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고의 악기박물관으로 평가받는 벨기에 왕립 악기 박물관(MIM)에 한국 전통악기가 `둥지'를 틀게 됐다. 벨기에 브뤼셀의 MIM에선 1일 안호영 주벨기에ㆍEU 대사와 파스칼 반더벨렌 MIM 관장을 비롯해 벨기에 문화예술계 주요 인사 등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벨 수교 110주년 기념 한국 전통악기 전시회 및 연주회가 개막됐다.
  • (브뤼셀=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 1일(현지시간) 벨기에 수도 브뤼셀 벨기에 왕립 악기박물관(MIM)에서 개막한 한.벨 수교 100주년 기념 한국전통악기 전시회 참석자들이 우리 악기를 살펴보고 있다ⓒ
    ▲ (브뤼셀=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 1일(현지시간) 벨기에 수도 브뤼셀 벨기에 왕립 악기박물관(MIM)에서 개막한 한.벨 수교 100주년 기념 한국전통악기 전시회 참석자들이 우리 악기를 살펴보고 있다ⓒ
    박물관 1층 비(非)유럽지역관에 마련된 한국 전통악기 전시장엔 국립국악원이 이번에 기증한 가야금과 소리북, 대금 등 우리 전통악기 17점과 MIM이 기존에 보유한 3점 등 모두 20점의 한국 고유 악기가 전시됐다.

    지난 1877년 왕립 음악원 부속기관으로 출발한 벨기에 MIM에서 한국 전통악기 전시회와 연주회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MIM은 이날부터 내년 말까지 한국 전통악기 전시회를 계속하는 한편 그 뒤엔 일부 악기를 선별해 영구 전시실로 옮길 계획이다.

    MIM은 8천여 점의 소장 악기 가운데 1천여 점만 교대로 골라 일반에 전시하고 나머지는 별도 공간에 보관하며 학술연구나 교육 등에 활용하고 있다.

    클레르 샤트렌느 동아시아 담당 학예관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나라 악기 전시회를 1년 반 동안이나 계속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또 영구 전시를 계획하는 것은 그만큼 한국 전통 음악과 악기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샤트렌느 학예관은 "공산혁명 이후 전통 악기와 제조 방법이 크게 변한 중국과 달리 한국의 경우 전통 음악과 관련한 문화적 자산을 잘 보존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라면서 "훌륭한 자산을 보존하는 것을 넘어서 지금 시대에 생동하는 음악으로 잘 조화시키고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MIM은 조만간 관람객들이 헤드폰을 끼고 한국전통악기 전시장 앞에 서면 해당 악기 연주 음악과 함께 해설을 들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아울러 유럽 6개국, 11개 주요 악기 박물관 공동 프로젝트인 `온라인 세계 악기 카탈로그'에 한국 악기 및 음악에 대한 심도 있는 정보를 올려 학술 연구 등에도 도움을 줄 예정이다.

    주벨기에 대사관의 정영석 문화홍보관은 "벨기에 MIM을 찾는 사람이 한 해 20여 만 명이며, 이 가운데 70% 이상이 외국인이라는 점에서 세계 각국 사람들의 한국 악기와 음악,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전시회 개막식에 이어 MIM 8층 콘서트홀에선 국립국악원 단원들이 `영산회상'과 `판소리 수궁가' 등 다양한 우리 국악을 공연했다.

    전문가들은 악기박물관 소장품의 내용이나 활동 등에 저마다 특색이 있어 우열을 가리기 어려우나 벨기에 MIM은 역사가 가장 길다는 점과 소장품의 양이나 질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최고로 손꼽는다.

    1888년 시작된 독일의 베를린 MIM과 프랑스 시트 드 라 뮈지크의 소장품은 각각 6천여 점과 3천5백여 점이다.

    한 미국 기업인이 벨기에 MIM을 보고 감명받아 2억5천만달러를 들여 지난해 개관한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 악기박물관의 소장품은 1만4천여 점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1973년 설립된 미 사우스 다코타 주의 내셔널 MIM 소장 악기는 1만3천여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