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온건파’라는데...

      민주당 ‘온건파’라는 호칭이 신문에 났다. 이들은 정부가 ISD 재협상 약속을 미국으로부터 얻어낸다는 조건으로 여야 타협의 길을 찾자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한다. 이들의 의견이 과연 민주당 지도부와 한나라당과 FTA 상대방인 미국에 씨알이 먹힐 소리인지 어떤지를 여기서 논하자는 게 아니다. 이 마당에 미국과 재협상 운운은 아마 안 될 일일 것이다. 아니, 민주당 지도부부터가 이미 타협이란 말에 완강히 맞서고 있다.

      다만 유의하고 싶은 것은 민주당 안에도 ‘온건파’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실은 ‘온건파’라기보다는 ‘체제내적 야당’이라고 해야 더 맞을 것이다.

      민주당은 본래 ‘체제내적 야당’이었다. 그러던 것이 김대중 전 대통령 때 운동권 중에서도 NL(민족해방) 계열이 대거 ‘수혈’ 되면서부터 민주당의 정체성이 바뀌기 시작했다. 요즘 들어선 ‘중도 좌’인지 민노당 2중대인지 헷갈린다는 소리마저 들었다.

      그럼에도 민주당 안에는 ‘아주 좌(左)’로 가기는 힘든 우(右) 출신들이 한 편엔 있어 왔다. 이들은 물론 정치적 실권이 없는 ‘구색 갖추기’ 정도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면서도 정책 현안에 대해 ‘아주 좌(左)’와는 다른, ‘합리적 조정안’을 모색하는 기색은 간간히 드러냈다.

      이들의 비중을 과대평가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들이 FTA 무산을 피하기 위해 막판 타협을 당 지도부에 건의했다는 사실엔 눈길이 간다. 안 되더라도 말이다.

      민주당이 저래선 안 된다. 민주당은 어디까지나 자유민주주의 정치질서와 자유 시장경제의 테두리 안에서 ‘사회적 약자 보호’에 방점을 찍겠다는 정도에 있어야 제격이다. 그러지 않고 민노당 등 “역사 교과서에 자유민주주의를 못 박아선 안 된다”는 세력하고 얼싸둥둥 엉겨서 논다는 것은 민주당 스스로 자기 부정(否定)의 길을 가는 것이다.

      민주당 안의 소수 ‘온건파’라는 사람들은 말하자면 그 자기부정을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일 것이고, 사실이 그렇다면 그런 입장을 계속 붙들고 나가야 한다. 한국 정치지형에는 건실한 ‘체제내적 야당’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대한민국적 여당과 대한민국적 야당이 공유하는 자유민주 정치판도의 중심축이 설 수 있다.

      종북주의자들과 기타 체제 타파 세력은 이 중심축을 무너뜨리기 위해 일단 ‘체제내적 야당’의 자리부터 지워버리려 한다. 한 동안은 민주당을 숙주(宿主)로 실컷 이용해 먹었지만, 이제는 자기들의 힘이 커졌으니 그 숙주마저 제치고 야권 전체를 자기들이 견인하고 강제하려 한다. 야권이 체제 타파 세력에 이렇게 다 흡인되면 그 만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정치영토는 없어질 것이다.

      이러한 사태는 일차적으론 민주당 안의 ‘온건파’의 용도가 폐기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민주당 안의 ‘온건파’는 과연 이런 사태를 바랄까? 바리지 않을 것이라 믿고 싶다. 그렇다면 그들 나름의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안 되더라도 말이다.

    류근일 /본사고문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