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에 어찌 기업 회계 기준을 갖다 붙이는지 재정 위험 따질 때는 단식부기상 채무 기준이 적합
  • ▲ 10일 밤 서울 양천구 목동 SBS사옥에서 서울시장 후보 초청 TV토론회가 열렸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범야권 박원순 후보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10일 밤 서울 양천구 목동 SBS사옥에서 서울시장 후보 초청 TV토론회가 열렸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범야권 박원순 후보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야권 박원순 후보가 첫 TV토론에서 한바탕 ‘부기논쟁’을 벌였다.

    나경원의 ‘완승’

    10일 밤 SBS를 통해 방송된 ‘나경원 vs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토론’에서 두 후보는 서울시의 채무가 늘어난 배경과 계산 방식에 대해 인식차를 드러냈다.

    이날 박원순 후보는 지난 10년간 한나라당 출신 시장이 집권하면서 서울시 재정이 파탄나게 됐다며 야권 특유의 전략적 주장을 펼쳤다.

    박 후보는 ‘우면산 산사태’ 등을 거론하면서 “21세기 수도 한가운데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이는 도시의 안전 기본에도 투자가 제대로 안 됐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경원 후보는 대변인과 최고위원 등 중요한 역할을 지냈지만 나 후보와 한나라당은 아무런 견제를 하지 않았다”고 공세를 펴나갔다.

    그러자 나 후보는 “이명박-오세훈 시정이 서울시 도시경쟁력을 세계 9위로 끌어올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나 후보는 “다만 경쟁력은 높아졌지만 시민 행복지수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지난해부터 시정이 변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후보는 서울시 부채 규모의 셈법을 놓고 상당한 의견차를 보였다.

    박원순 후보는 ‘구멍가게론’을 들어 복식부기에 의한 회계처리기준을 제시한 반면, 나경원 후보는 정부의 회계기준 원칙을 들어 단식부기를 강조했다. 

    먼저 박 후보는 “서울시 부채가 25조5천억원에 이르고 SH공사의 부채비율이 500%에 육박하는데 이는 오세훈 전 시장의 전시성-낭비성 예산 결과”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나 후보는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면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부채가 늘어난 것이고 SH공사는 선투자한 부분이 있다. 부채가 늘어난 건 맞지만 충분히 줄일 수 있고 박 후보도 7조원을 줄이겠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나 후보는 “25조원은 복식부기에 의한 것이고 단식부기에 따르면 19조가량 된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는 “(나 후보가) 부채계산 방식을 단식부기로 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복식부기로 할 경우와 6조원 차이가 난다. 정부와 공기업·공공기관에는 다 복식부기로 쓰고 있는데 단식부기를 쓰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구멍가게에서 쓰는 단식부기를 쓰는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나경원 후보는 “(잘 모르시나본데) 정부 회계기준은 단식부기다. 서울시는 단식부기로 쓰는 것이 원칙이다. 복식부기는 사실을 부풀려 놓은 부분도 있다”고 재반박했다.

    박 후보는 곧바로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는 단식부기를 쓰는 곳이 없다. 기업들도 복식부기로 한 지 오래됐다”고 주장했다.

    SBS TV토론이 끝난 뒤 나경원 캠프 측 정책 관계자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박 후보의 복식부기론을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지방재정법 시행령 11조 지방채 회계기준에 따르면 지방-중앙정부는 단식부기를 사용토록 돼 있다. 정부는 공무원의 퇴직급여 및 충당성 적립금을 별도로 관리해야 하는데 공무원들을 일시에 퇴직시킬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단식부기에 의한 채무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재무위험 관리에서 실효성이 크고 지방재정법 시행령 제108조에서도 채무 관리 범위를 지방채 등 외부차입금만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가) 지자체를 기업과 같은 회계 기준으로 따지는 것은 회계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지자체의 회계처리는 지방재정법 51조에 따라 복식부기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채무계산 만큼은 일부 기준에 따라 단식부기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묵과했다는 지적이다.

    지방재정법에 따르면 지자체의 채무는 현금 흐름에 대한 회계 기준에 따라 단순한 기업 차원의 ‘빚’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

    아울러 이 관계자는 박원순 후보가 지적한 SH공사의 부채 비율에 관해서도 “500%가 아닌 340%로 낮아진 지 오래됐는데 (박원순 후보가)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것 같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지난해에도 서울시와 시의원이 부채 규모를 놓고 같은 공방을 벌인 바 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위험을 따질 때는 직접적 지급과 관련된 개념인 단식부기상 채무를 기준으로 하는 게 적합하다고 선을 그었다.

    TV 토론 뒤 네티즌들도 “단식-복식부기 차이도 모르는 박원순 후보는 공부 좀 더 해야겠다” “누가 보더라도 정책적 측면에서 나경원 후보의 완승이다” “박원순 후보 덕분에 제대로 웃었다” 등의 의견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