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30일 사설 '청와대의 대북창구가 고작 이런 것이냐'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씨가 지난해 10월 대통령의 승인 아래 비선(秘線)을 통해 북측과 특사파견 문제를 논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엔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열린우리당 의원도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북관계에 어떤 역할도 안 했다''금시초문' 등의 부인이 거짓말로 들통난 것이다. 남북관계에서 '투명성'을 외쳐댄 이 정권이 실제론 커튼 뒤에서 공작을 벌이고 있었다.
    이번 사태가 심각한 이유는 무엇보다 대통령과 그 측근 몇몇이 국가의 중대한 정책을 비밀리에 추진했다는 점이다. 물론 정상회담 같은 민감한 사안은 보안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그러나 남북문제를 다루는 정부 내 공식조직을 완전히 배제하고 '비전문가'들이 정상회담을 논의, 결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문성은 배제되고 '코드와 배짱 맞는 사람끼리' 아마추어리즘으로 남북문제를 다룰 수는 없다.

    청와대와 안씨를 움직인 남측 비선이라는 실체가 대북 사업가와 주간지 기자로 드러난 점도 기가 막힌다. 이 나라에는 국정원.통일부를 비롯해 북한 문제를 전담하는 정부 부서들이 있다. 이들 부서에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고 있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10년 가까이 북한에 대해 대규모 지원도 해 왔다. 그럼에도 이 정권은 제대로 된 대북 막후 채널 하나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 이번에 명백히 드러났다. 이러니 민간인이 전달한 '정체불명의 정보'에 놀아나는 수모를 당한 것이다.

    정부는 북한에 대한 '맹목적 지원'에만 매달리다 '막후 대화채널 구축' 같은 전략적 판단은 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이라도 이용해 지지율 열세를 만회하겠다는 정치적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 비선을 통해서라도 '한 건을 하겠다'는 조급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정상회담에 매달리면 북한은 우리를 더욱 업신여긴다. 그럴수록 북한은 큰소리치며 우리를 얕본다. 제발 남북관계를 당당히 끌고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