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前) 대남(對南)전문가가
    박근혜 당선인께 제언하는
    대북(對北)정책


    장진성  /뉴포커스 대표


    1. 대북(對北)정책 명칭을 순화시키라

  • 이명박정부의 대북정책에서 가장 큰 실책은 명칭에 대한 전문성이 미약했던 점이다.

    신통히도 김정일이 제일 싫어하는 단어들만 골라 '비핵개방3000구상'이라고 했다.
    북한에 남북 대화단절과 강경의 빌미를 처음부터 제공한 셈이다.

    때문에 새 정부의 대북정책 타이틀은 정치적으로 세련되어야 한다.

    예컨대 박 당선인이 '신뢰'를 강조한 것만큼 '남북신뢰구축정책'이라고 명문화할 수도 있다.
    대북정책에 '신뢰'란 단어를 넣으면 북한도, 남한의 통합진보당도 감히 토를 달지 못한다.
    남북간에 신뢰를 쌓자는데 뭐라고 트집잡겠는가?

    사실 '신뢰'란 단어는 북한이 제일 가증스러워하는 단어이다.
    신뢰의 요구를 상호주의 과정으로 만들어가면 듣기에도 실행하기도 편리하다.

    2. 대북정책 집중도를 높여라


    현재 박근혜 당선인은 대북정책의 3대핵심으로 '국민적 신뢰', '남북간의 신뢰', '국제적 신뢰'를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공간이 넓은 구조로서는 대북정책의 주도적 책임을 과시할 수 없다.
    왜냐하면 '국민적 신뢰'는 '남북간의 신뢰'와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고, '국제적 신뢰'는 더 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길게 늘어진 그 매 구간마다 북한을 포함하여 친북 세력을 개입시키게 되고, 나중에 남북평화관리 실패는 고스란히 박근혜 정부 몫으로 돌아온다.

    대북정책의 집중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안보의 신뢰', '교류협력의 신뢰', '번영의 신뢰'로 대북 초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야 그에 반하는 모든 책임도 북한에 추궁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을 추종하는 세력의 온갖 정치적 공세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 

    3, 남북정상회담이 아니라,

    남북최고위급 회담을 목표로 남북대화를 추진하라

    집권 5년 기간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하여 통일안보 분야의 정부관계자들은 정상회담 발언을 하면 안된다.
    60대와 20대와의 남북정상회담 모양새가 정서상 불편해서가 아니다.

    지금의 북한은 김정은을 상징적 지도자로 내세운 핵심집단지도체제이다. 그 핵심집단지도체제는 김정일 일인지배를 대신하는 과도적 섭정정치이다.

    남한이 정상회담을 요구하면 김정은의 유일적 지위와 권위를 외부에서부터 인정하고 지원해주는 꼴이 된다.

    정상회담이 아닌 최고위급회담을 목표로 남북회담을 추진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합의권력을 경험해 본적 없는 북한 정권에는 기능 및 심리적으로 여러 혼란이 가증된다.

    따라서 북한의 핵심집단지도체제 범위를 집단지도체제로 더 넓히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김정은의 유일지도권한을 무시하는 남한과 국제사회의 달라진 시각을 북한 권력층들이 침통하게 느낄 수 있다.

    4, 북한의 5월과 6월을 공약하라


    필자가 북한의 대남정책 기획부서인 통전부에 근무할 당시 직원들은 대남업무가 아니라 대남농사라고 했다.
    그만큼 북한 정권의 남북대화 목적은 대북식량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래서 북한이 남북대화에 관심있는 시기는 영농준비 계절인 3월 이전과 보릿고개인 5, 6월 이전이다.
    하반기에는 대체로 다음 해 대화가치를 높이기 위해 강경분위기를 인위적으로 몰고가는 방식이다.
    그러면 남한 정부가 저자세로 대화를 사정하며 알아서 식략지원도 해주었었다.

    때문에 북한이 6월에 서해교전과 같은 무력충돌을 감행할 정도면, 그 해에는 남북대화도 거의 포기했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옥수수 수확기인 7월부터는 북한이 한해 동안 버틸 수 있는 식량의 여유가 있어 남북대화에도 여유를 가지는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북한의 이 5, 6월을 주목해야 한다.
    인도주의 식량을 대가로 이용하라는 것이 아니다.
    북한정권의 초조한 5, 6월 심리를 이용하라는 뜻이다.
    이 달에 맞춰 북한이 사전에 대화를 제기하면 우리 정부가 원하는 남북한해의 목표를 5,6월의 식량지원과 맞바꾸어야 한다.

    5, 이산자가족상봉 기능은 통일부에서 떼어내라


    북한은 남북이산자가족상봉을 대가성, 협박성으로 운영한다.
    대가성은 어쩔 수 없지만, 협박성으로 악용되는데는 이산자가족상봉이 통일부 소관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하여 북한은 저들의 전략적 목적에 따라 남한 정부의 통일정책을 트집잡아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이산자가족상봉을 차단해왔다.

    북한 정권이 인도주의 원칙과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도록 해야 하는데, 필요에 따라 정치적으로 공격하도록 남한 정부 스스로가 구조상의 오유를 범하는 것이다.

    이산자가족상봉은 정부가 후원하고 민간이 주도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유엔기구 산하 국가인권위원회가 주도하면 국제인권기준에서 북한을 압박할 수 있고 국제적 연대도 이끌어 낼 수 있다.

    대북정책 결정자들이 한가지 꼭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북한은 독재국가이기 때문에 단일구조를 주장 할 수 있지만, 남한은 자유민주주의식대로 창구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북한의 유일전략을 분산시킬 수 있다.

    6, 개성공단을 글로벌화하라

    개성공단을 평화공간으로 만든다는 것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의 골자였다.
    그러나 공단 내 통신, 통관, 통행문제도 해결하지 못했었다.

    그 원인은 북한이 남북경협은 당이, 공단 관리권은 군으로 이원화시키고 필요에 따라 강온전략을 구사해 왔기 때문이다.
    북한의 독점력을 약화시키자면 개성공단을 단순히 남북공동지역으로가 아니라 글로벌화 해야 한다.

    싼 인력과 물류를 원하는 다국기업들, 특히 북한이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중국이나 러시아, 미국, 유럽 기업들을 끌어들여야 개성공단을 정치가 아니라 경제논리의 경협공단으로 만들 수 있다.

    또 그런 공단만이 햇볕논자들이 원하던 진정한 평화공간, 동북아 물류중심으로 될 수 있다.
    북한과의 물리적 관계에서 국제동맹을 끌어들여 희석시키지 않으면, 북한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남북 직접관계는 북한의 평화협박에 항상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7,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DMZ'카드를 활용하라.


     북한이 한 때 우리 정부의 DMZ 대북방송 설치에 정조준 사격을 운운하며 과민반응했던 적이 있다.
    대북심리전이 북한의 휴전선을 무력화하는 핵폭탄이 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김정은 정권은 할아버지의 정권 때와 확실히 다르다.
    정권은 같지만 주민들의 충성도가 완전히 다르다.

    시장화로 충성가치관에서 물질가치로 변질된 주민들인 것이다.
    그래서 이념의 탈출도 예전보다 수월하다.

    이런 분단상황에서 만약 북한이 또 다시 무력도발을 감행할 경우, 우리 정부는 DMZ 대북심리전을 즉시 재개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 정부는 남북대화를 주도할 수 있는 대단히 소중한 전략적 카드를 확보하게 된다.
    그 카드만 갖고 있으면 북한은 문제해결을 위해 언제든 대화에 끌려나올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군으로부터의 체제이탈세력이 생기면, 북한은 북중국경에서의 대량탈북과 비교할 수 없는 큰 정치적 피해를 입게 된다.

    북중국경이 생사의 휴전선이라면 DMZ는 이념의 휴전선이기 때문이다.

    8, 공개적인 대화보다 특사파견 정치를 하라.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실천은 대화정치보다 특사정치가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북한 정권에 직접적 설득과 요구를 위해서는 대화보다 특사형태가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남북대화는 평화실적을 부각시키려는 남한 정치꾼들과 그것을 이용하려는 북한의 대남심리전이 맞물려 실속에 비해 항상 요란하게 진행돼 왔다.
    사실 그런 공개형태의 남북대화들은 남한보다 북한에 더 이익을 갖다 주었다.

    '북한이 큰 결단을 한 듯', '작은 합의도 대단한 양보처럼', 이렇게 북한의 지위를 부각시켜줬고, 또 그렇게 되도록 남북대화를 심리적으로 이용한 북한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특사교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완벽한 합의가 없이는 공식적인 남북대화도 없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이 남한의 신뢰 제안들에 대답하지 못하는 동안 침묵하게 만들 수 있다.

    한마디로 행동의 실천을 북한에 가르치는 과묵한 박근혜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그런 특사정치가 박근혜 스타일에도 맞는 정치방식일 것이다.

    9, '포괄적 제안'으로 주도권을 쥐라

    우스개 소리로 과거 김정일 정권에서 가장 온건파 인물은 김정일이었다.
    왜냐하면 북한 체제는 권력층들이 충성과시 차원에서 강경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자칫 유화적 제안을 내놓았다가는 충성검증이 제기될 때 투항주의 물증이 되어 숙청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간부들은 제의서로 모든 책임을 떠넘겼고, 어쩔 수 없이 강경도 온건도 김정일이 최종결심해야만 했다. 그렇듯 김정일 개인의 결심으로 하여 다른 정책에서와 마찬가지로 대북정책에서도 북한은 항상 변덕이 심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경험이 부족한 김정은은 일일이 물어봐야 하고, 그때마다 북한 권력층들은 대답의 책임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전례없는 권력공포 현상이 생긴 것이다.
    이런 정권이어서 남북관계에서도 새로운 변화보다 과거 '우리민족끼리전략'을 상징화하고 그 안에서 대북지원만을 수용하려고 할 것이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에서는 남북대화 의제와 용어가치를 '포괄적 제안'으로 선점해야 한다.
    즉 상호신뢰를 추궁할만한 요구들을 포괄시키는 '포괄적 제안'으로 일방성이 아닌 쌍방향 남북관계가 될 수 있도록 집권초반부터 김정은정권을 압박해야 한다.

    10. NLL전략에는 이렇게 대응하라


    북한은 육지에서는 남북경협과 대북지원을 유인하는 한편, 바다에서는 체제갈등지을 유발시키기 위해 NLL전략을 감행하고 있다.
    함선도발은 군사기술적으로 열세한데다 피해상황이 북한 내륙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전면전을 기피하는 남한의 평화인내를 악용하여 잠수함이나 포격도발로 전략을 바꾼 상태이다.

    북한이 가장 꺼리는 것은 자국 영토에 포탄이 떨어지는 것이다.
    주민들의 귀에까지 들리는 그 포음이 북한의 선군(先軍)정치를 허무하게 만드는 심리적 파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것만큼 북한의 잠수함 도발에는 잠수함기지를, 포격에는 그 원점을 타격하는 대응원칙을 고수한다면 북한의 NLL전략을 얼마든지 무력화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주장하는 북방한계선 문제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철저히 무시하는 전략에서 남한엔 평화를! 북한엔 안보를 강조하면 그만이다.
    여기에 북한의 도발이나 경고 수위에 따라 한미해상훈련을 서해 현장으로 끌어들이면, 중국이 별수없이 북한의 군사도발을 강력하게 통제관리할 수밖에 없다. 

    11, 문화교류를 모든 교류 앞에 내세워라


    북한에는 두개의 독재가 있다.
    하나는 권력독재이고, 다른 하나는 주민들의 정서까지 독점하려는 감성독재이다.

    그러나 철저한 세뇌가 오히려 작은 구멍에도 무너지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류'는 이미 북한을 점령했다.
    똑같은 언어지만 전혀 다른 세상의 선진 문화가 북한 주민들을 현혹시킨 것이다.
    지난 정부들에서 남북간 경제 교류 이전에 사실 먼저 앞세워야 할 분야가 문화였다.

    남한의 문화는 북한의 이념이나 핵폭탄보다 강하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문화교류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합법 및 비합법적 방법을 다 동원해야 한다.

    12, 박근혜정부의 대북(對北)정책은,

    대남(對南)정책이 되어야 한다.

    5살짜리 남한 정부가 3대세습의 북한을 상대로 무엇인가 이루어내겠다는 욕심은 사실상 천진난만한 공상에 가깝다.
    그것은 두번의 정상회담과 그 이후에도 계속된 북한의 무력도발들이 증명해준다.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은 대남정책이 되어야 한다.
    남한 국민의 안보와 통일의식에 이바지되고, 또 그 계기들을 통해 정부가 원하는 대북정책 방향대로 국민적 정서가 모아지도록 북한요인을 활용하는 것이 더 남는 장사이다. 

    어차피 북한 정권은 스스로 망할 때까지는 결코 교훈도 깨달음도 없는 정권이다.
    대화의 문은 열어놓되, 그 과정과 결과를 위한 투자에는 인색해야 한다.

    그래야 북한이 자신들의 한계를 느끼고 밖으로 걸어나온다.
    그렇게 한 발 두 발 끌려오다나면 다시는 돌아설 수 없는 위치까지 오게 된다.

    그 매 단계마다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주면 된다.
    지금껏 실리보다 실적에 집착한 정치꾼들 때문에 남한이 스스로 그 방법을 외면해왔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