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 줄을 선 내 등 뒤에서 들려온 따뜻한 말 한 마디

    "이럴 때는 좀 참아. 우리 생각만 말고 경찰관 입장에서 생각 해봐.
    그냥 기다리면 돼. 가만 좀 있어."
趙甲濟  

金南祚 시인이 몇년 전 詩人들과의 모임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白紙보다 나은 詩를 써라』 
   『아름다운 詩보다 아름다운 행위가 더 값지다』 
   『좋은 사람이 되어라』 
   
   이 마지막 말에 한 詩人이 물었다고 한다. 
   
   『좋은 사람이 어떤 사람입니까』 
   『좋은 사람이란 시민적 인격을 갖춘 사람입니다』 
   『시민적 인격이란 어떤 겁니까』 
   『매표소에서 줄을 서서 기다릴 때 온화한 얼굴로 묵묵히 기다릴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지요』 
   
   인천 아시안 게임 개막식을 본 뒤 군중과 섞여 나와서 검암 전철역으로 가는 셔틀 버스 출발지를 찾기 위하여 20여분간 헤맸다. 경기장이 워낙 크고 안내 표시가 정확하지 않았다. 검암行 버스 출발지엔 이미 길다란 줄이 이어져 있었다. 맨 뒤에 섰다. 내 뒤로 곧 줄이 길어졌다. 셔틀 버스가 도착하면 순서대로 타는데 내 차례가 오는 데 30분은 걸릴 것 같았다. 
  
   이때 한 셔틀 버스가 줄 앞에 서지 않고 줄의 뒷 부분에 정차했다. 통제하던 경찰관이 버스와 가까운 쪽에 있는 뒷줄 사람들을 태웠다. 먼저 와서 줄을 선 사람들 속에서 불평이 쏟아졌다. 30대로 보이는 여성분이 경찰관에게 달려가 불평을 하곤 줄로 돌아 왔다. 남편이 그녀를 타이르는 말이 내 귀로 들어왔다. 
  
   "이럴 때는 좀 참아. 우리 생각만 말고 경찰관 입장에서 생각해 봐. 그냥 기다리면 돼. 가만 좀 있어."
  
   그 말을 들으니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던 내 마음도 편해졌다. 먼저 줄을 선 사람 입장에선 억울하지만 경찰관은 적절한 조치를 취한 셈이다. 혼란을 피하려고 줄을 가운데서 끊은 뒤 버스와 가까운 사람부터 태운 것이다. 그러지 않고 멀리 앞에 있는 사람을 불러 타게 했더라면 사람들이 버스를 향해 달린다고 줄이 무너졌을지 모른다. 
  
   "우리 생각만 말고 경찰관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 그것이 소통이고 배려이며 시민적 人格(인격)일 것이다. 그런 이가 바로 김남조 시인이 말한, <매표소에서 줄을 서서 기다릴 때 온화한 얼굴로 묵묵히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다. 
[조갑제닷컴=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