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회민주주의의 3대적(敵) 
     
      국회의원이면서 표결 방해하는 자·국회를 공격하라고 선동하는 세력
    법률과 규칙이 파괴되는 것을 방관하는 자 
    양동안   
     
     어느 나라에서든지 자기 나라 정치제도의 작동을 방해하는 적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우리나라 의회민주주의의 작동을 방해하는 적들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의회민주주의의 작동을 방해하는 최대의 적들은 다음 3 가지 부류의 집단들이다.
     
      첫째의 적은 국회의원이면서 국회가 토론→타협→표결의 장이 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자들이다. 국회는 의회민주주의에 있어서 문제해결의 기관이며, 국회에서의 문제해결은 정해진 규칙에 따른 토론→타협→표결을 통해 이루어진다. 국회의원들이 무슨 이유로든지 토론, 타협, 표결을 방해하는 것은 국회의 문제해결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며, 이는 곧 의회민주주의의 작동을 정지시키는 것이다.
     
      의회 내부에서 의회민주주의를 작동 불가능 상태에 빠트리는 이런 자들은 하나같이 ‘민주주의’를 내세우면서 그런 행동을 한다. 의회민주주의를 마비시키는 그들의 행동에 비추어볼 때 그들이 핏대 세우며 외쳐대는 ‘민주주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 어렵다. 역사적으로 보면 반(反)민주주의자들이 민주주의를 주장하면서 민주주의를 살해한 예도 적지 않다.
     
      둘째의 적은 군중을 향해 국회를 공격하라고 선동하는 세력이다. 최근 민주당의 정모 의원과 이모 의원은 한·미FTA를 반대하는 세력을 향해 국회를 포위하여 국회의 한·미FTA 비준을 저지해달라고 선동했다. 국회를 포위·강압하여 국회로 하여금 제 할 일을 못하게 만드는 것은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반란이다. 국회를 포위하라고 선동하는 것은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반란을 선동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의회를 공격하라고, 의회민주주의에 대해 반란을 일으키라고 선동하는 자들도 겉으로 내세우는 명분은 언제나 민주주의이다.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반란을 선동하는 이런 의회민주주의의 적들은 자기들의 반(反)민주주의 선동에 반대하는 의회의 조치를 도리어 반(反)민주주의라고 규탄한다. 어이없는 일이다.
     
      셋째의 적은 의회민주주의의 법률과 규칙이 파괴되는 것을 방관하는 자들이다. 그 방관자들은 국회의원일 수도 있고 일반 국민일 수도 있다. 의회민주주의의 법규를 위반한 자들에 대해 국회의원들은 엄중한 징계를 해야 하고, 유권자들은 선거에서 그런 자들을 반드시 낙선시켜야 하는데, 방관자들은 관용의 미덕을 내세워 그런 처벌을 사실상 방해한다.
     
      관용이란 일반적으로는 좋은 것이나, 그런 경우의 관용은 미덕이 아니라 악덕이다. 민주정치는 스포츠로 치면 매우 거친 경기에 해당한다. 거친 경기일수록 경기규칙이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기가 난장판·싸움판이 되고 만다. 민주정치가 잘 실행되려면 법률과 규칙이 엄격히 준수되어야 하며, 법규위반자들을 엄벌해야 한다. 엄벌하지 않으면 법규위반 행위가 반복적으로 발생하여 의회민주주의가 고장을 일으키게 된다.
     
      위에 열거한 3대 적들이 존재하는 한 어느 나라에서도 의회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이 나라에서 의회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행하려면 서둘러 그 적들을 척결해야 한다. 그 척결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이 나라에서 의회민주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며, 종국에 가서는 의회민주주의 자체가 와해될 것이다.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