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지 오웰이 죽기 전 찍은 '빨갱이' 38명 
     
    2003년에 명단 공개.
    스탈린과 히틀러를 동시에 옹호한 E.H.카도 포함.
    한국에선 카의 책이 많이 팔린다. 


    趙甲濟   

     
      1949년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은 ‘1984년’을 출판한 뒤 병원에서 폐결핵 치료를 받고 있었다. ‘白晝(백주)의 암흑’이란 소설로 소련 공산주의자들의 무자비한 숙청을 폭로하였던 아서 케스틀러의 妻弟(처제)인 셀리아 커원이 찾아왔다. 커원은 영국 노동당 정부에서 설립한 정보조사국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이 부서는 對공산권 선전을 맡았는데 커원은 국장의 보좌관이었다.
     
      오웰은 비밀 공산주의자이거나 동조자로 의심되는 38명의 이름을 적어 커원에게 건네주었다. 對공산권 선전을 할 때 이 사람들을 쓰지 말라는 뜻이었다. 이 명단은 ‘오웰의 리스트’로 알려지게 되었다. 영국 정부가 명단을 공개한 것은 오웰이 죽은 53년 뒤인 2003년이었다.
     
      사회주의자 출신으로서 스페인 內戰 때 좌파 편에서 참전하였던 오웰은 좌익 인맥에 밝았다. 신문사의 書評(서평) 담당 기자로 일한 적도 있어 지식인 사회의 動向(동향)에 정보가 많았다. 그는 1940년대 중반부터 ‘비밀 공산당원’ ‘동조자’ 등으로 분류된 명단을 공책에 정리해두고 있었다. 135명에 대한 자료가 정리되어 있었는데, 38명을 추려서 커원에게 준 것이다. 주요인사들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작가와 기자
     
      J.B.프리스틀리: 소설가 및 극작가
      킹슬리 마틴: ‘뉴스테이츠맨’의 편집장
      알라릭 제이콥: 2차 대전중 모스크바 주재 데일리 익스프레스의 특파원
      아이리스 모레이: 옵저버紙의 모스크바 특파원
      E.H.카: 역사학자
      아이작 도이처: 전 트로츠키주의자, ‘트로츠기’ 3부작의 著者
      월터 두란티: 뉴욕타임스의 모스크바 특파원
      나오미 미치슨: 소설가
      노먼 맥켄지: 역사학자 및 사회민주당의 창립멤버
      마가렛 스투어트: 트리뷴의 산업노동 담당 기자
      랜덜 스윙글러
      피터 스몰렛: 데일리 익스프레스 기자
     
      *과학자
     
      골든 칠드: 고고학자
      존 맥머레이: 철학자
      패트릭 블랙킷: 물리학자
      J.G.클로우더: 가디안의 과학 담당 기자
      A.J.P.테일러: 역사학자
     
      *배우
     
      마이클 레드그레이브
      찰리 채플린
     
      *노동당 국회의원
     
      베시 브라독
      톰 드리버그
      존 프라츠-밀즈
      스티븐 스윙글러
     
      *기타
     
      해군 중령 에드가 영
        
      스페인 내전을 통하여 스탈린주의자들의 행태를 속속들이 알게 된 오웰은 공산전체주의는 파시즘과 같은 인류의 敵(적)이라고 보았다. 그가 작성한 명단에 오른 지식인들은 거의가 親蘇的(친소적) 인사들이다. 이 명단은 搜査用(수사용)이 아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원고를 청탁한다든지 방송에 출연시켜선 안 된다는 정도의 정보였다. 이 명단이 작성된 이후 이들의 행태를 보면 오웰이 사람을 잘 보았다는 평가를 내리지 않을 수 없다. 
      
      데일리 익스프레스의 피터 스몰릿 기자는 그 뒤 소련 KGB에 포섭된 간첩으로 밝혀졌다. 그를 포섭한 사람은 영국 정보기관의 요직에서 근무중이던 킴 필비였다. 필비는 캠브리지 대학 재학 때부터 KGB에 포섭된 간첩이었다. 스몰릿은 2차 대전중엔 영국 戰時(전시) 정부의 정보부에서 소련과 과장으로 일했다.
     
      뉴욕 타임스 모스크바 특파원 월터 두란티는 1930년대 소련에 대하여 보도하면서 스탈린의 숙청을 비호하고, 大飢僅(대기근)에 대하여는 축소 왜곡하였다. 그는 1932년 소련 보도로 퓰리처 상을 받았다. 동료 기자들은 소련 선전을 받아 기사를 쓰는 그를 경멸하였다. 2003년 뉴욕 타임스는 미국 콜롬비아 대학 교수 마크 폰 하겐에게 의뢰하여 두란티의 퓰리처 상 기사를 검증하도록 하였다. 하겐 교수는, 두린티 기자가 편파적이고 비판의식이 결여되어 있으며 스탈린의 선전에 너무 의존하였다면서 뉴욕 타임스의 명예를 위하여 스스로 이 상을 반납해야 할 것이라고 보고하였다. 뉴욕 타임스는 하겐 교수의 보고서를 퓰리처상 위원회에 보냈으나 위원회는 상 회수까지 가진 않았다.
     
  • ▲ 영국 역사학자 E.H. 카ⓒ
    ▲ 영국 역사학자 E.H. 카ⓒ
      스탈린과 소련의 전체주의를 가장 오랫동안, 가장 심하게 왜곡한 사람은 역사학자 E.H.카였다. 그는 2차 대전 직전까지 스탈린과 히틀러를 동시에 옹호하였다. 공산주의와 파시즘이 자본주의와 개인주의에 대한 반발로 생긴 것이라면서 챔벌린 영국 정부의 對히틀러 유화정책도 지지하였다. 2차 대전의 문을 연 獨蘇(독소) 불가침 조약까지도 옹호하였다. 그는 14권짜리 소련 역사를 썼는데, 왜곡의 결정판이다. 지금은 웃음꺼리가 되고 있다. 카는 마르크시즘이 가장 성공적인 전체주의라면서 소련의 사회복지 정책은 유럽보다 더 진보적이라고 격찬하였다. 그는 소련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향하여 ‘눈먼 사람, 치유가 불가능한 사람’이란 악담도 쏟아 부었다. 1970년대 말 鄧小平이 毛澤東 노선을 버리고 개방과 개혁으로 나아가자 ‘퇴보적’이라고 비방하였다. 노르만 앙겔은 카를 ‘도덕적 허무주의’라고 혹평하였다. 미국의 리처드 파이프스는 카의 소련 옹호는 유태인 학살 옹호와 같다고 경멸하였다. 영국의 송두율 같은 E.H.카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이 많은 것은 知的 천박성의 한 증거일 것이다.
     
      조지 오웰의 리스트에 오른 親蘇 지식인들 가운데 상당수는 동성연애자와 변태성욕자들이었다. 이들은 변태장면이 KGB에 약점으로 잡혀 소련을 위한 위선적 言動(언동)을 하였을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조갑제 (조갑제닷컴대표 /뉴데일리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