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을 위한'이 아닌 '청년에 의한' 청년특위가 돼야
     
    청년창업, 대중문화, 뉴미디어에서 더 뛰어난 2030세대
      
    변희재, pyein2@hanmail.net     
     
    * 2013년 1월 1일자 동아일보에 게재된 칼럼, 편집진에 의해 수정되지 않은 원문입니다

    박근혜 당선자가 대선 기간 중 공약한 청년특별위원회의 윤곽이 드러났다. 위원장을 맡은 김상민 의원은 정책 1호로 반값등록금을 내세웠다. 또한 만 45세의 박칼린 뮤지컬 감독의 합류를 감안하면, 전형적인 “우리가 너희를 위해서 해줄게”라는 'for the young‘ 기구이다.

    이명박 정부 취임사에서도 청년들 스스로 개척하자는 내용 누락

    이명박 정권 출범 시 필자는 2030세대를 대표하여 취임사 위원으로 참여했다. 청년들에게 무엇을 해준다고 약속하지 말고, “청년들 스스로 길을 개척할 수 있도록 장을 만들어주겠다”를 강조하자 주장했다. 그러나 이 내용은 취임사에서 모두 누락되었다. 취임사 역시 ‘for the young'이었다.

    2010년 지자체 선거를 전후, 좌파 성향 청년단체를 중심으로 반값등록금이 이슈화되었다. 한표가 아쉬운 정치권은 흔들렸다. 그러자 아예 취업준비자금, 지방학생 하숙비 지원금, 결혼지원금 등등 세금을 내달라는 투정이 난무했다. 정치권에서는 “어떻게 청년들이 일을 해서 국부를 창출하고 세금을 더 내겠다는 말을 하긴 커녕,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세금을 내놓으라고 생떼를 쓸 수 있느냐”고 호통을 치는 어른은 없었다.

    청년창업가들의 모임 실크로드CEO포럼에서는 지자체 선거 직후 이명박 정부에 대통령 직속 청년위 설치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철저하게 'by the young‘ 개념이었다. 반값등록금 정책은 교과부에서, 청년창업 정책은 중기청에서, 결혼 및 보육 정책은 보건복지부에서 하면 된다. 청년을 위한 정책을 추진한다고 해서 국민혈세를 들여 새로운 기구를 만들 이유가 없다.

    건국 이래 청년위 설치 요구가 이명박 정부 때 처음 나온 이유는 2030세대의 특성에 기인한다. 대중문화와 인터넷 등 뉴미디어에서 윗세대와 차별적인 장점을 지니며, 대기업과 공기업의 일자리가 늘지 않으면서 청년창업에 뛰어들어야 했던 세대이다. 또한 이 세대는 능력있는 인물일수록 정치참여를 꺼리며 자신만의 전문적 분야에 전념한다. 그래서 해당 분야에서 윗세대 권력자들보다 훨씬 더 뛰어난 지식과 능력을 갖췄으면서도, 이를 국가적으로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전문성 갖춘 청년그룹, 정치력 부족으로 의사 전달 역부족

    실크로드CEO포럼의 경우 청년창업 정책에서 무차별적인 자금 지원이 아닌 약간의 제도적 손질만을 통해 창업 성공률과 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경험적으로 확신한다. 그러나 공무원의 벽에 막혀 의견을 관철시킬 수 없다. 그렇다고 자신의 전문성이 바탕이 된 기업을 포기하고 정치권으로 뛰어들고 싶지는 않다. 바로 이들을 위해서 'by the young‘ 개념의 청년위 설치를 요구했던 것이다.

    이명박 정권 당시 필자는 대통령 빼고 모든 사람들을 만났다. 다들 고개를 끄덕였지만, 실제 청년위는 설치되지 못했다. 늘 세금만 달라고 투정하는 청년단체들만 보다보니, 2030세대가 기성세대보다 더 뛰어난 정책적 마인드를 갖고 있다는 점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박근혜 당선자의 선대위에, 청년창업가, 대중문화 마니아 등등 전문가형 청년들은 대통합위 산하 2030미래개척단을 구성하여, 10개의 정책을 제안했다. 이들 다수는 박근혜 지지자도 아니나, 자기 정책의 실현을 위해 참여했다. 그러나 전문성만 있고 정치력없는 청년들의 목소리는 청년위 구성과정에서 묵살되고 또 다시 'for the young‘으로 회귀했다.

    필자는 2030세대 관련 책을 쓰고, 실크로드CEO포럼 대표로서 청년위 구성을 기획 및 제안한 바 있다. 더구나 정치언론을 하면서 그나마 상대적으로 정치권과의 교류가 있다. 이런 필자조차도 박근혜 당선자의 청년위 구성에 의견을 낼 통로가 없었으니, 다른 전문가형 청년들은 어떻겠는가. 이명박 정권 때부터 ‘by the young’ 청년위 구성이 필요했던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