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얘야, 너 지금 어디 있니?
     
      스무 살도 채 못 채운 아이들,

  • 스물다섯 살밖에 안 된 처녀선생님,
    다섯 살짜리 딸에게 구명조끼를 입혀 밀쳐내고
    소식이 끊긴 엄마 아빠 그리고 7살 난 오빠,
    환갑기념으로 떠난  제주도 여행 길에서
    다섯 명만 구조되고 열두 명은 실종 중인
    할머니 초등학교 동창그룹...
    다들 어디 계신가?
    분통이 터진다.
     먼저 빠져나가 젖은 돈 말리고 있었다는 선장과 그 일행들.
    저희들이 뭐가 필요하다고 가족들 주변에 뻔질나게 얼굴 들이미는 정당 잡배들.
 
 한 마디로 후진국 형 인재(人災)였다.

사고순간엔 경력 불과 5개월짜리 20대 항해사가
급격하고 과도한 변침(變針)을 했다고 한다.
배가 기울자 빨리 위쪽으로 가라는 안내방송은 고사하고,
어쩌자고 “움직이지 말고 있는 자리에 꼼짝 말고 앉아 있으라”고도 했다.
 
 아예 죽으라 소리 아니었나?
 
 박근혜 대통령은 가족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게 안 되면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책임지고 물러나야 합니다”
지난번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도 박 대통령은 국민여론과 관료를 직접 붙여놓고
관료를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그 동안 관료들의 형식주의와
 “그 때만 지나면 된다”는 심보를 너무나 잘 알게 된 것 같다.
그래서 그는 화살을 직접 맞기로 한 것 같다. 용기가 돋보인 장면이었다.
 
 기가 막힌다.
 눈앞에 두고도 어쩌지 못하는
 저 철갑 속 우리 아이들, 우리 할머니들, 우리 선생님들.
얼마나 무섭고, 얼마나 춥고,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그들은 의연했고 용감했다.
조끼를 나누어주고 자신은 희생한 그 사람들,
 그들은 진정 영웅이었고 의인이었고 천사였다.
 
 최후의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당신들은 과연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부끄럽지 않은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팽목 부두에서 비통한 심정으로 비바람을 맞고 서있는
 가족들의 절규에 모두가 숙연하게 동참해야 할 시각이다.
얘야, 너 지금 어디 있니?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