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당은 '황주홍 조경태 노선'으로 가야



  • ▲ 류근일 본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 류근일 본사 고문/전 조선일보 주필ⓒ

    "우리 당 사람들은,
    우리 혼자 정치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여야 협상 대표가 아무리 합의해도
    우리 마음에 안 들면 거부하고 파기해 버린다"

    "새누리당을 의회 정치의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고
    타도와 섬멸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만 같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황주홍 의원이 한 말이다.

    오늘의 한국정치와 야당 상황을 가장 실감나게,
    그것도 여당이 아닌 야당 의원의 입을 통해
    축약(縮約)한 명언(名言)이다.

    이걸 마디마디 풀이해 보면
    야당을 위한 [가이드 북]을 쓰는 폭이 될 만하다.


    첫째 대목.

    “우리당 사람들은 우리 혼자 정치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이건, 야당이 특정 이념세력, 특정 운동세력의 헤게모니로 넘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의 이념과 운동은
    “우리가 정의를 독점한다.
    고로, 우리에게 반대하는 것은 불의(不義)다”
    라는
    턱없는 우월의식에 절어 있다.
    그래서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
    [혼자 정치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둘째 대목.

    “여-야 대표가 아무리 합의해도 우리 마음에 안 들면 거부하고 파기해 버린다”.

    그들의 이념과 운동은 의회정치를 [원칙]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이용수단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자기들한테 이로울 때만 [의회정치]이고,
    이롭지 않을 때는 파투를 내는 것이다.
    자기들의 이념과 운동이 의회정치보다 높다는 식이다.
    따라서 그들의 준거(準據)는 의회정치에 있지 않고
    그것에 매이지 않는 자기들 내부의 [쑥덕쑥덕]에 있다.

     셋째 대목.

    “새누리당을 의회정치의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고 타도와 섬멸의 대상으로 여긴다”.

    당연한 이야기다.
    그들의 이념과 운동은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정부 류(柳)는
    역사의 경기장으로부터 쫓아내야 할 구악(舊惡)으로 간주하지,
    경기(競技)를 함께 할 정당한 상대 선수로 인정하지 않는다.
    [대선불복적] 속생각인 셈이다.
    근래 건국대통령 이승만을 비롯해,
    한국 현대정치사 66년이 그토록 지나칠 정도로 폄하되는 것도,
    다 비슷한 현상인 것이다. 

    이런 점들을 돌아볼 때,
    황주홍-조경태 의원, 기타 이들과 행동을 함께하는 의원들이야말로
    제1 야당의 새 모습이자 본모습으로 새삼 부각돼야 한다.

    한국의 제1 야당은 급진 변혁(變革)주의로 일탈하지 말고
    미국 민주당 류(類)의 [리버럴 개혁] 정도로 자리매김 해야 한다.
    자유주의와 온건진보의 양안(兩岸) 사이에서 국민적 보편성을 확보할 때
    새민련은,
    비로소 집권 가능하고 집권 자격이 있는 수권(授權) 야당으로서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다.

     황주홍-조경태 의원 등이 지금 그 길을 선도하고 있으나,
    그들이 급진 변혁파와 함께 붙어있는 한
    그들의 외침은 [파묻힌 함성]이 될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그들을 향해 “급진 변혁파와 당장 갈라서라" 요구하기도 어렵다.
    될성부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이,
    만약 급진파와 섣불리 합치지 않고 자기 길을 계속 갔더라면,
    지금처럼 죽도 밥도 아니게 되진 않았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