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남덕우 前 국무총리의 대학생과의 대화 시리즈 -
    V.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 우리는 2008년에 세계적 금융위기를 경험했고 그 연장선상에서 지금 미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그리스. 이태리- 등이 심각한 부채위기(debt crisis)에 직면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자본주의 내지 시장경제에 대한 불신풍조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자본주의를 대신할 만한 대안이 있느냐 묻는다면 대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Lester c, Thurow는 그의 저서 <자본주의의 장래>에서 자본주의를 매우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결국 "자본주의 외에는 선택지(選擇肢)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미국에서는 2006년에 Peter Barnes가 <자본주의 3.0>이라는 책을 냈고, 작년에 영국의 Kaletsky는 <자본주의 4.0>이라는 책을 냈고,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일보가 8월 2일부터 <자본주의 4.0> 시리즈를 연재한 바 있습니다. Kaletsky에 따르면 자본주의 1.0은 Adam Smith의 고전적 자유방임주의(1776~1930)이고, 자본주의 2.0은 Keyens의 수정자본주의(1930s~1970s)이고, 자본주의 3.0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Friedrich August von Hayek (1899~1992)의 자유주의 사상의 영향을 받은 영국의 데처 수상과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의 신자유주의(1980년대부터 약 20년 간)인데, 세계적 재정․ 금융 위기를 가져 온 오늘의 자본주의(2007-10)는 자연을 파괴하고, 부와 소득의 불균등을 확대하고,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지 못했다고 비판합니다. 그는 시장기능과 정부 간의 견제와 균형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장점을 살리고 자본주의의 폐단을 제거하는 것이 <자본주의 4.0>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세계적 재정․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이 시장 경제 자체에 있다고 보는 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오히려 정부가 시장 경제를 잘못 운용한 데에 원인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 입니다. 우리는 자동차의 메커니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잘못 운전하거나 관리하지 못하면 고장이 나거나 사고를 일으킵니다. 그런데 자동차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생산 수단의 사유, 이윤을 위한 생산과 경쟁, 이윤, 임금, 지대(地代)로 대별되는 소득 분배 형태를 구성 요소로 하고 있는데 이 구성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작동하여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느냐 하는 것은 정부의 관리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정부의 시장경제 관리방식이 잘못된 예는 지금의 세계적 국가부채 위기 (sovereign debt crisis)에서 볼 수 있습니다. 돈은 벌기는 어려워도 쓰기는 쉽다는 말이 있는데 정치인들은 투표권자의 인기를 얻기 위해 사회보장 지출 확대를 쉽게 공약합니다. 그러나 그에 필요한 비용 조달을 위해 세금을 올리거나 세출을 삭감하는 것은 국민들의 인기가 없기 때문에 가장 안이한 방법으로 국채를 발행하여 국내외 은행들에게 팔아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그 결과 국가 채무가 GDP의 100% 내외에 있는 나라가 많아졌고 일본의 경우에는 200%까지 상승했습니다. 국가 채무가 어느 정도 이상으로 누적되면 더 이상 적자 재정에 의한 상환이 어렵게 되고, 그것이 세상에 알려지면 시장에서 매매되는 국채의 시장가치가 떨어지고 국채를 보유한 내외의 금융기관들은 대량의 부실채권을 안게 됩니다. 그래서 재정 위기가 금융 위기로 번지게 되고, 실물 경제(투자, 소비, 수출)도 위축되어 경제 불황이 오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세계경제위기를 '부채위기'라고도 하는데 그것은 정치가 만들어 낸 것이고 시장 경제는 정부 관리방식에 따라 작동 했을 뿐입니다. 사람들은 '시장의 실패'를 강조하지만 '정부의 실패'가 더 큰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지금의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자유방임이 아니라 정부가 관리해야 하는 체제이기 때문입니다.

  • 일본에는 네 가지 특수한 사정이 있습니다.

    일본에는 (1)아직 국민의 세금부담을 올릴 수 있는 여력이 있고, (2)경상 흑자국이고 (3)세계 최대의 대외 순 채권 보유국이고 (4)국가채무의 95%는 자국 국민에 대한 채무이기 때문에 국가채무 비율이 높아도 일본국채를 가진 외국인 또는 금융기관은 별로 걱정하지 않고 다만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인구의 노령화로 사회보장지출이 계속 증가할 것이니 국가채무를 줄여야 한다는 일본 국내 여론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 방법의 하나로 물품세율을 현재의 5%에서 점진적으로 10%까지 인상하자고 간나오토 前 총리가 제안했지만 일본의 정치권이 이를 받아드리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에는, 2011년 3월 말 현재 약 9.6조 달러의 국채 잔액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 4.4조 달러 (46%)는 해외 투자가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 시장경제의 자유와 효율보다 사회주의의 분배를 중요시하는 Marxist 들도 있습니다. 예컨대 2009년 12월, 런던 킹스 칼리지에서 <자본주의의 미래> 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개최한 일이 있는데 이 회의에서 사회주의노동당 중앙위원인 알렉스캘리니코스 (Alex Callinicos)가 한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는 자본주의 본질을 착취와 경쟁으로 파악하고, 사욕(私慾)만이 모든 진보와 발명의 원동력이 된다는 생각에는 동의 할 수 없다고 하며 사람을 움직이는 동기에는 호기심, 이타심, 창조력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시장경제의 채찍과 당근이 없으면 사람들이 아무 것도 안 할 것이라는 생각은 정말 어리석다" 고 극언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엄청난 곡해(曲解)입니다. 그가 말한 대로, 인간 생활에 여러 가지 측면이 있고 노력의 동기에도 여러 가지가 있음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물적 생산이 인간생활의 기초 조건이고 물적 생산에는 자원이 필요한데 자원의 량(量)은 언제나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어쩔 수 없이 생산의 효율을 따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인간 사회의 숙명입니다. 그리고 계획적 통제 경제가 아니라 자유경제체제 하에서 사람들이 보다 자유롭게 다양한 욕구와 동기를 추구하고 경쟁이 그 촉진제가 되어 왔다는 것은 역사적 진실입니다. 그리고 21세기의 자유 민주주의 하에서 '착취'를 방치하는 자본주의 국가는 하나도 없습니다. 앞에서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 소득분배의 양극화가 있기는 하나 그를 시정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없지도 않습니다. 만약 캘리니코스의 말이 옳다고 하면 미국이나 일본은 무자비한 착취의 도가니 속에서 오래 전에 망했어야 할 일입니다.

  • 앞에서 여러 번 말한 바와 같이 인간은 빵과 자유 없이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자유는 책임과 자제를 요구합니다. 명품을 사는 사람들은 사회적 미덕을 위해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것을 사는 것을 누구도 막을 권리는 없습니다. 자유를 존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정부가 높은 세금을 내고 사도록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서울역에 모여 있는 노숙자 또한 그들 자신의 문제이자 정부의 문제입니다. 먼저 정부의 문제부터 말한다면 1인당 소득이 2만 달러가 넘는 나라에서 어찌하여 노숙자가 항상 있도록 방치 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사회보장의 효과가 그들에게 미치지 못한다면 사회보장 제도의 전달체계가 잘못되어 있다는 말이 됩니다. 다음은 노숙자 자신의 문제입니다. 만약 그들이 노력해서 자활의 길을 찾으려 해도 그러한 길이 전혀 없다면 정부의 구호를 요청할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헌법 제34조는 ①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②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노숙자 중에는 자활 노력이나 집단수용소에 들어가 편한 잠자리를 구하는 것 보다 노숙을 하는 편이 보다 자유롭고 편하다고 생각하는 노숙자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도 역사에 노숙자가 모여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어쨌든 이러한 현상들이 대기업이나 자본주의 탓이라고 속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영국의 경제학자 A. Marshall이 가르친 바와 같이 우리는 따뜻한 가슴과 냉철한 머리를 가지고 우리 사회 문제를 바라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월가의 데모사태는 자본주의에 대한 반대라기보다 민주정치에 대한 환멸이 원인이라는 New York Times의 보도에 나는 공감합니다. 수일 전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한 조지타운 대학 케이진 교수도 “시위대의 분노는 자본주의 자체가 아니라 정치권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좌절감에 원인이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부실 금융기관을 구제하기 하기 위해 정부가 막대한 공적자금=세금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보너스 잔치를 벌이는 금융기관을 그대로 두고, 소득 불평등 확대, 높은 실업률, 복지지출 감축 등 경제적인 요인들을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에 대한 환멸과 분노 때문에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오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군중들은 정치권의 부정부패와 부자와 빈자 사이의 양극화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좌절감에서 자본주의 자체를 공격하기도 하는데 "현재 자본주의를 대체할 만한 경제 시스템은 없으며, 따라서 젊은이들의 시위를 자본주의의 종말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케이진 교수는 말합니다.


    비단 미국의 월가(Wall Street) 뿐만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군중 데모가 확산되고 있는데 유럽에 있어서는 London 이나 Athens에서는 폭동까지 일어나고 있고, 심지어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는 인도와 이스라엘에 있어서도 데모가 확대되고 있는데 그들의 저변에는 정치와 기존 질서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고, 선거와 투표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절규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들을 선출했는데 해결된 것은 아무 것도 없고 부정부패만이 판을 치고 있다." 라는 것이 데모에 참가한 어느 인도인의 말입니다. 한편 옛날과 달리 오늘의 반정부 시위자들은 인터넷 온라인을 통하여 그들 자신의 정치적 공간을 만들면서 전통적 엘리트 집단과 제도에 대해 적대적 성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20대 30대는 Twitter, Facebook 등 SNS를 활용하여 생각과 뜻을 같이하는 불특정 다수인을 순식간에 조직화할 수 있고, 그들은 참여와 분권화를 지향하고, 대기업이나 국가 경영의 전통적 방식에 대하여 회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 데모군중들이 바라는 사회가 어떠한 사회이고 그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들은 말하지 않고, 아니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유럽 남부의 국가들이 복지증진을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재정과 금융 파탄을 가져왔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진리는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없는 돈을 쓰려고 하면 말할 수밖에 없다는 진리입니다. 재정은 수지균형의 원칙을 무시했기 때문에 파탄했고 금융은 자산과 부채의 균형을 무시했기 때문에 위기로 몰렸습니다. 따라서 해결책은 균형화를 도모하는 길 밖에 없습니다. 달리 말하면 정치적, 사회적 고난과 진통을 무릅쓰고 구조조정을 수행하는 길 밖에 없습니다. 다만 진통을 적게 하기 위해 속도를 조절하고 국제적 지원을 요청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 지도자들은 국가 채무를 주리기 위해 세출 삭감과 증세가 필요함을 알면서도 투표권자들의 반대가 무서워서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한 때입니다. 재정, 금융을 정상 상태로 되돌리고, 청년 실업을 해소하고, 빈부격차를 주리고, 청정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청사진을 제세하고 실천하는 정치 지도자들이 나와야 합니다.

  • 인간이 역사적으로 경험한 몇 가지 정치․경제 체제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게 마련입니다. 다만 우리는 단점보다 장점이 우월한 체제를 선택 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자본주의경제체제가 단점보다 장점이 우월하다고 믿고 있지만 거기에는 이른 바 '시장의 실패'가 있고 그를 보완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는 것이 경제학의 기초 이론입니다.


    경제학이 분석하는 '시장실패'사례를 보면,

    1. 공급독점: 독점 기업은 경제의 압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가격과 공급량을 임의로 조절하여 이윤을 극대화 하려고 합니다. 사회적으로 경쟁 상태의 경우보다 공급량이 적어지고 가격은 높아집니다. 따라서 자본주의 국가의 정부는 공정 거래를 위해 독과점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2. 외부경제: 한 생산자의 생산 활동이 기업 외부에 있는 다른 생산자 혹은 소비자에게 경제적 손실 또는 이익을 줄 때, 이것을 외부효과(externality)라고 합니다. 그리고 손실을 줄 경우에는 부정적 외부효과 혹은 외부불경제(External Diseconomy)라 하고, 이익을 줄 경우에는 긍정적 외부효과 또는 외부경제(External Economy) 라고 합니다. 외부경제(긍정적 외부효과)의 대표적인 예는 교육입니다. 사립학교는 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여 배출하는데 기업들은 그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공짜로 채용합니다. 정부가 교육세를 부과하여 학교를 보조하는 이론적 근거가 여기에 있습니다. 외부불경제의 대표적인 예는 공해입니다. 생산자의 공장이 매연을 내 뿜는다면 그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공해로 인해 불쾌감과 경제적 손실을 보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공해에 대해 아무런 비용도 부담하지 않습니다. 이 불공평을 시정하자면 정부가 공해를 발생시킨 기업에게 환경세를 부과하여 피해자를 보상하거나 직접적으로 공해량을 통제할 수도 있습니다.

    3. 정보의 비대칭성: 상품을 사는 사람이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상품을 파는 사람은 품질을 속이거나 불량품을 고가로 파는 유혹을 갖게 됩니다. 한편 소비자는 속지 않을까 우려하여 상품을 사지 않을 때에는 그 상품 시장이 위축되거나 심지어 없어지는 경우조차 있는데 이것은 시장기능의 실패를 의미 합니다. 판매자는 상품에 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데 반하여 구매자는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의미에서 이를 ‘정보의 비대칭성’이라고 하는데, 정부는 가짜 상품을 추방하고 정직한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는 동시에 감시기관을 운영하고 있으나 시장 실패를 완전히 해결하기는 힘든 일입니다.

    4. 소득 분배의 격차: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최대 난점은 소득분배상의 불균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장경제는 능력에 따라 생산하고 능력에 따라 분배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능력과 관계없이, 상속, 환경, 행운과 같은 외부 요인에 따라, 또는 부정행위에 따라 개인의 소득이 결정되는 경우가 있고, 한편 그 이유가 어디에 있던 심한 소득 격차와 빈곤층의 존재는 한 사회의 불안정요인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국가는 소득 재분배정책을 시행하고 다각적인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5. 환경 파괴: 지금 기업의 무절제한 이윤 추구가 환경파괴를 가져왔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습니다. 모든 생산 활동이 자연 친화적이고 천연자원을 절약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지구촌에서 인류의 생존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경고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참고로 미국의 환경연구소 Rocky Mountain Institute의 창설자인 Amory and L. Hunter Lovins에 따르면 지구상의 자원과 인간과의 관계를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하면 인간 사회는 살아남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철과 강철의 현재 사용량의 92%, 알루미늄의 1/3, 고무의 3/5, 플라티나의 4/5 사용량으로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고 그러한 '슈퍼자동차'가 출현할 때 다음 산업혁명의 기수가 될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장점을 말해주는 또 다른 유사한 예를 들겠습니다.

    우리가 시장에 가보면 돈만 있으면 무엇이던 살 수 있는 상품이 쌓여 있고, 안 팔리는 상품의 재고가 무작정 쌓여있거나 잘 팔리는 상품의 품절이 계속되는 경우는 보기 드뭅니다. 여기에서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가격의 기능을 실감할 수 있지 않습니까? 이것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장점의 하나입니다. 그 밖에 자본주의의 장점에 관하여는 지금까지 거듭 설명한 바 있습니다. 즉 인간의 필수조건은 빵(물질)과 자유인데 두 가지 조건을 양립시킬 수 있는 경제 체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밖에 없다는 것, 자유와 경쟁을 통해 경제의 효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사장경제의 실패를 보완하는 방법이 있고 자유 민주의 나라들이 나름대로 보완하는 방법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했습니다.


    물론 민주적 대의정치가 시장경제를 관리하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Thurow가 말한 대로 ‘정치권력으로 시장이 창출하는 불평등을 줄이는 데에는 곡예와 같은 균형감각’이 필요합니다. 소득 재분배가 지나치면 자본주의의 incentive 기능이 죽어버리는 반면에 경제의 파이가 커짐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실질소득이 평균적으로 증가하지 않으면 인구의 과반수가 Populism이나 사회주의 유혹에 빠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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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진국에서는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를 논쟁할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대신 이제는 시장 경제의 자유와 효율, 그리고 사회주의가 주장하는 경제정의는 모두 버릴 수 없는 가치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북의 공산주의와 대치하고 있기 때문에 남-북간의 이념 차이를 문제시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 노동당에는 ‘선전선동부’가 있어서 지난 반세기 동안 공산주의 이념을 국민 뇌리에 새겨 넣었습니다. 반면, 남한에서는 국민들이 자유 민주와 시장경제라는 헌법적 가치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심지어 북한의 이념을 비판하면 ‘색깔론‘ 또는 보수 꼴통이라고 비하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정치 지도자들이 입버릇처럼 국민들에게 국가이념을 고취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이념에 관한 국민 교육이 부실한 상태입니다. 언제인가는 남북통일의 날이 올 것인데 남한 국민들에게 국가이념 이라는 정신적 구심점이 없으면 어떻게 북한 동포를 자유민주 체제로 끌어안을 수 있을 것 인지 학생들이 이점을 고민해 주었으면 합니다.

     이 인터뷰는 한국선진화포럼 한국선진화포럼SNS를 통하여 전국 대학생들로 부터 취합된 질문을 종합하여 이루어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