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김정일 세습 신격화 나무 '구호나무' 조작...백두산등 1만2천그루 한해 유지 비용은 수천만달러
  • 북한엔 신격화 나무 '구호나무'가 있다
    80년대 '김일성 조선대통령' 후계자 김정일 위해 1만 2천그루 조작

    장진성 /시인, 前 북한 통전부 간부/ 뉴데일리 객원논설위원

    북한에는 세상에 없는 구호나무란 것이 있다. 구호나무란 해방 전 김일성의 항일동지들이 나무껍질을 벗기고 그 위에 김일성을 조선의 대통령으로, 김정일을 후계자로 칭송했다는 역사왜곡 나무이다.

    김정일 정권이 처음으로 구호나무 존재를 세상에 공개한 시기는 1980년대 중반부터이다. 한 두 개도 아니고 1만 2천점의 구호나무가 갑자기 이 때부터 발견됐다.

  • 그럼 왜 그 시기에 갑자기 구호나무란 것이 등장했을까?
    그것은 바로 그 때가 김정일의 후계권력이 정리정돈 과정을 걸쳐 완성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즉 김일성주석 체계를 대체하는 김정일 왕권통치시대를 열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그러자면 김일성과 거의 대등한 역사적 명분이 필요했고, 그래서 김정일을 지칭하는 “조선의 3대(김일성, 김정숙, 김정일)장군”, “조선의 광명성”이란 새로운 수식어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처음엔 김일성 신격화 내용의 구호나무들부터 조작했다.
    “조선의 영웅 김일성대장 만세!” “조선의 대통령 김일성”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긴 우리 민족이 아무리 우매할지라도 서울 출신도 아닌 평양의 김일성을 조선의 대통령으로 칭송할 이유도, 그런 기적도 전혀 없었는데도 말이다. 이렇게 조작된 구호나무는 김정일 찬양구호나무로 발전한다. “백두산 광명성 태어났다.” "백의동포여! 조선의 대를 이어줄 광명성이 태어났다." “조선에 백년 대통운이 텄다”가 그 대표적이다.

    그 구호나무 날조를 앞장서 실천한 사람이 바로 내각 부총리 겸 문화 예술부 부장이었던 장철이다.

    재일교포 출신으로서는 유일하게 북한 정권의 핵심간부로 발탁됐던 장철은 같은 재일교포 출신인 김정일의 세 번째 처 고영희와의 친분 관계로 누구보다 가깝게 김정일을 접촉할 수 있었다. 북조선 TV방송을 보면 장철이 직접 과학자들을 이끌고 백두산 지대로 가 구호나무 발굴과 복원작업을 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유명한 북조선과학자들이 구호나무 글자 복원용으로 새롭게 발명했다는 액체시약이란 것을 뿌렸더니 나무에서 정말로 글자가 희한하게 드러나는 장면도 연출된다. 사실 그 액체시약이란 것은 이미 2차 대전 시기에 독일 군이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하고 사용했던 화학약품이다. 구호나무란 그처럼 오래 묵은 나무를 선택하여 특수도료를 입한 다음 그 위에 투명 글자가 새겨진 투명 종이를 건조 부착시키는 방법으로 만든 것이다.

    김 씨 신격화를 위해 이렇듯 나무까지 신성시하는 북조선, 그래서 세상에 없는 웃음거리도 많은 나라이다.
    일부 눈치 없는 충신들이 자기 구역에서도 구호나무가 나왔다며 엉성하게 조작했다가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간 사건도 있었고, 일본의 유명한 식물학자 앞에서 50년 된 구호나무라고 자랑했다가 그 나무가 40년생이라고 과학적으로 반박하는 바람에 망신당한 사례도 있다.

    이런 나라여서 구호나무 영웅들도 있다.
    1998년 3월 함경남도 지역의 무재봉이란 곳에서 산불이 일어났는데 17명의 군인들이 불을 끄다가 질식돼 죽었다. 인민무력부총정치국은 이 사건을 부풀리기 위해 군인들이 구호나무를 감싸안고 순직했다고 김정일에게 보고했고, 김정일은 즉석에서 그들에게 공화국영웅메달을 주라고 명령했다. 훗날 북한의 영화, 미술, 연극의 주인공들로 부활한 그들에 대해 2005년 12월 22일 노동신문이 김정일께 충성할 줄 알았던 '무재봉 불사조'라고 극찬하여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구호나무는 조작만이 끝이 아니다. 그 조작을 보호하는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햇볕과 눈비로부터 영구보존 하면서도 자연전시를 위해 그 숱한 나무들마다에 외국에서 수입한 통유리를 씌우고, 그 안으론 아르곤가스를 투입한다. 또한 전기장치로 통유리를 감싼 보호천이 오르고 내릴 수 있도록 설계 돼 있는데 이 비용이 나무 한 그루 당 한 해 2만 달러가 들어간다고 한다. 결국 북조선 전 지역에 분포 돼 있다는 그 모든 구호나무를 관리하는 데만 일 년에 수천만 달러가 들어가는 셈이다.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연 속의 나무들까지도 속절없이 김 씨 부자를 찬양하는데 동원돼야만 하는 북한, 하지만 2003년경엔 양강도 지역에서 당선전선동부가 아니라 국가보위부가 발굴한 구호나무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누군가가 김 씨 독재를 원색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어쩌면 그 나무가 김부자를 고발하는 진실의 구호나무가 아닌가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