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과 안티조선 인사들 모두 출세길 달려강준만교수만 뒷담화 날리는 신세
  •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 “시민을 인질이나 빽으로 삼은 권력 지향적  인물”, “읍소와 압박으로 안철수 교수를 압박해 안 교수를 주저앉혔다”, “협찬 인생이 별것 아니라는 박 시장의 대응은 경이롭고, 협찬 중독인 그의 삶은 권력 향유 쟁취 방식의 핵심”이라고 지적하면서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이러한 강교수의 박원순 시장에 대한 비판을 <조선일보>에서는 길게 인용하여 보도했다.

    그러나 강교수의 박원순 시장에 대한 비판의식은 바로 <조선일보>를 둘러싼 안티조선 운동에 대한 시각 차 탓이었다. 강교수와 박원순 시장은 이미 10여년 전 <조선일보>를 놓고 충돌했다.

    강준만 교수는 <조선일보>에 대한 진보 지식인의 인터뷰와 기고 거부를 주 내용으로 하는 안티조선 운동의 창시자이다. 지금은 안티조선 운동이 종북좌파의 전유물로 인식되지만, 그 당시만 해도 안티조선 운동의 주요타겟은 <조선일보> 보다는 박원순, 백낙청과 같은 좌파 지식인이었다. 강교수는 좌파인양 행동하면서, <조선일보>와 손을 잡는 이들의 위선과 기만을 낱낱이 밝혀냈다. 이 중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박원순 시장이었던 것이다. 백낙청 교수는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안티조선 운동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박원순 시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박원순은 명예욕에 사로잡혀 언론과 추악한 불륜을 저지르는 인물

    발단이 된 사건은 박원순 시장이 2000년 총선 당시 낙선운동에 나섰을 때, <조선일보>에 기고를 한 건이었다. 당시 <조선일보>는 낙선운동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는데, 박원순 시장이 이런 <조선일보>에 기고했으니, 강교수로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이에 강준만 교수는 참여연대 기관지인 참여사회 2000년 5월 1일자에 박원순 후보에 공개 칼럼을 기고한다.

    “시민단체는 『조선일보』처럼 행동하면 안됩니다. 뒷집의 똥개가 뭐라고 하더라도 그 똥개의 의견에 공개적으로 답을 주는 겸손함을 가져야 합니다. 이타적인 희생정신과 그 실천이 면죄부일 수는 없습니다. 명예욕 또한 권력욕 못지않게 무서운 것입니다. 저는 한국의 시민운동 지도자들이 명예욕에 사로잡혀 언론에 대해 비굴하게 구는 정도를 넘어 언론과 아주 추악한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박원순 시장은 다음과 같이 완곡하게 답변한 바 있다.

    “세상은 각자가 서 있는 위치에서 나름대로 고민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걸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매도해 버린다면 강 교수님이 말하는 ‘조선일보식’이 될까 두렵습니다. 여전히 강 교수님은 우리가 하지 못하는 일을 용감히 해주시는 분입니다. 곁에 우리의 강력한 비판자를 두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습니다. 언제까지나 저희들의 잘못을 계속 질책해 주시고 이끌어 주십시오”

    즉, 이 시기까지만 해도 박원순 시장은 <조선일보>와의 모든 인터뷰와 칼럼기고를 거부하자는 강준만식 안티조선 운동 방식에 동의하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노무현 정권이 출범하기 전만 해도 친노좌파 진영에서조차 강준만 교수의 안티조선에 동의하지 않은 인물이 더 많았었다. 앞서 언급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조선일보>와의 전쟁을 선언한 노무현 정권 이후에는 친노좌파 지식인 99%가 안티조선에 참여한다. 특히 백낙청, 조기숙 등은 오히려 강준만 교수보다 더욱 더 앞줄에 서기도 했다. 그러면서 강교수는 안티조선 운동의 뒤로 물러섰다. 강교수가 빠지자, 안티조선 운동은 노무현 권력의 힘을 믿고 더욱 더 강경해졌다.

    그러나 이 시기에 박원순 시장은 여느 친노 인사들과 달리 차기 대통령이 유력했던 이명박 서울시장과 관계를 맺는다. 그러면서 박원순 시장은 중도적 색채를 갖게 된 것이고, 이런 정치적 행보가 오히려 이번 선거에서 더욱 유리하게 작용했다.

     안티조선 인물들, 노무현 정권 당시 감투에 혈안

    강준만 교수의 박원순 시장에 대한 비판은 <조선일보>를 비롯, <동아일보>, <데일리안>, <헤럴드경제> 등 보수언론사들이 집중 인용했다. 박원순 시장이 취임 초기 허니문 과정에 들어선 시점에서 같은 진영의 강준만의 직설적인 비판은 보도가치가 높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강준만의 비판은 실상 안티조선 운동의 역사적 평가와 더 관련이 깊다. 

    강교수는 안티조선 당시에도 백낙청, 박원순 등 <조선일보>와 손을 잡은 좌파 인물들을 개인적 출세욕 혹은 명예욕에 사로잡힌 자들이라고 비판해왔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 이후 안티조선 참여인사들이야말로 정권이 내려주는 감투를 서로 받으려 아우성쳐댔다.

    안티조선 운동에 동의하지 않았던 박원순 시장이, 안티조선의 기치를 내걸었던 친노세력과 손을 잡고 서울시의 권력을 쟁취한 반면, 안티조선의 창시자인 강준만 교수는 뒷담화를 치는 위치로 전락해버린 것은, 좌파 운동권 역사의 아이러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