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을 보라는‘손가락’은 왜 보나?

    부당한 비대위 흔들기는 이적행위다

    오윤환 논설위원 /www.newsfinder.co.kr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한 공격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김종인-이상돈 비대위원에 대한 반발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박근혜 위원장에 대한 ‘견제’ 성격이 짙다. 비대위를 비난하는 소속의원 대부분이 ‘친이명박’ 진영이거나, ‘반박’이 대부분이라는 점이 이를 말한다.

     빌미는 비대위가 제공한 측면이 크다. 김종인-이상돈 위원이 마치 점령군처럼 “한나라당 정강정책에서 ‘보수‘를 빼겠다” “이명박 정부 실세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선전포고하자마자 친이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 난 것이다. 급기야 정몽준-홍준표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조직적으로 반기를 드는 양상으로 번졌다. 비상한 상황의 한나라당을 구하겠다는 비대위에 ’비상‘에 걸린 형국이다.

     구주류(친이)로부터 공격을 받는 김종인 위원의 ‘동화은행 2억원 수수’는 팩트다. 이상돈 위원의 ‘천안함 피로 파괴설’ 주장도 비대위원으로서 결격사유다. 다만 김 위원의 ‘2억원’ 문제는 김 위원이 “과거의 과오를 반성하고 있다. 그 반성을 한나라당과 대한민국 건전보수를 살리는데 약으로 쓰겠다”고 했으면 그만이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김 위원은 입을 꾹 다물었고 지금도 그렇다.

     이상돈 위원은 좀 심각하다. 그는 중앙대 법학교수다. 법학자인 그의 관심사는 ‘잡식성’이다. 4대강에서부터 이명박 내곡동 사저, 검찰개혁, 공기업민영화 등 어디 한군데 걸치지 않은 분야가 없다. ‘광우병 촛불’까지 옹호했다는 비난을 받았고, 이회창, 박근혜 진영을 오락가락해온 처신도 해바라기성이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거의 ‘원한’이 서린 ‘저주’를 퍼부었다. 한때는 박근혜 위원장을 ‘네안데르탈 원시인’ 취급한 사실도 있다. 학계의 ‘명진’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이 교수를 비대위원으로 끌어들인 박 위원장의 ‘눈’이 비난받아 마땅한 이유들이다.

     그러나 ‘달‘을 가리키면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라 했다. 김종인-이상돈 두사람이 비대위원이긴 하지만 두 사람은 한나라당을 비상한 상황에서 구하기 위한 비대위 소속이다. 김-이 두 사람을 볼 게 아니라 비대위를 보라는 의미다. 한나라당 비대위의 성공 또는 실패가 가져올, 대한민국의 진로에 미칠 영향을 일일이 열거할 필요조차 없다. 비대위원이 아니라 비대위를 봐야 한다.

     가수 ‘이승철‘은 로커다. 그가 작년 연말 감동을 안겼다. 12월 28일 오후 경북 김천시 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이승철과 함께 하는 드림스케치 사랑콘서트'. 이승철이 김천소년교도소 합창단원들과 함께한 특별 무대다. 지휘봉을 든 이승철은 20여 명으로 꾸려진 김천 소년원 합창단원들과 눈을 맞추며 '거위의 꿈' 을 들려줬다. 이어 이승철은 '그대에게 드립니다'를 소개했다. 이 곡은 이승철이 합창단원들에게 직접 가족들에게 편지를 쓰게 해 그 사연을 담아 곡으로 빚어냈다. 가슴 진한 후회와 사랑의 메시지가 담긴 노래가 울려 퍼지자 합창단원들은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이승철도, 청중들도 눈물을 쏟았다. 이들이 한때 과오를 범해 소년교도소에 있지만 그들의 온몸에서 나오는 목소리까지 과오에 물든 것은 아니다. 김종인․이상돈 두 위원 같지 않은 비대위원이 영입됐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그 타령은 부질없다. 김-이 두사람이 아니라 ’박근혜 비대위’를 봐야 한다.

     전여옥 의원. 도가 넘었다. 26세의 약관인 이준석 비대위원과의 티격태격이 보기 민망하다. 전 의원은 비대위원이 발표되자마자 홈페이지에 '아이들까지 정치하나?'라는 글을 올려 “갑자기 스타가 되어버린 연예인은 마약에 손대거나 자살한다”며 “26살에 집권정당의 최고위원급인 비대위원이 되어버린 청년이 비극을 겪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했다. 저주도 이런 저주가 없다. 도무지 ‘예의’라고는 찾을 수 없다. 전 의원은 급기야 “더 큰 문제는 아이들까지 정치에 끌어들인 한나라당”이라며 “26살 젊은이를 벼랑 끝에 세웠다”고 박근혜 위원장에 화살을 돌렸다. 이준석 위원은 전 의원을 향해 “변절자”라고 했다. 쉰세 살의 전 의원이 스물여섯살 짜리를 비난해 얻은 비난이다.

     전 의원의 김종인 위원에 대한 독설은 “4차례 비례대표를 하고 2억 1000만원의 뇌물로 2년 반 동안 콩밥을 먹고 더구나 노태우 비자금 조성의 주요 인물이었던 당신. 무슨 낯짝으로...”라는 글로 만개했다. ‘과거’를 들추면 김종인 뿐만 아니라 전 의원을 포함해 누가 자유로울까를 한번쯤 생각게 하는 대목이다.

     정몽준-홍준표 전 대표-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최근 회동을 갖고 "부적절한 사람(김종인 이상돈)이 쇄신을 논하고 (이명박과의) 단절을 꾀하는 것은 박 위원장을 돕는 게 아니라 당 전체를 더 큰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모임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던 이재오 의원은 은평구 ‘까미 아줌마’를 소개하면서 “깜도 안 되는 것들이 설치고 있다”는 식으로 일부 비대위원을 겨냥했다. 참으로 한가하다. 지금 한나라당이 김종인 이상돈과 씨름할 때인가?

     고승덕 의원의 전당대회 ‘돈봉투’ 폭로로 파산위기의 한나라당에게 숨통을 트게 해준 주인공은 유시민이라는 의외의 존재다. 과거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에서의 ‘돈봉투’ 살포를 증언함으로써 민주통합당의 현재진행형인 ‘돈봉투 살포’ 증언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나 민주통합당이나 색깔만 다를 뿐 ‘웅큼한 고양이’라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된 것이다.

     이제 한나라당은 ‘달’을 바라봐야 한다. 달을 가르키는 ‘손가락’을 보고 “밉네 곱네” 할 여유가 없다. 제발 비대위를 보라, 김종인-이상돈은 ‘기술자’일 뿐이다. 김일성-김정일에 이어 김정은에 까지 3대에 걸쳐 ‘충성’하는 이 땅의 종복-연북-친북으로부터 나라를 구하는 길이 뭔지 생각하라.

     그 얇은 입술에서 나오는 너무 많은 ‘말’로 ‘비호감’을 사는 정두언 의원이 모처럼 옳은 말을 한마디 했다. "박근혜 비대위는 한나라당이 처한 절체절명의 위기의 끝자락에서 탄생한 그야말로 비상기구"라며 "따라서 이 체제에 대한 생산적인 비판은 몰라도, 부당한 기득권을 고수하기 위한 흔들기는 해당행위나 이적행위다.“
    오윤환 논설위원<정치평론가>
    www.newsfind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