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유엔 인권 권고 대부분 무시…인권유린 여전"
오 준 前 駐유엔 한국 대사 "인권문제, 심하면 국제문제로 비화될 수도…北, 두려워해"
기사입력 2017-07-18 19:00:39 | 최종수정 2017-07-21 11:44:56 | 노민호 기자 | pressmh@naver.com
NKDB, 탈북자 심층조사 근거 북한의 권고안 이행검증


▲ 북한인권정보센터(이사장 이재춘 前러시아 대사. 이하 NKDB)는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유엔인권이사회 보편적 인권정례검토에 대한 북한의 권고 이행 조사’ 세미나를 개최하고 북한의 유엔 권고안 이행검증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세미나가 진행 중인 모습.ⓒ뉴데일리=정상윤 기자

북한이 유엔 인권이사회(UNHRC)가 정기적으로 유엔 회원국 전부의 인권사항을 포괄적으로 점검하는 제도인 ‘보편적 정례검토(UPR)’에 따라 제시된 권고안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북한인권정보센터(이사장 이재춘 前러시아 대사. 이하 NKDB)는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유엔인권이사회 보편적 인권정례검토에 대한 북한의 권고 이행 조사’ 세미나를 개최하고 북한의 유엔 권고안 이행검증 결과를 공개했다.

UNHRC는 2006년부터 4년 6개월을 주기로 193개 유엔 회원국의 인권상황을 포괄적으로 점검하는 보편적 정례검토 제도를 만들었다.

이후 UNHRC은 2009년 12월 제1차 보편적 정례검토 결과로 북한에 167개 권고안을 부여했다.

그러자 북한은 “심각하게 현실을 왜곡하고 자국을 비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하며 167개 권고안 중 50개를 정치적 이유로 거부했다.

북한은 나머지 117개 권고안에 대해서도 즉각 입장을 내놓지 않고 버티다 2014년 두 번째 정례검토가 시작되기 전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미 마감기한이 지난 후였다.

북한은 제출한 보고서에서 1차 정례검토 당시 받은 117개 권고안 중 81개를 완전수용하고, 6개는 부분수용, 15개는 차후수용검토, 나머지 15개는 거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NKDB의 보고서는 2014년 4월 제2차 정례검토 시까지 북한이 완전수용한 81개 권고안과 부분수용한 6개 권고안 이행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작성됐다.

NKDB는 이번 조사를 위해 북한사회전문가, 인권운동가, 인권변호사, 연구자, 그리고 前외교공무원을 중심으로 하는 전담 검증팀이 꾸렸다.

전담 검증팀은 상향식, 하양식 접근법을 동시에 활용, 북한 국내법과 북한 당국의 공식 담화 및 기타 공식문서를 검토하고, 2009년 12월부터 2014년 4월까지 북한에 살았던 100명 이상의 탈북자를 대상으로 설문과 심층면접을 실시했다.

NKDB의 분석 결과 북한이 완전·부분 수용했다는 87개 권고안 가운데 대부분은 실제로 이행하지 않거나 불완전 이행했고, 국제협력과 관련된 4개 권고안만을 완수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 북한이 유엔 인권이사회(UNHRC)가 정기적으로 유엔 회원국 전부의 인권사항을 포괄적으로 점검하는 제도인 ‘보편적 정례검토(UPR)’에 따라 제시된 권고안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유엔인권이사회 보편적 인권정례검토에 대한 북한의 권고 이행 조사’ 세미나가 진행 중인 모습.ⓒ뉴데일리=정상윤 기자

NKDB에 따르면 권고이행 기간 동안 북한이 가장 잘 지킨 권고안은 노력 없이도 가시적 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 조치였다고 한다. 시민들에게 정치적 권리 보장 및 개선을 요구하는 권고를 실행하려는 노력은 전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구금시설 내 인권침해는 여전했다. 구금시설 내에서 구타 및 고문을 직접 경험했다는 응답은 21%, 목격하거나 소문을 들었다는 응답은 74%였다. 구금시설 내에서 적절한 치료 제공 여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70% 가까이 됐다.

이날 세미나에서 북한 구금시설 내 인권실태를 언급한 한 탈북자는 “영양가 없는 옥수수, 양배추 껍질을 먹었다”면서 “강도 높은 노동은 물론 구타도 심해 죽는 사람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 탈북자는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가 없다”면서 “남편이 죄를 뒤집어 쓰고 교화소에 들어가 상상하지 못한 일들을 많이 봤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NKDB는 2019년 4월 예정된 제3차 보편적 정례검토 과정에서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의 인권 상황을 재점검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권고안들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부적으로는 ‘구금시설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 후 피해자와 가해자 미분리로 인해 일어나는 2차피해’, ‘선천적 장애아동의 생명권 침해관행에 대한 방지대책 부족’, ‘장성택 숙청 사건 이후 관련 인물의 정치범수용소 수용 과정에서 14세 미만 아동의 연좌제 처분’ 등을 권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오 준 前 駐유엔 한국 대사, 시네 폴슨 유엔 북한인권서울사무소 소장, 백범석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 북한 정치범 수용소 경비대 출신 안명철 NK워치 대표의 관련 발언에서는 북한의 인권유린에 대한 규탄과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 ‘유엔인권이사회 보편적 인권정례검토에 대한 북한의 권고 이행 조사’ 세미나에 참석한 오 준 前 駐유엔 한국 대사.ⓒ뉴데일리=정상윤 기자

오 준 前 유엔주재 한국 대사는 북한 인권에 대한 보편적 정례조사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어떤 나라도 인권 문제를 가지고 있다”면서 “정례조사는 북한을 배척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역할”이라며 북한이 유엔의 권고를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오 준 前 유엔주재 한국 대사는 북한 인권문제의 해법으로 ‘네이밍 쉐이밍(naming and shaming. 공개적 비행폭로)’ 효과를 언급하고, “결국 압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면서 “과거 인권문제는 국내 문제로 간주됐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심하면 국제문제로 비화될 수 있으며 북한도 이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시네 폴슨 유엔 북한인권서울사무소 소장은 북한이 수용하지 않은 권고안에도 국제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네 폴슨 유엔 서울사무소 소장은 “북한이 수용한 (유엔의) 권고안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계속 노력하자는 것도 좋지만, 수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면서 “북한이 유엔의 인권개선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고문이 괜찮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세미나에 참석한 시네 폴슨 유엔 서울사무소 소장.ⓒ뉴데일리=정상윤 기자

백범석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는 NKDB의 이번 보고서 발표가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번 조사는 첫 단추를 뀄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면서 “실제 북한 내부 증언을 청취하는 자체가 어려움에도 이번 조사가 진행됐다는게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안명철 NK워치 대표는 “과거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유린 문제를 지적하는 것에 대해 북한이 별 반응을 안보인 듯 했지만 속으로는 상당한 심리적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면서 “이 때문에 향후 국제사회와 NGO 역할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유엔 총회에 제출 예정인 인권 관련 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지난 17일부터 방한 중인 토마스 오헤야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은 이날 기조연설을 맡아 “북한 인권유린 상황을 명확히 설명해야할 책임이 있다”며 “이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북한 인권에 대한 감독 메커니즘인 '보편적 정례검토'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호소했다.

노민호 기자 (pressm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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