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취임하자마자 '금연 전도사'인 박재갑 서울대의대 교수한테 '혼쭐'이 났다. 금연공연 내 흡연구역을 설치하려던 서울시의 계획이 발단이 됐다.

    7일 박재갑 교수와 서울시에 따르면 박 교수는 지난 1일 자신이 대표를 맡고 있는 '한국 담배제조 및 매매 금지 추진운동본부' 명의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항의 공문을 보냈다.

    항의 공문의 주요 내용은 서울시의 금연공원 내 흡연구역 설치계획을 즉시 철회하라는 것이다.

    당초 서울시는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시내 공원 20곳 중 15곳에 이달 말까지 흡연구역 34곳을 설치하겠다는 정책을 박 시장 당선 전인 지난달 18일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금연 전도사로 통하는 박재갑 교수는 이런 계획을 접하자마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곧바로 박 시장에게 공문을 발송했다.

    박 교수는 공문에서 "금연공원에 흡연구역을 설치하는 것은 금연공원 지정의 주요 이유인 '간접흡연피해방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조치"라며 "간접흡연 피해 방지를 위해 금연공원 내 흡연구역 지정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특히 개방형 흡연구역은 금연공원 지정의 의의를 훼손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흡연구역 설치를 즉각 중단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의 이런 요구에 대한 박 시장의 대처도 빨랐다. 공문을 보고받은 박 시장은 곧바로 담당 국장을 통해 박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서울시의 금연정책 전반을 논의한 것은 물론 박 교수의 요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또 박 교수한테 직접 전화를 걸어 그의 지적에 공감을 표했다.

    이 과정에서 박 시장은 "국민건강 전도사인 박재갑 교수가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면서까지 말리겠다고 한다면 굳이 공원에 흡연구역을 지정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전언이다.

    결국 박재갑 교수의 지적으로 금연공원에 흡연구역을 설치하려던 서울시의 계획은 유보됐다.

    서울시 최광빈 푸른도시국장은 "외국의 사례와 설문조사 등을 거쳐 완전 금연공원으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 단계로 흡연구역 설치를 검토했으나 흡연구역을 지정할 경우 간접흡연 피해가 우려된다는 박 교수의 지적에 일리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흡연구역 설치를 당분간 유보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박원순 시장은 지난 2006년 사회 각계각층 인사 158명 중 한 명으로 참여해 '담배제조 및 매매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청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