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품달'부터 '별그대'까지..4연타석 홈런 날려
  •                            전지현과 사랑에 빠진 외계인, 대한민국 강타!
                   27살 청년 김수현, 4백살 먹은 외계인 능청 연기


    400년 전 지구에 떨어진 외계인이 21세기에 활동 중인 한류스타와 사랑에 빠진다?

    얼핏 들어도 황당하기 그지없는 내용을 그린 드라마가 안방극장 프라임 타임을 점령했다. 지난해 12월 18일 첫 방송된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는 종방까지 평균시청률 22.6%(전국 기준)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수도권에서는 30% 벽을 3번이나 넘었다.

    방송 다음날 학교와 직장에선 온통 ‘별그대’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촬영지로 알려진 곳들은 방송 직후 방문자 수가 급증했고, OST 또한 발매되는 곡마다 음원 차트를 점령하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말 그대로 신드롬이다. 만화보다도 유치한 외계인의 러브스토리가 수개월간 대한민국 전역을 들었다 놨다 했다는 얘기. 이 전대미문의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발칙한 상상을 과감히 드라마에 녹여낸 작가의 역량도 뛰어났지만, 황당무계한 캐릭터를 너무도 실감나게 연기한 배우들의 공이 컸다.

    이 중에서도 외계인 역을 소화한 김수현은 단연 돋보이는 존재였다.

    사실 도민준이 초능력을 발휘하는 연기를 하면서 견디기 힘든 점들이 많았어요. 촬영 현장에서 동네 주민과 스태프들이 다들 쳐다보는 가운데 저 혼자 눈을 부릅뜨거나 손을 내밀고 연기를 하는 게 쉽지 많은 않았죠. 그래도 주변 친구들이 ‘너 진짜 초능력 부리는 것 같다’고 칭찬을 해줘서 용기를 많이 얻었죠.


    실제로 ‘별그대’에서 김수현은 연기하기 민망한 장면을 여러 차례 소화했다.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순간 이동을 하거나 염력으로 물컵을 움직이는 등 ‘어린이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었던 유치한 연기를 소화해야 했다.

  • "너 진짜 외계인 같다!" 친구들 칭찬에 용기
    순간 이동 하거나 염력 사용.."진짜 초능력?"


    만일 김수현이 억지로 흉내내는 연기에 그쳤다면 이 드라마는 ‘최악의 드라마’라는 혹평에 시달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수현의 연기는 너무나 실감났다. 

    말이 안 되는 상황인줄 뻔히 알면서도 시청자들은 김수현이 부리는 묘기에 환호성을 질렀고, 외계인의 힘을 잃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제가 이번 드라마에서 맡은 역할이 별에서 온 외계인이라는 얘기를 듣고 ‘우주의 이해’라는 과목을 수강 신청했어요. 뭐 대단한 일도 아닌데요. 인터넷에 돌고 있는 것처럼 천문학 강의를 들은 적은 없어요.


    현재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인 김수현은 ‘별그대’에 캐스팅 된 뒤 매소드 연기를 위해 우주의 전반적인 내용을 다룬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고. 매사 진지하게 연기에 임하는 김수현 다운 발상이다.

    도민준과 저는 다른 점도 있고 비슷한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진중한 성격은 도민준과 아주 비슷합니다. 집요할 정도로 어느 하나에 몰두하는 스타일이죠. 최근엔 한 지인으로부터 ‘너무 한 곳에만 치우치는 것 같다’는 충고를 듣기도 했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민준이 형은 아는 게 많고 저는 아직도 공부가 많이 필요한 상태라는 거죠.

    스타이면서도 매사 겸손함을 잃지 않고, 어떤 배역을 맡든지 진지하게 임하는 자세는 ‘실감나는’ 외계인 연기의 밑바탕이 됐다.

    외계인이라는 사실보다는 도민준이 살아온 세월을 표현하는 데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도민준이 처음 지구에 도착했을 때에는 굉장히 궁금한 게 많고 호기심도 많았겠죠? 그러다가 사람들이 상처를 받는 것이나 상처를 주는 것을 보면서 생각이 많아지고 감정을 누를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 동네주민 지켜보는 가운데, 눈 부릅뜨고 초능력 연기 ‘민망’
    캐스팅 직후 실감나는 외계인 연기 위해 ‘우주의 이해’ 수강


    촬영 내내 ‘인간 캐릭터’와 똑같은 감정선을 가져갔다는 김수현은 “선후배·동료 연기자들 덕분에 감정신 연기를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며 모든 공을 타인에게 돌리는 겸손함을 보였다.

    오열 연기요? 사실 감정 연기를 할 때에는 동료 분들의 도움을 많게 받게 돼요. ‘별그대’에선 김창완 선생님이나 전지현 누나 도움을 받았죠. 감독님과 작가님이 상황을 잘 만들어 주셨고 무엇보다 현장 스태프들이 많이 신경을 써 주신 덕분에 편하게 연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극 중 도민준의 최측근 장 변호사로 분한 김창완은 “함께 연기를 해 보니, 정말 예의바르고 인격적으로 성숙해 있었다”며 “앞으로 대성할 배우”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수현과 호흡을 맞춘 배우들과 스태프 모두 한결 같이 김수현의 인격을 칭찬하는 모습이었다.

    연출을 맡은 장태유 감독도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김수현을 낙점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김수현은 20대 중반 ‘해를 품을 달’을 통해 빅스타가 됐고, 일련의 영화에 출연하며 원톱 배우로 성장했어요. 그래서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도 품위가 있고 내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외계인 역에 적격이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김수현 외에 다른 대안은 없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지구인 같기도 하고 외계인 같기도 한, 이 작품에 딱 들어맞는 배우였다고 생각돼요.


    모두가 칭찬일색인 마당에 살짝 바람이 들어갈 법도 하지만 김수현은 극중 도민준처럼 진중하기만 하다.

    여전히 도전자의 입장에서 변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물론 드라마가 잘돼서 너무 좋고 감사하죠. 하지만 두려운 점도 있어요. 지켜야 할 것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이럴수록 주변 분들을 믿고 의지하려고 해요.


  • “드라마 엔딩, 눈물 콧물 흘리는 새드엔딩 바랐다”
    “최고의 천송이와 함께 한 덕에 행복하게 촬영 마쳐”


    이쯤에서 거론해야 할 인물이 있다. 바로 ‘별그대’의 히로인 전지현이다. 현실처럼 ‘최고의 스타’로 출연, 김수현과 달달한 로맨스를 펼친 전지현은 김수현의 ‘외계인 연기’를 더욱 돋보이게 한 일등공신이다.

    안하무인에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천송이는 자신도 주인공이면서 한없이 진지한 도민준을 빛나게 한 ‘특급 조연’ 역할을 했다.

    촬영하는 내내 ‘나는 최고의 천송이와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현 누나하고는 ‘도둑들’ 때 알게 된 사이라 너무나 편하고 좋았어요. 원체 성격이 쾌활하신 분이라 현장 분위기도 덩달아 살아났죠. ‘도둑들’ 때에도 그런 얘기를 했는데 지현 누나에게는 워낙 몰입이 잘 돼요. 캐릭터 준비를 많이 해 주신 것도 큰 도움이 됐구요.


    영화 ‘도둑들’에 이어 두 번째로 커플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극 중 진한 ‘리얼 키스’로도 화제를 모았다.

    제가 키스를 하면 기절하잖아요. 그래서 4백살 먹은 도민준이 키스에 능숙해야 하나 어설퍼야 하나 고민이 됐었죠. 물론 캐릭터만 생각하면 딱딱하게 해야겠죠. 하지만 저는 보시는 분들이 ‘꺅’ 소리를 질렀으면 좋겠더라구요. ‘어우 어떡해’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 일부러 (키스)각을 더 만들기도 했죠.


    드라마 엔딩이 내심 눈물 콧물 흘리는 새드엔딩으로 끝나길 바랐다는 김수현. 그러나 그는 “뜨겁게 잘 마무리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화제의 드라마를 끝낸 소감을 전했다.

    앞으로도 여러 인물과 성격들에 도전해보려고 해요. 계속해서 좋은 작품을 통해 열심히 연기하는 모습, 노력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많이 응원해 주세요.


    조광형 기자 ckh@newdaily.co.kr
    [사진 = 뉴데일리DB / SBS 방송 화면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