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추석에 잦은 사고 가운데 하나가 송편을 먹다가 기도가 막혀 응급상황을 맞는 경우다. 전문적으로는 이런 현상을 '기도폐쇄(질식)'라고 한다.

    기도폐쇄는 떡과 같은 음식물이나 작은 장난감 등의 이물질이 기도를 막아 호흡을 방해함으로써 발생하는 게 대부분이다. 흔히 소아와 영아, 치아가 없거나 약한 노인, 의식이 저하된 환자에게서 발생하며 초기 대처가 늦어지는 경우 심정지로 이어져 환자가 숨질 수도 있다.

    따라서 환자 본인이나 주변 사람이 적절한 대처방법을 알고 있어야만 한다.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박유석 교수는 "기도폐쇄 시 목격자가 신속히 상황을 판단하고 복부 밀어내기를 통해 이물질을 제거해야 호흡곤란으로 일어날 수 있는 심정지를 예방할 수 있다"면서 "교육을 통해 대처방법을 습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의 도움말로 기도폐쇄에 따른 대응요령을 알아본다.

    ◇ 빠른 판단과 정확한 동작이 중요 = 기도폐쇄 여부를 빨리 확인하는 것은 생존율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다. 청색증이나 호흡곤란과 함께 자신의 목을 움켜쥐는 등의 기도폐쇄 증상이 나타난다면 우선 환자의 목에 뭐가 걸렸는지를 물어봐야 한다. 이때 환자가 말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인다면 완전 기도폐쇄 상태를 의심하고 즉시 '복부 밀어내기(하임리히법)'를 실시해야 한다.

    복부 밀어내기는 환자의 등 뒤에 서서 한쪽 다리를 환자 다리 사이에 넣어 몸이 흔들리지 않도록 지탱하고, 양팔을 뻗어 한쪽 주먹의 엄지손가락 면을 환자의 명치와 배꼽 사이 중간에 대고 다른 손으로 감싸 쥐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빠르고 강하게 양팔을 조르면서 주먹 쥔 손으로 환자의 복부를 뒤쪽-위쪽으로 강하게 밀쳐 올려야 한다. 이물질이 나오거나 환자가 의식을 잃을 때까지 이 동작을 반복한 뒤 만약 환자가 의식을 잃으면 환자를 안전하게 바닥에 눕히고 즉시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 이때 인공호흡을 하기 전 입안에서 이물질이 보이면 손가락으로 이물질을 꺼낸다.
    불완전 기도폐쇄인 경우에는 환자가 소리를 내거나 기침을 하고 숨을 쉴 수 있는 만큼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기침을 유도해 환자 스스로 이물질을 뱉어낼 수 있도록 한다.

    ◇ 영아는 더욱 주의가 필요 = 1세 미만의 영아는 단추, 동전, 구슬, 장난감 등의 이물질을 입에 넣었다가 삼키면서 기도폐쇄가 일어가는 경우가 많다. 영아의 기도폐쇄가 의심되는 경우에는 복부 밀어내기법보다는 '등 두드리기'와 '가슴압박법'이 좋다. 복부 밀어내기는 복부 장기의 손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영아에게는 작은 조각으로 분해되기 쉬운 장난감은 주지 않는 게 좋다. 손이 닿는 곳에 단추나 동전, 구슬 등과 같은 작은 물체는 두지 않고, 음식물은 씹기 쉽도록 조그맣게 잘라서 줘야 한다.

    땅콩, 포도, 방울토마토, 팝콘 등과 같이 삼키기 쉬운 음식물도 영아에게 주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신속한 심폐소생술이 중요 =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 약 2만명 이상이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사망한다. 심정지의 60% 이상은 환자의 가정에서 발생하며, 환자가 심정지로 쓰러지는 것을 목격하는 경우도 40%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 심정지 환자를 발견한 목격자가 119에 신고하기까지는 평균 5분,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하기까지는 약 8분이 더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119구급대의 도착을 기다리면서 아무런 처치를 시행하지 않는다면 가족이나 친구가 뇌손상 없이 회복할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일반인도 조금만 배우고 익히면 심폐소생술로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심폐소생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심정지가 발생하면 생명 유지에 가장 중요한 뇌와 심장에 산소 공급이 중단되고 생존 가능성은 시간이 지나갈수록 떨어진다.

    심정지가 갑자기 발생할 경우 우리 몸속에는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산소가 어느 정도 남아 있어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이 이뤄지면 뇌손상 없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아무런 처치 없이 4분이 지나면 뇌손상이 발생하고, 10분 이상 지나면 사망할 수 있다.

    따라서 심정지 환자를 살리려면 환자를 발견한 목격자가 뇌와 심장으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심폐소생술을 4분 이내에 신속하게 해야 한다.

    심정지 환자를 소생시키기 위해서는 5개의 응급처치가 신속하게 사슬처럼 시행돼야 하는데 이를 '생존사슬'이라고 한다.

    생존사슬은 ▲신속한 심정지 확인과 신고 ▲신속한 목격자의 심폐소생술 ▲자동제세동기를 이용한 신속한 제세동 ▲효과적 전문소생술 ▲심정지 후 통합치료 등의 순서다.

    ◇ 성인 심폐소생술의 순서

    ①의식과 호흡 확인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면 환자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큰소리로 의식을 확인한다.

    ②도움 요청(119 신고 및 자동제세동기 요청)
    환자가 반응이 없고 숨을 쉬지 않거나 또는 불규칙적인 호흡을 하고 있다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한다. 주위에 아무도 없다면 직접 119에 신고한다. 주변에 자동제세동기가 설치돼 있다면 자동제세동기를 가져오도록 요청한다.

    ③가슴 압박 30회
    상의를 벗긴 상태에서 깍지를 낀 두 손바닥 끝을 환자의 가슴 중앙에 대고 팔꿈치를 곧게 편 상태로 환자의 가슴을 수직으로 강하게 누른다. 압박 속도는 1분에 100~120회, 압박 깊이는 5~6㎝로 강하고 빠르게 체중을 실어서 압박한다. 압박 후 가슴은 원래 상태로 이완되도록 한다.

    ④인공호흡 2회
    한 손으로 머리를 젖히고 다른 한 손으로 턱을 들어 기도를 연다. 환자의 코를 이마를 젖힌 손의 엄지와 검지로 막은 후 입을 크게 벌려 환자의 입을 완전히 덮은 후 가슴이 올라오는 것을 확인하면서 평소 숨 쉬는 대로 1초 동안 숨을 불어넣는다. 숨은 가슴이 올라올 정도로 불어넣으며, 절대 과도하게 불어넣지 않는다.

    ⑤가슴 압박과 인공호흡 반복
    가슴 압박 30회와 인공호흡 2회를 119구조대가 올 때까지 반복한다. 다른 구조자가 있다면 한 사람은 가슴 압박, 한 사람은 인공호흡을 맡아서 한다. 5주기를 반복 시행한 뒤 서로 역할을 교대한다.

    심정지 환자가 모르는 사람일 경우 인공호흡 하기를 꺼려서 심폐소생술을 주저할 수 있다. 그러나 인공호흡이 꺼려지는 상황에서도 가슴 압박만을 지속적으로 하면 몸속에 남아있던 산소가 뇌와 심장으로 전달돼 효과적인 심폐소생술이 가능하다. (자료도움: 대한심폐소생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