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중심으로 조직개편..겉으론 ‘와해’, 속으론 ‘내실 다지기’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교육부가 제시한 전임자 복귀 시한인 21일까지 70명 가운데 39명을 복귀시키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17일 오전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무실 모습.ⓒ 사진 연합뉴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교육부가 제시한 전임자 복귀 시한인 21일까지 70명 가운데 39명을 복귀시키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17일 오전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무실 모습.ⓒ 사진 연합뉴스



    법원의 법외노조 판결 직후부터, 반정부투쟁을 벌여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핵심 쟁점사안인 노조전임자 복귀와 관련돼,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전교조는 전임자 70명 중 31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 전부를 이달 21일까지 학교로 돌려보내겠다고 17일 밝혔다.

    교육부가 복귀를 명령한 전교조 전임자는 모두 72명이지만, 충북과 제주에서 각각 1명씩 두 명의 전교조 전임자가 이미 학교로 복귀했다.

    전교조는 이날 서울 서대문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와의 갈등으로 노조 전임자들의 대량 해직이 예고되는 상황이라면서, 무차별적 해직을 막기위하 교육지책으로 일부 전임자들의 현장복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39명의 전교조 전임자는 교육부가 지정한 복귀시한인 이달 21일까지 원래 학교로 복귀한다.

    나머지 31명의 전교조 교사들은 21일 이후에도 본부와 각 지부에 남는다.
    전교조에 따르면 본부 잔류 전임자는 10명, 각 지부 잔류 전임자는 21명이다.

    전교조는 본부와 각 지부에 남기로 한 전임자들을 중심으로 대정부투쟁 및 각종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전교조 잔류 전임자들의 신분은 조만간 ‘해직교사’로 바뀔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전교조의 일부 전임자 잔류 결정 자체가 교육부의 지시를 정면에서 어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21일까지 모든 전교조 전임자의 원래 학교 복귀를 명령하면서, 이를 어기는 교사는 해임에 준하는 직권면직 처분을 내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따라서 전교조가 끝까지 일부 전임자 복귀를 거부한다면, 해당 교사들은 직권면직 처분을 비할 수 없다.

    이 경우, 교육현장의 혼란과 갈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전교조는 교육부의 직권면직 처분을, 대정부투쟁의 빌미로 삼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때문에 전교조가 법외노조 판결에 대한 일반시민의 관심을 되돌리기 위해 대량해고를 ‘유발’하는 [고육책]을 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다른 한편, 학교로 돌아간 전교조 전임자들이, 조합 안에서의 현재 신분과 직책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실제 전교조의 역량이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겉으론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지만, 속으론 조직체계를 학교 현장 중심으로 개편해, 정부와의 장기 투쟁에 대비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이런 점에서 전교조가 조직을 재정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실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미 전교조는 활동방향과 조직운영 방안 마련을 위해 이달 중 대규모 TF팀을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학교 현장으로 돌아간 전교조 전임자들이 종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 교육부는 이를 제재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젼교조가 ‘고육책’과 ‘위장술’로 정부를 기만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현장으로 복귀하는 전교조 교사들에 대한 우려는 전교조 간부들을 대하는 일선 학교장들의 태도를 안다면 어렵지 않게 이해 할 수 있다.

    일선 학교에서 전교조 지부 소속 간부는, VIP 대접을 받는다.
    학교장들은 자신의 학교에 전교조 지부 간부가 있는 경우, 해당 교사의 비위를 건들지 않게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다.

    전교조 지부 간부의 눈 밖에 난다면, 학교 운영에 있어 전교조와의 갈등은 피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학교장은 전교조 교사들의 눈치를 살피며 보수 성향 일간지의 구독을 기피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현장에 복귀하는 전교사 교사가 ‘전임자’ 신분이라면, 학교장이 받는 심리적 부담은 말할 것도 없다.

    전교조 지부 간부보다 서열이 높은 전임자를 상대로, 제대로 된 지휘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교장은 거의 없다.

    학교로 돌아간 전교조 교사가 합법적인 울타리 안에서, 오히려 더 안전하게 기존 업무를 계속 수행할 수도 있다는 견해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전교조는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비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교육부의 무자비한 대량해직을 막기 위해, 부득이 일부 전임자들의 학교 복귀를 결정했다면서, 안타까움을 표했다.

    전교조 주변에서는, 일부 전임자의 학교 복귀로 조직의 힘이 크게 약화될 것이란 말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전교조 전임자들이 현재 직책과 역할을 그대로 유지한 채 학교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전교조의 힘이 생각만큼 위축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교육부는 21일까지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다만, 21일 이후에도 복귀를 거부하는 전교조 전임자들에게는 각 시도 교육청이 인사위원회를 열어 해당 교사들을 직권면직할 것을 재차 요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