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민련이 공산당 꼴 안되려면?강경파에 코 꿰인 야당은 이제 그만!
  • 강경파에 코 꿰인 야당은 이제 그만

      
  • 세월호 특별법이 타결되었건 말건, 이것을 둘러싼 최근의 정국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진로와 관련해 절실한 메시지 하나를 던졌다.
    “강경파에 코를 꿰인 야당, 아스팔트 세력에 끌려 다니는 야당은 안 되겠다”는 게 그것이다.
    당내에서 강경파를 제압하든지, 정히 안 되면 갈라서든지 해서라도 말이다.
    새민련 안에는 이미 강경파와 그 반대 쪽 사이에 격한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리기사 집단폭행 사건이 터지자 조경태 의원은 “김현 의원을 출당시키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자 정청래 의원은 “아니다. 조경태 의원을 출당시키라”고 맞받아쳤다.
  • ▲ 조경태 의원(좌)과 정청래 의원. 당내 중도개혁과 근본주의를 각각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이다.ⓒ뉴데일리 DB
    ▲ 조경태 의원(좌)과 정청래 의원. 당내 중도개혁과 근본주의를 각각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이다.ⓒ뉴데일리 DB

    이석기 체포동의안에 31명의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을 때도 두 의원은 정면으로 부딪혔다.
    “무기명 비밀투표 뒤에 숨지 말고 당당하게 커밍아웃하라”조경태 의원이 쏴 부치자,
    정청래 의원은 “새누리당 최고위원 같은 조경태의 조속한 징계를 바란다”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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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정도면 조경태 성향과 정청래 성향이 [아직도] 같은 당을 하고 있다는 건 엽기이고 외설이다.
    이 두 성향은 처음부터 [당원 동지]가 될 수도 없고 돼선 안 될 사이였다.
    그러나 어쩌다가 되었기에 지금 싸우는 것이다.
    당연히 싸워야 한다.
    각자가 생각하는 야당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그게 서로 너무 다르면 더 이상 같은 당을 할 필요가 있겠는지,
    치열하게 따지고 물어야 한다.
     
    이 싸움은 새민련 안의 [근본주의] 성향과 [중도개혁주의] 성향 의 다름을 반영한다.
    근본주의 성향은 386 운동권 출신들의 생각 같은 것이다.
    [민족해방(NL) 민중민주주의 변혁]이 그것이다.
    이들도 젊었을 때완 생각이 다소 달라지긴 했을 것이다.
    그러나 6. 25 전쟁영웅을 [민족반역자]라고 매도하고, 탈북자를 [변절자]라고 부르고, 한미 FTA를 [이완용 짓]이라 단죄하는 것을 보면, 그들이 옛날과 달라진 게 별로 없구나 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런 근본주의 성향과는 달리 조경태, 황주홍 의원 그룹, 민주당 정통파, 강경파를 나무랄 때의 문희상 의원 등은 386식 체제변혁론엔 찬동하지 않는 중도개혁 성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강(强)-온(穩)의 두 흐름은 각자 따로따로 있기도 하고, 한 데 합치기도 하고, 다시 갈라서기도 하는 우여곡절을 거친다.
    유럽 좌파도 처음엔 한 덩어리로 있다가, 사회민주당과 공산당으로 갈라섰다.
    사회민주당도 좌파와 우파로 더 세분되었다.
     
    이런 갈라짐은 자유와 평등, 생산과 분배, 이런 것들을 다루는 수단과 방법의 차이가 불러온 당연한 결과였다.
    전체주의 독재로 나가는 공산주의와,  어디까지나 자유 속의 평등을 추구하는 [민주적 좌파]
    [한 지붕 한 식구]는 고사하고 [한 지붕 두 식구]로도 살 수 없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100년 후, 공산주의는 자멸했고 [민주적 좌파]는 복지국가의 한 축(軸)으로 섰다.
     
    그렇다면 한국 야당과 [진보]의 경우는 어떤가?

    한국 전통야당의 정체성은 자유주의 야당, [충성스러운 야당](loyal opposition)이었다.
    그런데 386 NL 계열이 대거 몰려들면서 이 정체성은 깨졌다.
    좌(左) 클릭이 시작된 것이다.
    끝내는 진보적 자유주의, 중도 개혁주의마저 따돌린 [급진 아스팔트 주의(主義)]가 야당의 고삐를 휘어잡았다.
    4선 고참 의원조차 초재선 급진파의 서슬이 두려워 의원총회 가기를 꺼려했을 정도라 했다.
     
    그러나 급진파의 근본주의는 2000년대 시대정신과는 썩 맞지 않는 것이었다.
    국민적 보편성을 외면한 편협한 것이었다.
    이래서 야당은 [여론 지지도 18%]라는 [야생순(야당 생애 최악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 386 출신들은 야당이 6. 4 지방선거에서 진 것은 김한길-안철수 지도부의 우(右) 클릭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청래, 김현, 김영오, 김병권, 유병근] 라인은 우 클릭 아닌 무슨 기발한 클릭을 했기에 그토록 민심을 잃었단 말인가?
     
    새민련 안의 합리파는 그래서 이제 진실과 마주서야 한다.
    [합리]와 NL은 한 배를 탈 수도 없고, 타서도 안 된다.
    야당은 NL에 점거당하기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노동당 당수는  “영국을 바꾸는 것보다 노동당을 바꾸는 게 더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교조적 좌파를 이겨내고야 말았다.
    한국 야당도 그렇게 수술될 것이라고 믿고 싶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