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형 혁신학교의 실태와 과제’ 정책토론회혁신학교 학부모, 혁신학교 문제 제기에 “싫으면 전학 가” 면박 당해
  • '서울형 혁신학교 실태와 과제' 정책토론회.ⓒ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서울형 혁신학교 실태와 과제' 정책토론회.ⓒ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그러다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작은 딸이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요.

    2011년 당시 4학년 회장이던 제 딸을 가지고
    [왕따모임]을 만들어서
    반 아이들 전체에게 안 놀겠다는 편지를 쓰게 만들고,

    다른 반 아이들에게까지 우리 아이와 놀지 말라고 했습니다.

    (중략)

    더욱 기가 막힌 일은
    <혁신학교> 연수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한 글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소까지 당했다는 것입니다.

    (중략)

    저는 작은 딸을 다른 초등학교로 진학시켰고,
    제 딸이 다니던 A초등학교는 <혁신학교>로 지정이 되었습니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이른바 <서울형 혁신학교> 정책을 추진한 2011년 당시,
    한 학부모가 <혁신학교> 지정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로
    그녀의 자녀가,
    다니던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다는 충격적인 폭로가 나왔다.

    해당 학부모는
    <서울형 혁신학교>로 지정된 <A초등학교 학교운영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자신이 직접 겪은 체험담을 통해,
    <혁신학교> 신청 및 지정과정의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행태를 자세하게 밝혔다.

    이 학부모는 <혁신학교> 지정 및 신청을 위한 준비과정이,
    <혁신학교>를 지지하는 일부 학부모와 교사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뤄졌고,
    <혁신학교>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의견은
    철저하게 묵살됐다고 증언했다.

    이런 내용은,
    17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서울형 혁신학교의 실태와 과제> 정책토론회에서 나왔다.

    한국교총과 서울교총, 새누리당 이군현 의원실이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의 주제발표와 지정토론으로 이뤄졌다.

    이날 토론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지정토론이었다.

    주제발표를 맡은 이 교수가,
    이론적 측면에서 혁신학교의 공과(功過)를 다뤘다면,
    지정토론에서는 현직 교장과 교사-학부모들이,
    직접 체험한 <혁신학교>의 실체를 증언해 참석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다만,
    전직 <혁신학교> 교장으로,
    지정토론에 참석할 예정이던 박인배 교장은 지병으로 불참했다.

    이날 지정토론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사람은,
    <서울형 혁신학교> 학부모였던 B씨였다.

    B씨는,
    <서울 A초등학교가 혁신학교가 되기까지>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면서,
    혁신학교 신청 과정의 [비민주성]과 [폭력성]을 폭로했다.

    B씨는 먼저 자신이 학운위 부위원장으로 있던 초등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을 받게 된 과정부터 설명했다.

    B씨는 자신이 <혁신학교> 학부모 연수에 참여하게된 것은
    학교측의 [달콤한] 설명 때문이었다고 고백했다.

    당시 학교가 학교운영위원들에게 <혁신학교> 연수를 권하면서 한 말은,
    B씨의 말처럼 달콤했다.

    (곽노현)교육감이 혁신학교를 추진하는데
    <혁신학교>에 대해 알 겸,
    연수를 다녀보지요.

    우리학교는 낙후돼서,
    <혁신학교>를 하면 시설이 좋아지고,

    인근 집값도 오르고 좋아집니다.

       - 학부모 B씨, 위 토론회 발언 중 일부
          학교측이 <혁신학교> 연수를 권유하면서 한 말


    2011년 서울시교육청은
    곽노현 당시 교육감의 지시 아래 <혁신학교>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당시 서울교육청은
    [깡통진보] 교육의 아이콘으로 떠 오른 <혁신학교>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듯,
    <혁신학교> 신청은 해당 학교 구성원들의 동의를 바탕으로 한다며,
    [민주적 사업 추진]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교육청은
    2011년 초부터 <혁신학교>에 관심이 있는 학부모와 교사-교장 등 학교관리자를 대상으로
    연수 및 설명회를 잇따라 열었다.

    B씨 역시
    “혁신학교를 하면 시설이 좋아지고 인근 집값까지 오른다”는 학교측의 설명에
    가벼운 마음으로 연수에 참여했다.

    그렇게 B씨는,
    그해 6월 있었던 세 번의 <혁신학교> 학부모연수에 참여한다.

    이상한 일은 이때부터 일어났다.

    B씨는 첫 번째 연수부터
    학운위 부위원장이던 자신이 석연치 않은 따돌림을 받았다고 말했다.

    1, 2차 연수 모두,
    자신에게는 연락이 오지 않아 가까운 다른 학부모를 통해 연수사실을 알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열린 연수의 경우,
    연수가 있다는 소식을 접한 B씨가 황급히 모임에 참석하자,
    학운위원장이 “어떻게 알고 왔냐”며 되묻기까지 했다고 그녀는 말했다.

    B씨의 증언에 따르면
    두 번째 연수는 대안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친 혁신학교 담당 교사가 맡았다.
    대안학교 출신 혁신담당 교사의 강의 내용은 이러했다.

    학부모단체를 없애겠다.
    시험도 안 보겠다.
    현 교육계 선생님들이 교육을 망쳐서
    <혁신학교>만이 참교육을 하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준다.


    B씨의 이날 증언이 사실이라면
    당시 강의내용은 <혁신학교>의 실체를 분명하게 드러낸다.

    혁신담당 교사의 말에 따르면,
    과거부터 현재까지,
    <혁신학교>가 존재하기 전에 있었던 모든 학교교육은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 시작하는 <혁신학교>만이 참교육이고,
    그 참교육의 핵심은 [시험 폐지]와 [학부모단체 퇴출]이다.

    해당 교사의 [시험 폐지] 주장은,
    경쟁교육에 본능적인 적개심을 품고 오직 [평등]만을 강조하는
    전교조와 [깡통진보] 교육계의 핵심 주장이란 점에서,
    <혁신학교>의 실체를 스스로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특이한 것은, “학부모단체를 없애겠다”는 주장이다.

    이것은 곧 전교조와 [깡통진보 교육노동자]들이 말하는 [학교 자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혁신학교>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바로 [학교 자치]다.

    <혁신학교>는 학교운영의 대부분을
    평교사들이 모인 [다모임]에서 협의하고 결정하는 구조를 띤다.

    이런 구조 아래서 학교관리자인 교장이나 교감은 단지 전체 교사 중 한명일 뿐이다.
    학교관리자로서 어떤 권리도 사실상 행사할 수가 없는 구조다.

    즉, <혁신학교>에서 교장이나 교감은,
    <전교조> 교사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평교사 모임의 결정에 따라 서명만 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결국, 학부모단체를 없애겠다는 <혁신학교> 담당 교사의 강의는,
    <전교조>와 이들을 지지하는 교사들의 [학교 자치]에 방해가 되는 요소를,
    모조리 미리 제거하겠다는 발상이나 다름이 없다.

    교장이나 교감의 지위나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평등과 민주적 의사결정이란 구호를 앞세워,
    <전교조> 교사 중심의 평교사들이 사실상 학교운영을 장악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혁신학교>에서 벌어지는 [학교자치]는,
    흡사 19세기 프랑스대혁명의 혼란 중 탄생한 노동자 정부 [파리 코뮌]을 연상케 한다.

    B씨는 당시 연수 도중 학교의 혁신담당 교사로부터
    이미 10년 전부터 <혁신학교>를 준비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B씨의 증언에 따르면,
    <전교조>를 비롯한 [깡통진보] 교육계는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혁신학교>를 기획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혁신학교> 연수를 다녀오면서
    A학교의 혁신담당 교사와 학운위원장을 비롯한 다른 학부모들이
    이미 <혁신학교>가 결정이 난 것처럼 이야기를 했어요.

    그래서
    “교육감이 <혁신학교>를 추진한다고 해서 알아본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혁신학교>에 대해 정확히 알아도 보지 않고, 이미 결정이 난 것처럼 말하느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혁심담당 교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10년 전부터 준비를 해 왔다”

    <혁신학교>를 지지하는 다른 학부모는 제가 들으라는 듯이 말했습니다.

    “그렇게 싫으면 전학 가!”


    B씨는 <혁신학교> 연수 내용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혁신학교>를 지지하는 다른 학부모들로부터
    [교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고소까지 당했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폭로했다.

    마지막 연수를 마친 뒤 B씨는
    자신이 직접 들은 연수내용을 지인들에게 문자로 보냈다고 한다.

    마지막 연수에서 강사가 이런 말을 했어요.
    "80%가 넘는 교장들이 썩어서 교육을 망치는 주범들입니다.
    학교운영위원들이 항상 감시해야 합니다"

    학부모단체를 없애겠다는 말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연수 내용을 가까운 지인들에게 문자로 보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지인들에게 보낸 문자를 이유로 저를 고소했습니다.
    제가 <혁신학교>를 고의적으로 반대하면서 [교권을 침해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학교가 <예비 혁신학교> 신청을 내면서
    학부모의 존경을 받던 좋은 선생님들이 A초등학교를 대거 떠났습니다.


    B씨는 자신의 자녀가 당한 [왕따] 사실도 증언했다.

    <혁신학교>에 부정적인 태도를 취한 자신 때문에
    A초등학교를 다니넌 자녀가 교내에서 따돌림과 차별을 당했다는 것이다.
    B씨 역시 [인민재판] 수준의 협박과 모욕을 당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작년 2월에 A초등학교에 불려나가
    학운위 위원장 측근 학부모들에게 둘러싸여 모욕과 막말을 들었어요.

    학운위원장은 제가 지인들에게 보낸 문자를 프린트해서 학교에 돌렸습니다.
    그러면서 교권을 침해했으니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며,
    전학이나 가라고 몰아세웠습니다.

    그러다 제 딸이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심지어 4학년 회장이었던 제 딸을 가지고
    왕따모임을 만들어서
    반 아이들 전체에게 안 놀겠다는 편지를 쓰게 만들었습니다.

    제 딸이 같은 반 친구에게 생일초대를 받았는데,
    우리 아이를 부르면 다른 아이들이 모두 오지 않겠다고 협박을 해서
    우리 아이만 빠진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일 뒤에는
    학운위원장과 학교 혁신담당 교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들의 목적은 눈엣가시인 저를 학교에서 내보내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B씨는 자녀를 다른 학교로 전학시켰고,
    A초등학교는 <혁신학교>로 지정을 받았다.

    B씨는 토론회를 마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이상이 제가 있던 서울 A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일들입니다.
    어떤 분들은 제 증언을 개인의 일로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민주적]이란 의미는,
    해당 공동체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결정의 중심이 되는 것입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학부모가
    <혁신학교>를 제대로 안 다음에 일을 추진하자고 했지만,
    그 의견은 무시됐습니다.

    이게 민주적 절차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혁신학교>가 아무리 좋다한들,
    그 과정에서 한 아이를 왕따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전학까지 가게 만든 것은 누구의 책임일까요?

    교육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아이들에게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눈을 길러 주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라 생각합니다.


    이날 토론회를 마련한,
    <한국교총> 김무성 대변인은
    <혁신학교>를 주제로 한 추가 토론회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혁신학교>와 관련해 다른 일반학교와의 [역차별]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혁신학교> 구성원간 갈등을 비롯해 교육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혁신학교 지원조례>를 둘러싸고도 찬반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혁신학교>를 둘러싼 잡음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혁신학교>의 실태를 바로 보고,
    올바른 방향에서 개선점을 찾기 위해 이번 토론회를 마련했다.

    앞으로 <혁신학교>의 실태와 개선방향을 고민하기 위한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

       - <한국교총> 김무성 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