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사람들이 깨었어요“
     
     
 "이제는 사람들이 믿질 않아요, 이제는 사람들이 깨었어요.
 짐승이 아닌 이상 사고 수준이 높은 단계로 올라가다 보니까."
 
 TV 조선 기자에게 지난 달 동남아로 온 탈북자가 한 말이다.
 이거야말로 김정은에겐 가슴에 겨눠진 비수 같은 말이다.

북한 동포들이 배고파서 탈북 하는 단계를 넘어,
인간이기에, 인간으로서 살기 위해 탈북 하는,
그래서 보다 높은 의식수준에 도달했다는 이야기다.
감격적이고 감동적인 스토리다.
 
 우리 지척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리 동족의 인간적 눈뜸,
이걸 소재로 삼지 않고 무슨 영화를 만든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원초적인 비극과 그것을 극복하려는 휴면 다큐엔 눈 감은 채,
밤낮 남쪽 사회만 헐뜯어야 진보영화가 되는  것인가?

대한민국이 얼마나 나쁜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요즘엔 미국으로 이민 갔던 사람들도
일부는 도로 돌아올 만큼은 나쁘지 않다.
하물며 "북에 있을 때는 인권이라는 말이 있는지조차 몰랐다"는
 김가네 '동물농장'에 비하랴?
 
 유엔 인권이사회 북한인권조사위의 마이클 커비 위원장은
북한의 인권상황은 나치 수준, 크메르 루즈 수준이라고 했다.

2차 대전 당시 히틀러에게 학살당한 유태인 영화를 많이들 봤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참상이 우리 머리 위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말을 듣고도 무덤덤하다면 요즘 젊은 애들이
“4. 19가 뭐에요?” 한다는 이야기가 말짱 뜬소문은 아닐 것 같다.
우리가 아무리 발전했다고 우쭐거려도
폭압정권에 처형당하는 우리 형제자매들의 비극을 외면하는 한
우리의 영혼은 푹푹 썩어가고 있다고 해야 한다.
 
 동독 주민들이 베를린 장벽을 허물고 물밀 듯 넘어왔듯,
북한주민들도 언젠가는 자유이동의 봇물을 틀 것이다.
그럴 조짐이 조금씩 무르익고 있다.

‘이제는 사람들이 깨었어요“라고 한
그 탈북자의 ’보도‘가 그걸 생생하게 증언한. 맞다.
그는 기자요 다큐 작가다.
그가 전하는 뉴스는, 북한주민에겐 무관심하고 북한 권력자에게만 관심이 있는
우리 내부의 위선과 허위와 왜곡과 뻔뻔함을 마침내
썩은 빗자루처럼 내팽개치고 말 것이다.
 
 이 싸움은 그래서 북한주민들이 쓰는 논픽션과,
남한 위선자들이 쓰는 픽션의 싸움이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전 조선일보 주필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