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조직지도부' 중심으로 이너서클 형성..'어린 황제' 배후 조종
  • [단독] 북한에서 '김정은 꼭두각시' 설 확산

    장진성  /뉴포커스 대표


    탈북자인 나 자신도 요즘은 북한 통신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을 때마다 흠칫 놀라곤 한다.
    내가 알고 있던 상식적인 수령주의 체제와 너무 판이한 현재의 북한이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은 김정은 유일영도체제를 매일같이 주장하지만 실상은
    북한 내 소수 엘리트 그룹에 의해 조종당하는 '꼭두각시'라는 것을
    통신원의 목소리를 통해 직접 들으니 왜 그렇지 않겠는가.

    "지금은 네가 생각했던 그런 북조선이 아니야."
    북한 밖이 아니라 내부의 사람 입에서 직접 그 말을 처음 들을 때 나는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

  • 최근에도 그 평양 통신원은 '보이지 않는 손'들에 의해 작동되고 있는
    평양 정권의 내부소식을 전했다. 외부 식으로 표현한다면
    당 조직지도부를 중심으로 하는 이너서클(inner-circle)이 형성되어 있고,
    이들이 김정은을 어린 황제로 전면에 내세우고 뒤에서 배후조종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성택과 함께 김정은은 김정일이 지정해준 영원한 '충신'들을 신뢰하고 의지하려 했지만
    이너서클 그룹이 조직적으로 비리, 무능력 인물로 몰아부쳐 숙청하는 바람에
    결국 오늘날엔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마저 즉결 처형 당했다는 것이다.

    그 이너서클의 멤버는 당연히 당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인 김경옥과 조연준, 황병서,
    국가안전보위부장 김원홍이며 그들의 인맥으로 단합된 각 분야의 간부들이라고 볼 수 있다.

    통신원은 장성택의 분파행위로 그 동안 분산됐던 북한 내 간부구조가
    장성택 처형 이후 당 조직지도부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개편되고 있는 중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당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었던 리제강의 맏아들인 리용남이 평양으로 돌아왔다.
    리용남은 러시아 주재 조선대사관 당비서로 나가있었는데 아버지의 대를 이어
    당 조직지도부에서 큰 일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태성, 리종찬도 리제강 때부터 현재 당 조직지도부 김경옥 제1부부장과
    아주 가까웠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장성택에게 밀려서 그 동안 경제분야의 일을 봤다.
    이번에 장성택이 즉결 처형되면서 박태성, 리종찬의 위치가 상당히 변했다.
    당 조직지도부 군 담당 제1부부장이었던 리용철의 가문도 승진하고 있다.
    아들이 사망했기 때문에 대신 딸 리영란을 당간부로 준비시키고 있다.
    리영란은 무역회사를 그만두고 현재 김일성고급당학교 재교육을 받고 있다.

    조연준, 황병서의 친인척들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최고인민회의 대의원회의를 하면서 아마 당 조직지도부나
    또 그들과 가까운 간부들의 자녀들이 많이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 그 이너서클 멤버는 파워가 있어 간부들이 김정은 수행시
    '딴청'을 피우거나 그래서 김정은이 회의에 집중하지 못하고 엉뚱한 행동을 하는 모습,
    무엇보다도 그런 장면들이 고스란히 TV에 노출되는데 대해서도
    북한 간부들은 은근히 자기 권위주의로 자부할 정도라고 한다.

    심지어 김정은이 로드맨과의 첫 만남에서
    가족 이야기와 같은 사적 정보를 노출했다는 이유로
    이후 로드맨의 방북을 지연시키거나,
    또 김정은이 로드맨을 만나고 싶어했지만
    농구경기만 관람시키도록 제한한 것도 바로
    당 조직지도부의 '권유'에 의해서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통신원은 최근 북한이 과도하게 추진하는
    김정은 유일영도체제 선전에 대해서도 실은
    당 조직지도부의 공포정치라고 말했다.

    "지금 전국 당위원회들에서 조직부의 허가를 받지 않는 일은 거의 없을 정도이다.
    초급당비서는 기관당을 대표하지만 소속 세포에 들어가면 조직비서의 지도를 받게 돼 있는데
    그 호상감시가 더 심해진 셈이다. 그와 함께 국가안전보위부의 권한이 막강해졌다.
    그가 누구든 작은 실수라도 김정은 유일영도 위반이라며 무자비하게 현장에서 체포한다.

    나이든 간부들은 마치 1970년대 보위부를 보는 것 같다고 한다.
    그때에도 당 조직지도부가 김일성주의를 당의 유일지도원칙으로 새롭게 규정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잡혀갔다고 한다. 황해남도 도당의 한 간부는 20년 넘게 국가보위부 부장 자리가 비어있었는데 김원홍이 그 자리에 오르면서 세상이 참 시끄러워졌다고 말한 죄로
    잡혀가기도 했다. 뭐가 과연 유일지도체제인지 혼동될 정도이다.

    심지어 간부들이 허리 숙여 90도로 인사하는 것은 김일성, 김정일에게만 하던 인사인데
    이제는 당 조직지도부 과장에게도 그렇게 인사한다.
    김정일이 살아있었다면 개인우상화라고 당장 해임됐을 큰 사건이다.
    그래서 그걸 보고 뒤에서 수군대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김정일의 신임과 아량을 이용해서 장성택이란 곁가지가 자라 반당반혁명적 행위를 했다면서 현재 당 조직지도부는 김정은 유일영도 선전과 함께 곁가지 견제원칙을 매일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 북조선에는 김정은에게 형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래서 장성택도 죽었는데 과연 누굴 곁가지라고 하는지 서로 묻는 일들이 많다.
    당 조직지도부가 내적으로 말하는 오늘날의 곁가지는 김정철이나 리설주이다.
    당 선전선동부에서 리설주를 조선의 어머니로 선전하는 것도 금지시킨 상태이다."



  • 통신원은 이어 북한 간부들 속에서 은밀히 돌고 있는 장성택 처형과 관련한 여러 소문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장성택을 비판하는 정치국 확대회의가 열릴 때까지만 해도 장성택에 대한 집중비판은 사상투쟁 형식으로 유일영도 탈선과 분파적 행위 및 증거들에 대해서만 열거됐다고 한다.

    그런데 다음날 노동신문에 공개된 정치국확대회의 결정서에 느닷없이 "반당반혁명"이란 문구가 추가됐고, 국가안전보위부는 그 문구를 근거로 강한 예심과 고문을 했다는 것이다.

    그 예심에서 장성택은 김정은을 암살하려고 했던 음모를 고문에 의해 실토했고,
    김정은을 직접 만나 자기비판을 하게 해달라고 애걸했다는 것.
    그러나 영상자료를 받아본 김정은이 정치범관리소에 보낼 것을 지시했고,
    당 간부들은 한결같이 수령 유일영도 원칙을 호소하여 즉결 처형하게 됐다는 것이다.

    현재 북한의 당, 군, 내각의 모든 제의서들은 예전과 다름없이 당 조직지도부를 통해 보고되는데 달라진 점은 과거에는 제의서만 보고했는데 이제는 작성자들이 직접 들고 당 조직지도부에 들어가 설명하도록 돼 있다. 그래서 중앙당 청사 1호 접수실에는 항상 긴 줄이 늘어서 있을 정도이고 서로 당 조직지도부에 줄을 대기 위해 간부들이 경쟁한다. 끝으로 통신원은 최룡해 체포설과 관련하여 평양에서 사는 자기도 모르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국내최초 탈북자신문 뉴포커스=뉴데일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