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 빠진 한국 돕고 싶어요" 내한 공연 결심"피해자 분들에게 작은 위로 드리고파" 수익금 기부키로



  • Somewhere over the rainbow Way up high….


    인형처럼 자그마한 소녀의 입에서 ‘썸웨어 오버 더 레인보우’가 흘러나오자 순간 좌중이 조용해진다. 윗니가 앙증맞게 빠진 꼬마 아이가 걸어 나올 때만 해도 시끌벅적했던 무대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정적이 감도는 가운데 여기저기에서 훌쩍이는 모습이 보인다. 심사위원 ‘아만다 홀덴’은 어느새 눈가가 촉촉해졌다. 

    반주도 없이 울려 퍼진 소녀의 노래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우뢰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마치 톱클래스의 가수가 노래를 마친 듯 관중들은 아낌없는 환호를 보내며 ‘천상의 목소리’를 들려준 소녀에게 감사를 표했다.

    독설가로 유명한 심사위원 사이먼 코웰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입을 열었다.

    네 노래는 정말이지 너무나 환상적이었단다(I thought you are fantastic).


    그런데 사이먼 코웰은 여전히 ‘눈 앞의 광경’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우문(愚問)을 던져 웃음을 자아냈다.

    방금 무대에서 노래 부른 사람이 코니 너 맞지?(Was that you really singing?)


    노래 한 소절로 아만다를 울리고, 사이먼으로부터 ‘환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소녀는 이제 겨우 6살 난 ‘코니 탤벗(Connie Talbot)’.

    2007년 영국 ITV에서 시작된 신인 발굴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는 첫 회부터 두 명의 걸출한 스타를 탄생시켰다. 한 명은 휴대폰 세일즈맨으로 알려진 ‘폴 포츠(Paul Potts)’. 다른 한 명이 바로 꼬마 가수 ‘코니 탤벗’이다.

    만 6세의 나이로 오디션 프로그램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도전, 폴 포츠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한 코니 탤벗은 ‘날개 없는 천사’ ‘천상의 목소리’ 등으로 불리며 영국 최고의 스타로 급부상했다.

    코니 탤벗의 노래 장면을 담은 ‘브리튼스 갓 탤런트’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3천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같은 해 발매한 첫 앨범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는 2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려 기네스북에 최연소 가수로 등재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 듣는 이마다 눈물 '왈칵'..독설가마저 "환타스틱" 찬사
    만 6세의 나이로 '브리튼스 갓 탤런트'서 준우승 차지
    '영혼을 울리는 목소리' '날개없는 천사' 극찬 쏟아져

    2008년에는 한국을 찾아 화제를 모았다. 영국에서 발표된 자신의 첫 정규 앨범이 한국에서도 발매되자 코니 탤벗은 주저없이 동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당시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 등 일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킨 코니 탤벗은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도 ‘할 말을 다 하는’ 당찬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당시 한국에 대한 첫 인상을 묻는 질문에 “높은 건물이 인상적이고 날씨는 흐려서 별로 안좋다”는 아이다운 소감을 남겼던 코니 탤벗.

    그녀는 6년 만에 다시 찾은 한국에 대해 “여전히 친절하시고, 저를 뜨겁게 환영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6년 전보다 많이 변한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오랜 만에 다시 한국을 방문하게 돼 무척 기쁩니다. 한국이 현재 슬픈 시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 이렇게 여러분과 만날 수 있게 돼 기뻐요.


    22일 서울 당주동 세븐프렌즈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코니 탤벗은 “영국에서 슬픈 소식을 접하고 아버지를 포함해 가족들 모두가 펑펑 울었다”며 “‘내가 과연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다 어떤 일을 해도 그분들의 아픔을 달래드릴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한국으로 오게 됐다”고 밝혔다.

    회견장에 동석한 코니 탤벗의 모친, 샤론 탤벗이 말문을 이었다.

    한국은 우리에게 아주 특별한 곳입니다. 처음 여객선이 침몰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서울에서 공연을 하는 일이 옳지 않다고 여겼어요. 그런데 트위터를 보다가 생각이 바뀌었죠. 그곳에서 공연을 하고 여러분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게 더욱 가치가 있겠다는 생각에 공연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코니는 ‘우리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기부를 하자’고 말했어요. 작은 힘이지만 꼭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실제로 코니 탤벗은 영국에서 출국하기 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슬픈 시기를 맞은 한국으로 떠난다. 공연 수익금은 진도 여객선 침몰 사고에 기부할 것(I'm leaving for Korea tomorrow such a sad time to visit. Profits from the concerts will be given towards the ferry accident)”이라는 뜻을 밝혀 화제를 모았다.

    이와 관련, 샤론 탤벗은 “코니는 어렸을 때부터 ‘빅 하트(Big Heart)’였다”면서 “언제나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연민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 코니 탤벗은 “이번 콘서트를 일종의 추모 형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콘티도 세월호 유가족과 피해자를 위한 곡들로 재구성했다”고 소개했다.

    슬픈 시기인 만큼 피해자 분들이 보시고 조금이라도 행복감을 느끼셨으면 합니다. 제가 부를 노래 중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의 느낌을 담은 곡들도 있는데요. 브루노 마스의 ‘카운트 온 미(Count On Me)’는 너무 힘든 상황에 처한 이야기라 제외했고, 대신 ‘어 그레이트 빅 월드(A Great Big World)’의 ‘세이 섬띵(Say Something)’과 ‘스노우 패트롤(Snow patrol)’의 ‘런(Run)’을 추가했어요.


    오는 27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리는 단독 공연에선 코니 탤벗의 한층 성숙해진 매력을 느낄 수 있을 전망. 6년 전 내한했을 때 윗니가 송송 빠진 모습으로 나타나 취재진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던 코니 탤벗은 어느덧 14살의 숙녀로 변신, 뮤지션으로의 발전된 면모를 선보일 계획이다.

    ‘브리튼즈 갓 탤런트’ 이후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은 키가 컸다는 점이구요. (웃음) 음악 스타일도 좀 변했어요. 예전에는 ‘오버 더 레인보우’나 ‘벤’ 같은 올드팝이 좋았는데 지금은 트랜디한 팝송이 더 좋아졌어요.


    최근 “다른 나라를 방문하면서 얻게 된 경험을 바탕으로 ‘빌딩브릿지스’라는 곡을 만들었다”고 밝힌 코니 탤벗은 “앞으로는 자작곡을 앨범에 많이 넣겠다”고 밝혀 본격적인 '싱어송라이터'로의 변신을 예고하기도 했다.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과 함께하는 이번 공연은 수익금 일부가 세월호 침몰 피해자와 해외 빈곤국가 어린이 식수지원 캠페인 비용 등으로 쓰여질 전망이다.

  • 취재 = 조광형 기자  ckh@newdaily.co.kr
    사진 = 이미화 기자  hwahwa05@new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