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kg 찌우고 긴 머리 ‘싹둑’..선머슴아 변신“아빠는 호남, 엄마는 서울, 나는 진주 출신”“차도녀 이미지 탈출… 순대국 맘껏 먹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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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 성나정이다!

    7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앞에 배우 고아라가 나타나자,
    팬들은 극중 이름인 <성나정>을 연호하며 열띤 환호를 보냈다.

    발목에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은 채로
    행사장에 도착한 고아라는
    줄 서 있는 팬들에게 일일이 눈인사를 건네며
    정성스레 사인을 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사인회는 고아라가 발목 부상으로 서 있기가 어려워짐에 따라,
    당초 공약 사항이었던 [프리허그 이벤트]를 대신해 진행된 행사였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마산 토박이] 성나정으로 분한 고아라는
    방영 전 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시청률 10% 돌파 시 명동에서 프리허그를 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그런데 지난 마지막회 평균 시청률이 11.9%,
    순간 최고 시청률이 14.3%를 기록하면서,
    사전에 팬들과 약속한, [공약사항]을 이행하는 이벤트를 벌이게 된 것.

  • 공약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선 고아라.
    비록 몸은 불편해 보였지만,
    팬들을 대하는 자세나 표정에선 [즐거움]과 [행복]이 넘쳐나는 모습이었다.

    문득 며칠 전 가졌던 언론 인터뷰 내용이 떠올랐다.

    사랑을 받으면 뭐랄까,
    마취효과 같은 게 생기는 것 같아요.
    아드레날린이 분비돼
    고통이 안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구요.


    드라마 막판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지만,
    시청자들의 사랑 덕분에 별 다른 아픔도 모르고 촬영에 임했다는 얘기다.

    수술 후 꼬박 6주 정도를 누워 있어야 한다고 하니,
    결코 작은 부상은 아닌 셈이다.
    그렇지만 생글생글 웃고 있는 고아라의 표정만 보면,
    인대 파열이 [별 것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질 정도다.

    아무래도 데뷔 10년 만에 찾아온 [절정의 인기]가 싫지 않은 눈치다.
     

    많은 분들이 응답하라 1994를 사랑해 주셔서
    정말로 감사 드려요.
    또 막판 시청률이 10%를 넘어서 더욱 행복하구요.
    모두들 가슴이 찡했던지,
    마지막 촬영 때에는 성균 오빠도 울고 다 울었어요.

  • 그녀가 밝힌대로 <응답하라 1994>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시청률이 매회 평균 1%씩 상승할 정도로,
    이 드라마는 첫 방영 이래 꾸준한 관심의 대상이 돼 왔다.
    전작 <응답하라 1997>이 높은 인기를 누렸던 만큼
    후속작인 <응답하라 1994> 역시 시청자들의 큰 기대감 속에 출발했다.

    사실 전작과 유사한 시대적 배경에, 제목마저도 흡사하다는 점은
    <응답하라 1994>의 인지도를 높이는 [장점]인 동시에
    자칫 식상해 보일 수 있다는 [우려]를 동반했다.
    그러나 정우, 유연석, 김성균, 손호준 등
    개성만점 배우들의 맛깔나는 연기와,
    [추억을 자극하는] 갖가지 장치들은
    시청자들을 다시금 브라운관 앞으로 모여들게 하는 요소가 됐다.

    전국팔도에서 올라온 지방 출신들의 눈물겨운 [상경기]를 바탕으로,
    달달한 [러브스토리]를 가미해 청춘 남녀들의 시선을 붙은 이 드라마는
    90년대를 상징하는 다양한 아이콘들이 등장한다.
    당시 농구 붐을 일으켰던 <농구대잔치>와
    가요계의 판도를 뒤바꾼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악도
    시청자들을 잠시나마 추억에 젖게 하는 요소들.

    극중 고아라가 연기한 성나정은 농구 선수 이상민의 열렬한 팬이다.
    성나정이 당시 이상민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오빠 부대]의 일원인 만큼,
    고아라 역시 [기본적인 상식]이 필요했다.

    저는 학창 시절에 데뷔를 해서
    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하고 따라다녔던 기억이 없어요.
    어쩔 수 없이 당시 영상 자료나 기사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자료를 수집하다보니 어느새 제 방도
    나정이 방만큼 이상민 선수의 사진으로 가득차 있더라구요.
    지금은 저도 상민 오빠를 무척 친근하게 느끼고 있답니다.

    나정이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기 위해
    자신의 취미마저 바꾼 고아라는 헤어스타일에도 변화를 줬다.

    원래 긴 머리로 출연할 계획이었어요.
    특별한 주문은 없었고, 그냥 제가 자른 거예요.
    제가 커트를 하겠다고 하니 다들 놀라시더라구요.
    전, 대본을 보자마자 선머슴 같은
    나정이의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그래서 감독님에 건의를 드렸고, 오케이 사인을 받은 거죠.

  • 디테일한 부분에도 신경을 썼다.
    그냥 자르기만 한 게 아니라, 당시 유행하던 스타일을 본 따
    면도칼로 자른 [층머리 스타일]을 연출했다.

    머리를 자를 때 층머리처럼
    거친 느낌이 나도록 해달라고 부탁 드렸어요.
    재미있는 건, 제 머리 스타일이 당시 유행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는 거예요.
    처음엔 90년대 후반 유행했던
    임은경씨의 뻗친 머리처럼 나왔었죠?
    나중엔 사랑을 하면서 머리가 점점 차분해지는 느낌이었죠.

    걸쭉한 사투리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억양이 센 경상도 특유의 사투리.
    현지 토박이조차 착각할 정도로 완벽했던 그녀의 사투리 실력은
    대체 어디에서 나온 걸까?

    태어난 곳은 진주인데,
    아버지는 전라도, 어머니는 서울 분이에요.
    게다가 대전과 사천에서도 살았던 터라,
    각 지방 사투리가 고르게 섞여 있는 편이죠.
    <응답하라 1994>에 캐스팅 되고 나서
    부산에 사는 사촌동생과 대화를 많이 했어요.
    부산 출신인 정우 오빠 도움도 많이 받았구요.


    원래 영어나 일어 실력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진 고아라는
    사투리를 익히는 데에도 나름의 [노하우]가 있었음을 공개했다.

    [도]도 아니고 [미]도 아닌 것이,
    아주 묘한 소리가 나요. 약간 플랫된 소리인데….
    특유의 억양과 높낮이를 잘 구사해야 합니다.
    정확한 음만 끄집어 낼 수 있다면 사투리는 끝이죠.

     



  • [헤어스타일]과 [사투리]가 그녀의 연기 욕심에서 비롯됐다면,
    급격한 [체중 불리기]는 신원호 감독의 유일한 요구사항이었다.

    감독님께서 내려 주신 유일한 미션인데요.
    살을 좀 찌우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4~5㎏ 가까이 몸무게를 늘렸는데
    감독님은 제가 더 찌기를 원하셨죠.
    그래서 8㎏까지 몸무게가 늘어난 것 같아요.
    지금은 다시 빼고 있는 중인데
    하여간 촬영하면서 정말 원 없이 먹어봤던 것 같아요.

    [평소에도 남들보다 잘 먹는 편]이라는 고아라는
    "체중을 늘리려는 이유도 있었지만 촬영할 땐
    좀 더 [나정이스럽게] 먹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꽃게찜도 기억이 나구요.
    왕소라나 뽈락 구이도 또 먹고 싶어요.
    내숭 떨지 않고 마음껏 먹다보니
    이제는 식당에서도 남 눈치 안보고 밥을 잘 먹게 됐어요.

    허리디스크가 심한 가운데에서도 자장면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고
    언제나 간식 거리를 입에 달고 사는 성나정.
    그런 인물을 연기하는 고아라가 왠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게 원래 저예요. 뼛 속까지 시골 사람이죠.
    어릴 적부터 소똥 냄새 맡으면서 자랐어요.
    그래서 스스로 깍쟁이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죠.
    솔직히 제가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 이미지가
    그렇게 심한지는 미처 몰랐어요.
    이제야 순대국을 마음껏 먹게 됐네요.
    원래 이런 거 되게 좋아하거든요.

    <반올림> 이후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었던 그녀에게
    어엿한 [대표작]이 생겼다.
    이제부터 [배우 고아라]는 어떤 필모그래피를 써 내려갈까?

    데뷔 후 10년 동안 꾸준히 작품을 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물론 <응사> 이후로 차기작 제안이 많이 들어와,
    요즘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답니다.
    고아라가 앞으로도 좋은 연기 펼칠 수 있도록
    많이 응원해 주세요.

    조광형 기자 ckh@new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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