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로 평생 헌신, "모은 재산 교육에 되돌려 줄수 있어 기쁠 뿐""반값 등록금 집회보며 마음 아팠다"
  • 21일 오후 서울 건국대학교 발전기금본부 사무실에 70대의 노신사가 찾아왔다. 노신사는 장학금에 써 달라며 통장과 도장을 꺼내 직원에게 전달했다. 노신사가 전해 준 통장에는 현금 5억원이 예치돼 있었다.

    끝내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 노인은 "반값 등록금이야기가 많이 들린다. 등록금으로 인한 학생들의 고통이 너무 큰 것 같다"면서 "등록금을 내리려면 장학금도 많아져야 하고 그러려면 기부금이 더 늘어나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익명의 노인은 1960년대 건국대 야간학과를 졸업하고 줄곧 교육자의 길을 걸어왔다고 본인을 소개했다. 노인은 재학시절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그만둘뻔 했다는 이야기를 털어 놓으며,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이 집회를 여는 등 날로 논란이 커지는 걸 지켜보켜 안타까운 마음에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노인은 "내가 누릴 수 있었던 기회와 축복을 교육에 되돌려 줄수 있게 돼 기쁘다"면서 기부사실을 익명으로 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했다고 대학측은 전했다.

    학교측에 따르면 노신사의 기부는 이번만이 아니었다. 수년간 노신사가 대학에 기부한 금액은 현재까지 10억원을 넘는다.

    김진규 건국대 총장은 "평생을 우리 교육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분이 평생 모은 재산을 후배들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선뜻 기부하는 마음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감사를 표했다.

    한편 학교는 노신사의 뜻을 기리기 위해 장학회를 설립하고 기부금을 은행에 예치해 이자수익으로 장학금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익명의 기부자에 대해서는 학교가 기부자 예우를 위해 올해 새로 도입한 기부자 클럽을 통해 최고의 예우를 다하겠다고 밝혔다.