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에너지 생산 세계 1위...향후 대규모 수로 사업 추진한국의 하천 준설 장비, 기술 등 도입하고 싶어
  • 파라과이는 내륙 국가여서 강을 통해서만 바다로 갈 수 있다. 따라서 강은 중요한 무역로이자 파라과이 국민의 삶의 원천이다.

    최근 파라과이강의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는 파라과이는 한국의 4대강 기술력을 도입하고자 하고 있다. 본명 발데스와 발음이 비슷해 ‘박대수’라는 한국 이름까지 가지고 있는 발데스 페랄타 파라과이 대사와 함께 한국과 파라과이의 강 그리고 4대강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발데스 주한 파라과이 대사는 한국의 4대강 사업 기술력이 파라과이 강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뉴데일리
    ▲ 발데스 주한 파라과이 대사는 한국의 4대강 사업 기술력이 파라과이 강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뉴데일리


    - 박대수라는 한국 이름이 쓰여진 명함을 받다니, 의외다. 주한 대사로 방문하기 전에도 한국을 여러 번 방문하는 등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으로 안다.

    >>> 나도 ‘밀양 박씨’다. 하하하. 대사로 오기 전에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파라과이와 한국은 매우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이다. 46년 전 파라과이가 한국인 10만여 명을 이민자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부터 양국 친분관계가 쌓이기 시작했다. 현재 파라과이에 사는 한국 교민 숫자는 2만 명 정도지만, 이민 2세대들을 파라과이 국민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한국인 숫자는 훨씬 많다고 볼 수 있다. 파라과이 국민들은 부지런하고 근면한 한국인과 생활하는 데 대해 상당히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 파라과이라는 국명이 ‘위대한 강으로부터’라는 뜻이라고 알고 있다. 이러한 국명이 생기게 된 역사를 들려달라.

    >>> 바다가 없는 파라과이에 있어 강은 삶의 원천이자 역사 그 자체다.
    파라과이는 내륙 국가이기 때문에 강은 이웃 국가와 경계를 짓는 국경선 기능을 하며 중요한 교역로로 이용된다. 스페인 침공 역시 강을 통해 이뤄졌을 정도로 강은 파라과이 역사와 함께 해왔다. 파라과이라는 국명은 과라니족 말로 ‘위대한 강으로부터’라는 뜻의 ‘Paraguay’에서 유래됐는데, 여기서 위대한 강이란 파라과이 국토 전체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파라과이강을 말한다.

    - 파라과이에는 어떤 강들이 있으며 어떤 기능을 하고 있나.

    >>> 파라과이 국민에게 강은 삶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파라과이에서 생산되는 모든 에너지는 강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파라과이에는 2개의 큰 강이 있다. 파라과이강과 파라나강이다. 또 아르헨티나와 경계를 이루는 필코마요강이 있다. 파라과이강은 파라과이 수도인 아순시온을 통과하고 파라나강은 파라과이강과 합류해 나중에 나플라타강과 합류한다. 파라나강은 물품들을 유럽 등으로 운송하는 수단이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경계짓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파라나강에는 브라질과 공동으로 건설한 ‘이따이뿌댐’을 비롯해서 여러 수력발전 시설이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수력에너지는 파라과이의 주요 에너지원이며, 외국에 수출하기도 한다. 현재 파라과이는 청정에너지 수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 파라과이에서는 현재 강을 어떻게 개발하고 있는가?

    >>> 파라과이는 강을 이용해서 국책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파라과이-파라나 수로사업’으로 불리는 이 사업은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볼리비아, 우루과이를 연결하는 약 3000km에 이르는 수로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며, 이 중 554km 구간을 국제 입찰에 붙일 예정이다. 따라서 외국의 하천개발 기술의 참여가 가능하다.

    - 이 국책사업이 진행된 후에는 어떤 부분을 기대할 수 있는가?

    >>> 이렇게 조성된 수로는 육로 중심 교역의 물류비 절감이 가능하고 파라과이의 주요 수출품인 농산물을 세계로 수출하는 교역로가 될 것이다. 파라과이는 육류, 콩, 목재, 깨 등을 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파라과이의 인구는 600만 명이지만 연간 식량 생산량은 약 5000만명 분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남한 인구 전체를 먹일 수 있는 양이기도 하다.
    이 사업의 추진에 한국 정부와 한국 기업의 관심도 필요하다. 이 수로를 활용하려면 앞으로 바지선 등이 많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선박을 만드는 부분에 대해 현재 한국 기업과 협의를 하고 있다.

    - 파라과이강 개발을 추진하면서 어떤 점을 유념하고 있는가?

    >>> 우선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하고 있다. 먼저 사회적 측면을 보면 강 주변의 빈민층과 원주민을 보호하려는 의지다. 강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사업이 추진되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강 주변 주민들이 강에서 잡아올린 생선 등을 많이 먹기 때문에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부분을 늘 고민하고 있다. 또 하나는 환경적인 측면이다. 특히 파라과이강과 파라나강의 상류 지역은 전 세계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보존지역이기 때문에 환경적인 측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해외의 개발 사례를 참고하고 있으며, 미시시피강 개발사업과 라인강 사업 등을 참고하고 있다. 특히, 미시시피강은 파라과이강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가?

    >>> 주변 환경에 따라 야생동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거나 어류를 연구하는 연구기관을 설립해 어류들이 멸종하지 않도록 항상 연구하는 사업도 벌이고 있다. 또 정부에서 일정 기간 동안 낚시를 금지하는 기간을 두어, 이 기간 동안 주변 주민들에게는 생활보조금을 지급해 생활을 돕고 있다.

    - 현재 한국에서는 4대강살리기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관심은 어느 정도인지?

    >>> 파라과이 정부는 한국의 4대강사업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4대강사업에 참여했던 기업이 파라과이강 개발사업에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업을 추진할 때 제일 먼저 준설 등이 이뤄지는데, 한국의 준설 기술과 장비 등을 이 사업에 투입할 수 있었으면 한다.
    4대강사업 외에 서울의 청계천 사업에도 관심이 높다. 파라과이의 소규모 하천은 최근 쓰레기 등으로 심각하게 오염됐다. 청계천 복원을 벤치마킹해 아순시온 도심 하천 복원에 적용하고자 한다. 파라과이 대통령이 방한할 일이 있다면 꼭 한국의 강을 보여 주고 싶다.

    - 요즘 전 세계가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파라과이 상황은 어떤가?

    >>> 파라과이도 강이 많기 때문에 홍수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또 2년 전에는 극심한 가뭄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파라과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를 그냥 재해로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다. 사전 대비는 아직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 어린 시절 강에 대한 추억이 있다면?

    >>> 어릴 때 꿈은 선장이었다. 항상 아순시온에 있는 항구에서 유럽으로 가는 배들을 보면서 그 꿈을 키웠다.

    - 우리나라 강에 대한 느낌은?

    >>> 대사관이 한강 근처(한남동)에 있어 매일 아침 두 시간 정도 한강변을 산책한다. 한강을 보면서 늘 아름다움에 감동한다. 그리고 영월의 동강에도 자주 간다. 아들이 래프팅을 좋아해 한국에 올 때마다 함께 래프팅을 즐긴다. 마음 같아서는 한국의 강과 산을 그대로 파라과이로 옮겨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