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숭 9단' '촌철살인 애드립'의 달인 유재석-강호동 제치고 MC계 '완전' 평정
  • ▲ 최근 ‘19금 토크’로 각광 받고 있는 개그맨 신동엽이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 MC자리를 꿰차며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 최근 ‘19금 토크’로 각광 받고 있는 개그맨 신동엽이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 MC자리를 꿰차며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제가 밝힌다구요? 모르시는 말씀.
    남자 연예인 중에 진짜 '저질'인 분들이 얼마나 많이 계신데요?
    그 분들에 비하면 저는 '하위 10%'에 겨우 드는 수준일 겁니다.

    방송에서의 모습처럼 실제도 '밝히냐'는 질문에 신동엽은 "절대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웃겨야 하는 방송 현실상 어쩔 수 없이 연기를 하는 것이지, '야한 농담'은 정말로 자기 체질이 아니라는 것.

    와이프도 제가 실제로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정말 안쓰럽게 저를 바라보는 것 같아요.
    물론 집사람도 예능 피디이기 때문에 다 이해하죠.
    그래서 방송상 보여지는 제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거나 하지는 않아요.

    지상파와 종편·케이블 방송을 넘나들며 '19금 개그'를 날리고 있는 그가 사실은 '순둥이'였다?

    다소 믿기지 않는 얘기였지만 시종 진지한 얼굴로 얘기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마냥 부정만 할 수는 없었다.

  • ▲ 최근 ‘19금 토크’로 각광 받고 있는 개그맨 신동엽이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 MC자리를 꿰차며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유명한 남자 연예인들은 다 '저질'"?
    "내가 하는 19금 농담은 하위 10% 수준"

    억지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경청하다가 문득 궁금한 점이 떠올랐다.

    자신이 '하위 10%' 정도에 불과하다면, 그가 생각하는 '상위 10%'는 대체 어떤 인물들일까?

    속내를 들어보고자 '이니셜로 몇 명만 거론해 달라'고 부탁했다.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한 신동엽.

    한참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유명한 남자 연예인들은 다 '저질'이라고 생각한다"는 폭탄(?) 발언을 쏟아냈다.

    그제서야 취재진 사이에서 웃음보가 터졌다. '토크의 神'이 던진 한 수에 모두가 말려든 것이다.

    지난 18일 QTV '신동엽과 순위 정하는 여자(순정녀)' 첫 녹화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신동엽은 기라성 같은 취재진을 상대로 '밀당'을 자유자재로 펼치는 신기(神技)를 선보였다.

    그의 현란한 언어구사에 농담과 진실의 경계선은 허물어졌고, 긴장감도 사라졌다. 신동엽을 취재하러온 기자들은 어느새 그가 던지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박수를 치며 빠져들기 시작했다.

    보통 고수가 아니다.

    지난해 KBS에서 '연예대상'을 거머쥘 만 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순발력과 재치, 어떤 독한 말을 내뱉어도 얄밉게 느껴지지 않는 천진난만한 표정 등, 신동엽에겐 좌중을 압도하는 '그 무엇'이 있었다.

    신동엽은 자신이 시청자들에게 오랫동안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근본적으로 착하기 때문"이라고 밝혀 또한번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제가 원래 착하기 때문에, 왼쪽 가슴 온도가 높기 때문에,
    이런저런 얘기를 해도 그 눈빛에 담긴 진심을 알아주시는 것 같아요.
    너그럽게 받아주시는 시청자들 덕분에 제가 이런류의 개그도 펼칠 수가 있는 거죠.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다. '웃는 낯에 침 뱉으랴'라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표독스럽고 음흉한 표정을 띤 사람이 선정적인 말을 내뱉으면 그 자체가 '사건'이 되지만, 생긋생긋 웃는 신동엽이 '19금 농담'을 던지면 눈살이 찌푸려지기는커녕, 오히려 사랑스럽고 귀엽다는 느낌마저 든다.

  • ▲ 최근 ‘19금 토크’로 각광 받고 있는 개그맨 신동엽이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 MC자리를 꿰차며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피카소, 5분 만에 그림 그리기 위해 30년 내공 쌓아"
    "세대 간 벽 허문 '웃음' 선보이려 22년간 개그 연마"

    신동엽은 자신이 '야한 농담'을 해도 시청자들로부터 '미운 털'이 박히지 않은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분석했다.

    첫번째는 다년간 쌓아온 '개그 스펙트럼' 덕분에 자신의 '튀는 행동'이 상당 부문 희석돼 보인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대놓고' 말하지 않는, 특유의 '은유적 화법' 때문이란다.

    제가 데뷔한지 벌써 22년이 됐습니다.
    신인 때부터 이런 류의 것들을 좋아하긴 했지만,

    단순히 야한 얘기만해서 인기를 얻은 건 절대 아니죠.
    예전에도 기존의 꽁트 프로그램보다는 자극적이면서 재미있는 것을 추구해 왔어요.
    SBS '헤이헤이헤이'에서도 성인용 꽁트를 선보였었고,
    누구보다도 다양한 캐릭터와 연기에 도전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야한 개그'를 해도, 보시는 분들께서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
    제가 가진 장점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자화자찬 같지만, 신동엽이 얘기하면 이상하게도 징그럽지 않고,
    눈살도 찌푸려지 않고 재미가 있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세요.
    사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를 놓고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간접화법'을 구사하는 것도 이같은 고민 끝에 나온 방안이죠.

    그는 "20년이 넘도록 꾸준히 한 자리를 지켜왔기에 이제는 어떤 돌발 행동을 하더라도 너그럽게 포용해 주시는 것 같다"며 "'꾸준함''다양성'이야말로 팬들에게 오래도록 사랑받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피카소가 어느 날 백작부인의 초상화를 5분 만에 그려,
    의뢰인으로부터 '성의 없다'는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때 피카소는 '5분 만에 그림을 그리기까지 장장 30년 동안 그림을 그려왔다'고 답했다고 해요.
    저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한 우물을 팠고, 언제나 그 안에서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았어요.
    신동엽이라는 개그맨이 갑자기 튀어 나온 게 아니라,
    '좌충우돌' 여기저기 부딪히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쭉 지켜보셨기에
    이제는 제가 뭘 해도 귀엽게 봐 주시는 것 같습니다.

    신동엽은 '최근 인기부침을 겪고 있는 유재석-강호동 투톱 시대를 넘어 신동엽의 전성시대가 온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생각은 조금도 해 본 적도 없다"며 "다른 사람이 잘 되고 안 되고가 내 컨디션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타인의 흥망(興亡)에 관심을 두기보다, 내 스스로 얼마나 노력하고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를 고민한다는 얘기다.

    성공과 행복은 상대적인 게 아니라 절대적이라는 것.

    밑바닥까지 떨어져봤던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제 2의 전성기요? 그런 생각은 해 본 적도 없어요.
    운이 따라주면 잘 되기도 하고, 아무리 열심히 해도 뭔가 맞아 떨어지지 않으면 잘 되지 않을 때가 많죠.
    일단 저는 상대적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절대적으로만 생각하죠.
    지금 내 컨디션이 좋은지, 내가 행복한지, 등을 먼저 고려해요.
    다른 사람이 잘 되고 안 되고가 저의 컨디션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아요.
    저는 경쟁구도로 가는 것보다 모두가 다 잘됐으면 좋겠어요.
    예능피디, 작가, MC들 모두가 잘 돼서 일종의 '먹자골목'을 형성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 최근 ‘19금 토크’로 각광 받고 있는 개그맨 신동엽이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 MC자리를 꿰차며 제 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방송하는 자체만으로 행복…시청률 연연 안해"
    "경쟁구도는 NO! 예능계 '먹자골목' 형성됐으면"

    그는 '방송에 임하는 자세'를 묻는 질문에 "언제나 '가식없는 방송을 하자'는 게 제 자신의 모토"라며 "숨기고 감추려 하기보다는 먼저 솔직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시청자들과 제대로 소통하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예전에 이승연씨에게 이상한 루머가 있었어요.
    당시엔 텔레비전 출연 여성 출연자에게 그런 질문을 하지 않는게 예의였는데요. 
    '해피투게더-쟁반노래방'에 게스트로 나오셨을때 제가 그 부분을 콕 집어서 여쭤본 적이 있어요.
    제작진도 놀라고, 다들 당황하는 분위기였죠.
    그런데 정작 이승연씨는 마치 이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이참에 얘기를 해봅시다'라고 말하며 유쾌하게 모든 이야기를 풀어냈고 결론적으로 아주 개운하게 해소가 됐어요.
    저는 가식적이기보다, 항상 솔직하게 방송하려고 노력을 해왔어요.
    '이심전심'이라는 말처럼, 제가 솔직하게 다가가니까 시청자분들도 마음 문을 더 활짝 열어주시는 게 아닌가 생각돼요.

    한때 '사업 부진'으로 난항을 겪기도 했던 신동엽은 "'인기 욕심'을 버리고 '내가 먼저 즐기자'는 마음으로 방송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엔 시청률 1%에 일희일비했지만, 지금은 내가 행복하면 그만이라는 것.

    이제서야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깨달은 모양이다.

    예전에는 이길 확률이 높은 프로그램을 많이 했어요.
    시청률 0.1%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데뷔 이후 10년간, 줄곧 그렇게 살아왔어요.
    마치 누군가가 제 뒤를 쫓아오는 것처럼.
    나름 힘든 시기를 7~8년 보내고 나니,
    이제서야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 같아요.
    저에겐 그 때 그 시간들이 큰 자양분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이젠 모든 프로그램을 내가 먼저 편안하고 재미있게 즐기려고 해요.

    제가 욕심으로 가득 차 있는 상태에서 방송을 한다면,
    아무리 선한 표정을 짓고 맑은 눈빛으로 프로그램을 한다 해도 다들 눈치를 채실 거예요.

    지금은 시청률 같은 욕심은 다 버렸구요.
    누군가를 이겨야겠다는 생각도 없어요.

    그저 한 회 한 회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 뿐이에요.
    그러다보니 자연히 결과도 좋게 따라오는 것 같네요.
    마음을 비우니 저절로 운이 틔인다고나 할까요?

    신동엽은 "앞으로도 온 가족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하는 게 소원"이라며 "어른들이 보기에도 재미있고, 중고등학생들이 보더라고 유익할 수 있는 방송을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성적인 코드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패널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의 이성관이 정립될 수도 있고,
    지금 이성과의 만남에서 큰 고민거리가 있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해결될 수도 있는 것이구요.
    어른들 뿐 아니라, 청소년들도 웃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나와야 돼요.

    저는 19금 토크를 하다가 선정적이라고 편집을 당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그만큼 직설적인 표현을 자제하고 은유적인 어법을 구사하기 때문인데요.
    모든 세대가 공감하고 웃을 수 있는 코미디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끝까지 지켜봐 주시구요.
    차후에도 많은 응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조광형 기자 ckh@newdaily.co.kr

    [사진 = QTV /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