔 톤의 음악들로 앨범을 채웠다"며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첫 발'을 내딛고자 하는 포부가 이 앨범에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지극히 비상업적인 컨셉트를 가지고 이처럼 상업적인(?) 포부를 밝힌 김규연은 "초기 앨범 구상에는 메탈 장르의 곡도 수록돼 있었다"며 락에 대한 열정을 숨기지 않았다.

    'The 770'의 장르는 전형적인 모던 락이다. 차분한 멜로디 진행에 나른한 보컬의 목소리. 실험성과는 거리가 먼 음악이지만, 젊은이다운 풋풋함이 느껴지는 곡들이다. 특히 강의실에서 녹음한 노래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녹음 상태가 괜찮다는 점도 이 앨범의 장점으로 꼽힌다.

    김규연은 "비교적 조용한 강의실을 택해 녹음을 진행했다"며 "방음 시설이 전혀 안돼 있기 때문에, 밖이 조용한 시간대를 골라 녹음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학교가 산 깊숙이 위치해 있어서 워낙 조용한 편이에요. 그래도 밖이 시끄러우면 녹음 자체가 불가능하죠. 한번은 녹음을 하려고 다들 강의실에 모였는데 마침 그날이 축제날이라 밖이 무척 소란스러웠어요. 그래서 예정됐던 일정을 모두 취소한 적도 있습니다. 얼마전 라디오 방송에 나갈 기회가 있었는데 생전 처음으로 방음실을 봤어요. 고요하고 적막감이 느껴지는게, 뭔가 다르긴 다르더라고요.


    "음원 판매로 닭 한 마리라도 사면 다행"

    앨범 제작비로 300만원을 투자했다는 김규연은 "닭 한 마리라도 살 돈이 생기면 그걸로 족하다"는 여유를 보였다.

    스트리밍으로 음원을 한 번 들으면 1~2원이 떨어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단계에서는 닭이라도 살 수 있으면 성공이란 말을 저희끼리 한 적이 있어요. 투자한 돈 정도는 다시 거뒀으면 하는 바람은 있는데, 뭐 땡전 한 푼 못 벌어도 괜찮아요. 돈 벌려고 시작한 게 아니거든요.


    김규연은 "앞으로도 음악 활동을 계속하겠지만, 이 때문에 학업을 게을리 하진 않을 것"이라며 "연말에 쇼케이스를 갖는 게 당면한 제일 큰 목표"라고 밝혔다.

    일단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쇼케이스를 가질 예정이에요. 장소는 학교 측에 양해를 구해야겠지만, 장비는 다 저희가 준비할 겁니다. 공연을 위해 CD를 제작하는 건 단기 목표이고요. 앞으로도 꾸준히 활동을 하는 멋진 밴드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음은 '더 칠칠공'의 리더, 김규연씨와의 일문일답

    - 간단히 본인과 팀 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이름은 김규연. 'The 770' 밴드에서 작곡과 프로듀서를 맡고 있습니다. '770'이란 팀명은 제 이름의 초성을 따서 만든 겁니다. 초성만 따로 적으면 'ㄱㄱㅇ'이 되는데, 이 모양이 숫자 '770'과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해 'The 770'이란 이름을 짓게 됐습니다.

    저는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이하 울산과기대) 4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현재 기계공학과 컴퓨터 공학을 복수전공 하고 있어요.

    -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인가요?

    ▲네, 저희 학교 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공부 중입니다. 지금처럼 열심히 공부하고, 또 음악 활동도 함께 하는 게 제 꿈입니다.

    - 자, 본론으로 들어가서요. 수재들만 모인다는 울산과기대 재학생들이 뭉쳐 정규 앨범을 발매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음원은 지난 8월에 출시됐죠? 일종의 돌발 행동인데, 앨범을 내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어느 날 이한솔이라는 학교 친구가 저에게 노래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했어요. 평소에 다같이 알고 지내는 사이인데, 제가 음악을 취미로 만드는 걸 알고 있었어요. 아무튼 이런 요청이 들어와서 한 번 작업을 했던 것이 음원 출시로까지 이어지게 된 겁니다.

    - 그 분은 왜 노래를 달라고 했을까요? 혹시 무슨 가요제 출전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을까요?

    ▲그런 건 아니에요. 이번 앨범에 참여한 분들 모두, 단순히 노래부르고 녹음하는 작업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모인 거예요. 무슨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고요. 그냥 다들 별 의미 없이 취미로 시작한 거죠.

    - 보컬로 여러 학생이 참여했는데, 이들은 어떻게 섭외하게 된 거죠?

    ▲하하, 사실 보컬 연주자 분들 모두 한 동아리에서 섭외를 했어요. '피크(peak)'라는 동아리인데, 저도 여기에서 기타를 치고 있어요. 주위에서 부탁 받은 것도 있었지만, 제 스스로도 창작곡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어요. 그러던 차에 본격적으로 작곡을 하게 됐고, 이왕 하는 거 아예 앨범을 내자는 생각에까지 이른 거죠. 한 동아리에서 계속 섭외를 하다보니 거기 분들이 많이 오셨는데요. 하하. 동아리 운영진이 하자고 한 건 아니고, 제가 독립적으로 나선 겁니다. 코드가 비슷한 사람끼리 의쌰의쌰 뭉치게 된 거죠.

  • ▲ The 770 밴드의 리더 김규연씨  ⓒ뉴데일리
    ▲ The 770 밴드의 리더 김규연씨 ⓒ뉴데일리



    -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가요제 같은 데에 나갈 의향은 없으세요?

    ▲일단 그 정도 실력이 안되고요. 내부적으로 '가요제 나가자'는 얘기가 나온 적도 없습니다. 또 지금 시즌에는 나갈 만한 대회가 아무 것도 없어요.

    - 어차피 재미삼아 음악을 하는 거라면, 동아리 생활을 하니 학교축제 때 곡 발표하고 함께 즐기는 정도만 하면 되지 않나요? 왜 앨범까지 낼 생각을 하신거죠?

    ▲남들과 차별된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대부분 남의 곡을 카피하고 일정한 틀에 갇혀 연주를 하잖아요? 전 남의 곡을 따라하기보다 제 곡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다 녹음을 해보자는 얘기가 나왔는데, 남들처럼 디지털 신곡 1~2곡 내는 건 너무 식상해 보였어요. 그래서 과감하게 앨범을 내기로 결정한거죠.

    - 강의실에서 녹음하셨죠? 아니, 이런 곳에서도 녹음이 됩니까?

    ▲당연히 좋은 환경은 아니죠. 방음도 전혀 안되고.. 장비 같은 것도 가격 대비 성능이 괜찮은 것들을 위주로 구입한 것들입니다. 최상품이 아니란 얘기죠.

    - 주변 소음이 다 녹음될 수도 있는데..

    ▲학교가 산 깊숙이 위치해 있어서 워낙 조용한 편이에요. 그래도 밖이 시끄러우면 녹음 자체가 불가능하죠. 한번은 녹음을 하려고 다들 강의실에 모였는데 마침 그날이 축제날이라 밖이 무척 소란스러웠어요. 그래서 예정됐던 일정을 모두 취소한 적도 있습니다. 얼마전 라디오 방송에 나갈 기회가 있었는데 생전 처음으로 방음실을 봤어요. 고요하고 적막감이 느껴지는게, 뭔가 다르긴 다르더라고요.

    - 어쩔 수 없이 녹음할 때 음질이 약간 떨어질 수밖에 없겠군요.

    ▲단순히 녹음 환경 문제를 떠나 예산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기성곡을 들어보면 많이 아쉬움이 남죠. 그래도 그 상황에선 최선을 다했다고 위안을 삼고 있어요.

    - 이번 앨범은 디지털 앨범이죠?

    ▲씨디(CD)로도 제작할 예정인데, 정식 유통은 안 하고 소규모로 찍을 계획입니다.

    - 앨범 제작비로 총 얼마가 소요됐나요?

    ▲한 300만원 정도 들었습니다. 정말 아끼고 아꼈습니다.

    - 그럼 멤버들이 각자 지출을 했겠네요?

    ▲아니죠. 제가 리더를 하고 프류듀싱을 한다고 했으니, 전부 제 지갑에서 나왔죠. 부모님 도움도 받았고요.

    - 노력 끝에 지난 8월 정규 앨범 음원이 나왔죠? 지금까지 앨범 수익금이 얼마쯤 쌓였는지 궁금합니다.

    ▲8월 27일 정식으로 음원이 발매됐어요.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에 소개돼 있는 상태인데요. 현재까지 얼마나 팔렸는지는 알 수가 없어요. 당시 유통사 측에서 3개월 후에 정산을 해주겠다고 해서.. 아직은 3개월이 안됐으니 저희로선 알 도리가 없죠.

    - 혹시 돈을 많이 벌면, 제일 먼저 뭘 하고 싶으세요?

    ▲하하, 저희가 닭이라도 한 마리 살 수 있을까요? 수익 과정에 대해 조사해보니 스트리밍으로 음원을 한 번 들으면 1~2원이 떨어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단계에서는 닭이라도 살 수 있으면 성공이란 말을 저희끼리 한 적이 있어요. 얼마를 벌기보다는, 투자한 돈 정도는 다시 거뒀으면 하는 바람은 있죠.

    - 음반이라는 게 개인적으로 하고 싶다고 아무나 쉽게 낼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계약도 해야되고, 사이트에 음원을 띄우기 위해선 별도의 심사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음원 유통하는 방법을 찾아보니 뭔가 나오는 게 많이 있더라고요. 일단 큰 유통사에 관련 양식서가 있었어요. 거기에 저희 밴드 소개글과 음원 샘플을 올렸죠. 그리고 유통사 측과 미팅 일정을 잡고 계약서에 사인을 했죠. 그런 식으로 진행했습니다. 한 1~2주 내로 결정이 됐어요.

    - 혹시 집에서 걱정 같은 건 안하셨나요? 부모님 입장에선 아들이 잘 하던 공부를 때려치우고 음악에 올인할까 걱정을 하셨을 법도 하거든요?

    ▲저는 음악은 '평생 취미'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런 점을 사전에 충분히 말씀드렸죠. 물론 처음에는 부모님도 걱정을 하셨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신기하다고 생각하셨던 같아요. 음원이 나올 때가 되자, "어떻게 진행되고 있느냐?" "음원은 어디에서 구입하느냐"고 먼저 물으실 정도였어요.

    - 정말 음악 분야로 전향할 생각이 조금도 없으신가요?

    ▲이쪽은 너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제 직업은 전공 분야를 열심히 연구하는 쪽이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앨범 만큼은 정기적으로 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 롤모델이 있다면?

    ▲남성듀오 '페퍼톤스'를 꼽을 수 있죠. 멤버 2명 모두가 카이스트(KAIST) 전산학과를 졸업한 분들인데요. 이 중 이장원씨는 카이스트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음악 활동을 병행하고 있어요.

  • ▲ The 770 밴드의 리더 김규연씨와 기타리스트 이양하(좌)씨.  ⓒ뉴데일리
    ▲ The 770 밴드의 리더 김규연씨와 기타리스트 이양하(좌)씨. ⓒ뉴데일리



    - 얼마 전에 울산불교방송(박수진의 Healing & Feeling)에 출연하셨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만, 앨범도 나오고, 방송까지 출연했는데 주위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던가요?

    ▲아쉽게도 저희 멤버들도 방송을 못들었어요. 주위에 라디오란 기계 자체가 없거든요. 하하. 가족들은 마냥 신기해 하시죠. 심지어 참여한 저희들도 신기해 하고 있어요. 제가 음원 사이트에 올리겠다고 말했는데 정말로 올라갈 줄은 몰랐다며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죠. 주변 분들이 자진해서 음원도 사주시고 격려를 많이 해주셔서 힘이 난다는 멤버들이 많았어요. 이런 반응을 보면서 제 스스로 보람을 느끼게 됐죠.

    - 요즘 인기있는 영화 중에 '비긴 어게인'이란 영화가 있습니다. 원래 프로였던 뮤지션이 아마추어 정신으로 돌아가 새로 앨범을 제작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영화 속 주인공은 예산 문제에 부딪히자 녹음실을 벗어나 뉴욕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녹음을 진행하기로 결심하죠. "녹음실이 아니어도 좋다"는 아이디어 만큼은 'The 770' 과 동일한 것 같군요.

    ▲저는 영화를 안봐서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비슷한 느낌이 있네요.

    - 녹음실 빌리는 비용이 그렇게 비쌉니까?

    ▲사실 프로들이 녹음을 하면 얼마 들지 않을 수도 있어요. 이론적으로는 30~40분이면 끝나야 하지만 저희들은 여러 번 시도를 해야하거든요. 추가 비용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 강의실에 계란판 등은 붙이고 녹음을 했나요?

    ▲어렵게 빌린 강의실이라 감히 손을 못댔죠. 그냥 밖이 조용해질 때를 기다렸을 뿐입니다.

    - 악기는 모두 리얼로 했나요?

    ▲드럼만 미디로 작업을 하고, 나머지 일렉기타, 통기타, 베이스, 피아노, 실로폰 등은 저희가 직접 연주를 하고 녹음했어요.

    - 작곡 프로그램으로는 뭘 쓰셨나요?

    ▲작곡은 '기타프로'를 사용했고, 녹음할 때에는 '큐베이스'로 작업을 했어요. 큐베이스는 녹음 작업을 하면서 즉석에서 기능을 익히는 바람에 좀 어려움을 겪었죠. 다행히 아는 분 중에 오디오 엔지니어 공부를 하는 분이 계셨어요. 그래서 그 분에게 최종적인 마스터링을 부탁드렸죠. 기본적인 믹싱만 제가 하고, 나머지 추가적인 작업과 마스터링은 전문가 분께서 도맡아 해주셨습니다.

    - 기타를 꽤 오래치셨나봐요? 작곡도 틈틈이 해오셨던거죠?

    ▲한 10년 이상 기타를 쳤습니다. 맘대로 치다보면 멜로디가 떠오르는 경우가 있는데, 그걸 기록을 해두는 방식으로 작곡을 하게 됐어요. 이게 약간 그림과 같아서요. '기초 스케치'를 한 것들은 굉장히 많은데, 페인팅까지 다 마무리한 것은 이번에 발표한 8곡 밖에 없는거죠.

    - 수재들이 모인 학교이다보니, 그 안에서 경쟁도 치열하고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당할 것 같은데요. 김규연 씨는 상당히 건전하게 스트레스를 풀고 계신 것 같습니다. 이런 음악 활동이 공부에 도움이 되나요?

    ▲솔직히 음악 작업도 은근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웃음) '왜 소리가 원하는대로 안나오지?' '왜 녹음이 잘 안되지?' 하는 식이죠. 그래도 이건 즐거운 스트레스 잖아요? 작품을 끝내고 나면 성취감도 크고 아주 뿌듯하죠. 물론 음악 작업을 하는 그 자체가 즐겁기도 해요. 그 순간을 순수하게 즐기는 거죠. 이런 것들이 다른 스트레스를 푸는 데에는 도움이 되는 것 같긴해요.

    -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일단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쇼케이스를 가질 예정이에요. 장소는 학교 측에 양해를 구해야겠지만, 장비는 다 저희가 준비할 겁니다. 공연을 위해 CD를 제작하는 건 단기 목표이고요. 앞으로도 꾸준히 활동을 하는 멋진 밴드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조광형 기자 ckh@new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