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6일 사설 '6자회담 전에 남북 간에 무슨 거래 있었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통일부가 북핵 6자회담에서 공동 성명이 나오기 하루 전인 12일에 이미 북한에 남북 장관급회담을 위한 실무 접촉 제안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통일부 신언상 차관은 6자회담이 실패하더라도 남북 장관급회담을 열려 했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6자회담이 열리기 전에 이미 남북 간에 거래가 이뤄져 있었다는 방증들이다.

    지금 열리는 남북 장관급회담은 사실상 북한에 3000억원어치 쌀 50만t과 비료 30만t을 주기 위한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무더기로 쏘고 핵실험을 해서 중단된 지원이다. 핵실험을 하고서도 쌀·비료를 내놓으라고 요구하던 북한은 단 하루 만에 통일부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15일 양측은 27일부터 3월 2일까지 평양에서 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속된 말로 짜고 치는 듯 일사천리다.

    이번 6자회담의 핵심적인 성과는 북핵시설의 불능화 합의다. 북한은 이 합의를 이행할 때 중유 95만t을 더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북한 관영 매체들은 ‘불능화’라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임시 가동 중지’라고 전혀 다른 말만 한다. 북한이 남으로부터 쌀·비료를 받아 급한 불을 끄게 되면 불능화는 물 건너 갈 수도 있다. 북한이 약속을 지키는지 알 수 있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도 않는다. 쌀·비료는 그후에 줘도 늦지 않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정부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안달복달인가.

    통일부 신 차관은 “참여정부가 1년 남았는데 이 기간에 남북관계를 불가역적 수준까지 올려놓아야 한다”며 “이 동력이 다음 정부, 그 다음 정부까지 유지되려면 많은 것을 합의하고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은 1년 동안 물을 엎질러 누가 와도 주워담을 수 없게 만들겠다는 뜻인 모양이다. 다음 정권도 지금의 이 남북관계를 되돌릴 수 없도록 만들겠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소리다.

    6자회담이 끝나기도 전에 정부는 북에 쌀·비료 지원 회담을 제안하고, 6자회담이 끝나자마자 여권에선 “이제 남북 정상회담을 하자”는 주문이 빗발치고 있다. 이 상태로는 대선을 못 치른다는 것이다. 북한이야 핵무기를 쌀과 비료와 기름을 몰고 오는 도깨비 방망이로 생각한다지만, 어떻게 남쪽 집권세력이란 사람들까지 대선에 눈이 멀어 민족의 재앙을 팔아 표를 살 수 있다는 것인지 어처구니가 없다. 정부는 6자회담 전에 남북 간에 무슨 거래가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